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팬데믹 머니 이후, 세계 경제는?

Illustration by Taeho Yu

BY Sihyun Jeun 2006 ( 전시현 )

현재 시장 한쪽에서는 돈이 마르고 다른 곳은 홍수처럼 넘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은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명분으로 양적완화를 시행하였고, 2년이 지난 지금, 팬데믹 머니가 넘쳐나는 기이한 세상을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의 통화당국은 최근 긴축에 착수하거나 이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한국은행도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2022년 초에 또다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성명을 통해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지속돼 인플레이션 수준을 높이고 있다”면서 “테이퍼링 속도를 현재의 2배로 높이겠다”라고 밝혔다. 테이퍼링이란 물이 콸콸 새는 수도꼭지를 조금씩 잠그면 물줄기가 가늘어지듯이 시장에 풀었던 돈을 조금씩 거두어들이는 것이다. 테이퍼링 이후에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여, 환율과 주식 시장은 불안감에 요동을 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던 뉴욕증시는 2000년대 닷컴 버블이 터질 때 나왔던 수치를 넘어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다. 반면, 실물경제의 지표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무려 2억 5,5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세계 경제는 -4.3%가 역성장했으며, 빈곤인구는 최대 5억 명이 증가했다. GMO 회장 제레미 그랜섬은 이런 현상을 두고, 금융 역사에 남을 거대한 거품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공황 이후 1년간 미국 S&P500지수는 평균 47% 상승하는 상황에서 100%가 넘게 올랐다. 2020년 코로나19 판데믹 중에도 실물경제가 주저앉았지만, 역사상에 유례없이 자산 증가가 어떤 때보다 더 뜨거웠다. 이 둘의 괴리는 돈의 힘으로 이뤄진 것이었다. 미국이 주저앉은 시장을 일으키기 위해 양적완화를 시작하면서 다른 나라들도 양적완화를 시작했고, 돈은 배로 불어났다. 전 세계에서 부동산 열기가 가장 뜨거운 상하이에서는 2021년 초 3~4개월 동안 집값이 5년 치 상승률로 올랐다. 몇 개월 만에 약 3억~5억 원이 오른 것이다. 제로금리로 빌린 돈으로 최대한 시장을 확보하려고 하는 소비자들의 ‘패닉 바잉’으로 인해 실물경제는 회복되지도 않았지만 모든 자산의 가격이 오르는 Everything Rally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의 중앙은행이라 불리는 미국 연준의 영향은 막강하다. 2021년 3월 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 회의에서는 미국이 코로나19 상황 위해 도입했던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7명의 임원들이 향후 정책금리를 점으로 표시하는 점도표에서는 3개월 전보다 2022년이나 2023년에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의견이 늘었다. 기준금리는 금융시장과 주택시장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미국이 금리를 예상보다 앞당겨 인상한다면 신흥국들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 1970년대 급부상했던 라틴 아메리카에는 외국인 투자자본, 즉 달러가 들어오며 경제는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미국의 금리인상에 국가부도 위기를 맞았다. 이 패턴은 1990년대 아시아에서 그대로 반복되어 우리나라도 IMF 외환위기를 맞게 되었다. 건실했던 기업이 부도가 나고, 근로자들은 실직을 당하며 이는 모든 한국인들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 이처럼 미국이 푼 돈으로 달러를 확보했던 나라들은 미국이 유동성을 축소하는 국면에서 바로 외환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는 미국 달러를 금 3.5온스로 묶고, 다른 나라의 화폐와 연동하는 시스템을 만들며 미국 달러는 태환 지폐가 되었다. 하지만 1960년대 미국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금보다 더 많은 달러를 발행하기 시작했고, 1964년, 미국의 개입으로 본격화된 베트남 전쟁은 미국의 달러의 위상을 바꿨다. 전비를 쏟아부었지만 미국은 패전했고, 이런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주변국들은 금 인출 소동을 벌였다. 영국마저 가지고 있던 달러를 금으로 바꿔달라고 하자, 닉슨 대통령은 1971년 금본위제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그 이후, 미국은 인쇄하는 만큼 돈이 생기게 되며 달러의 영향력은 막강해졌다. 그러나 통화량이 많아지면 화폐가치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때 미국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은 미국이 사우디 왕가를 보호해주는 대가로 사우디의 석유를 달러로만 결제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일명, 페트로 달러로, 달러를 석유에 묶어 달러의 가치를 지키며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묘수였다. 지난 20세기는 석유의 시기였다. 신흥국은 경제성장을 위해 석유가 필요했고, 석유를 사기 위해서는 달러가 필요했다. 이렇게 달러는 모든 나라가 사용해야 하는 돈이 되었다.

팬데믹은 심각한 경제 불평등을 낳았고, 전 세계 사람들은 살기 위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노동을 통해 경제가 성장하면서 임금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어렵고 금리가 올라가는 것도 아니라 몇몇의 자산만 늘고 있기 때문에 불평등의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것이다. 팬데믹 이후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 마련은 모든 국가가 해야 할 중요한 임무가 되었다. 대안으로 떠오르는 몇 가지 중, 기본소득을 통해 실직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여 경기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팬데믹 당시 시장에 돈이 너무 많이 불어났기 때문에 또다시 돈을 과대하게 푸는 것은 경제를 무너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천천히 벽돌 하나하나를 쌓아가며 경제를 살리며 팬데믹 머니에 일자리를 잃은 소상공인과 새내기 취업준비생에 대한 기회의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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