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한복… 여야 대선 후보들, 일제 비판
커지는 문화 공정 논란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도 등장한 한복
대선 앞둔 정치권, 중국 비판에 참여
[위즈덤 아고라 / 임서연 기자] 지난 4일, 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개회식 중, 중국 내 56개 민족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나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순서에 흰색 저고리와 분홍색 치마를 입은 여성이 등장했다. 이에 국내에서 ‘문화 공정’ 논란이 일고 있다.
한복으로 보이는 이 옷을 입은 여성은 중국 조선족을 대표해 나온 인물이다. 이에 국내에서는 ‘중국이 한복을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장면’이라며 우리 역사를 중국이 자신들의 것으로 삼으려는 ‘동북공정’에 빗대 ‘한복 공정’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008년 8월에 열린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회식 때도 한복이 등장한 바 있다. 당시 식전 행사에서는 지린성 옌볜 가무단의 여성 100여 명이 한복을 차려입고, 아리랑 민요를 배경으로 부재와 장구춤을 선보였다.
당시에도 한국적인 장면이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에 등장하자 국내에서는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다만 2008년이나 이번 올림픽 개회식에 한복을 입은 출연자가 나온 배경은 모두 소수 민족의 하나인 조선족 문화와 복식을 소개하는 맥락이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복이 고대로 내려온 중국 고유의 복식이라는 류의 억지 주장과 이번 논란은 다른 맥락이라는 것이다. 2008년 식전 행사는 중국 내 28개 지역의 전통 의상과 민요, 춤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옌볜 가무단은 21번째로 나와 조선족 전통 의상과 민요, 춤을 선보였다.
이번 올림픽 개회식에 등장한 ‘한복 여성’도 한복이 중국 한족의 전통 의상이라고 주장하는 의미보다 조선족의 전통 옷이라는 쪽에 초점이 맞춰진 경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이날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중국의 소수민족인 조선족을 대표하기 위해 (한복을) 등장시켰다고 하더라고, (중국은) 이미 너무 많은 ‘한복 공정’을 지금까지 펼쳐왔다”라고 한 주장도 일리가 있다.
서 교수는 “한복은 한국 전통 의상이라는 진실을 전 세계에 더 널리 알려야 한다”며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에 맞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정확히 짚어주고, 우리 역사와 문화는 우리 스스로가 지켜나가야 한다”라고 중중국의 부당한 역사와 문화 왜곡에는 당당히 맞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5일 베이징 시내 메인 미디어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 측에서는 조선족이 소수 민족 중 하나라고 한 건데, 양국 관계에 오해 소지가 생길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외교적으로 항의할 계획을 묻는 말에는 “그럴 필요까지는 현재 생각 안 하고 있다”며 “다만 양국에 오해 소지가 있는 부분은 중국 체육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만나서 국내 여론 등을 언급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문화 침탈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여야 대선주자들이 2022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소수민족’으로 등장한 것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반중 정서가 커질 조짐이 보이자, 국민의 힘의 ‘중국 때리기’ 행보를 비판해 온 민주당도 이번에는 중국 비판 대열에 참여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중국이 대국으로서 이래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축제의 시기를 문화 공정 시기로 이용하는 것이 아닌지 중국 정부는 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강경한 어조로 중국을 비판한 것이다.
윤석열 후보는 고구려사와 발해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기 위해 중국이 추진했던 ‘동북공정’을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 당 후보 또한 페이스북에 “중국 당국에 말한다. 한푸가 아니라 한복이다”라며 중국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앞서 중국 최대 포털 누리집인 바이두 백과사전이 “한복은 한푸에서 기원했다”라고 주장하는 등 중국에서 한복 중국 원조론이 거듭 제기되는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여야 대선 후보들의 중국 비판 일성에도, 야당은 정부, 여당의 대응을 소극적인 저자세라고 규정하며 공세를 펼쳤다. 이에 여당에서도 중국의 더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