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미사일로 자국 인공위성 요격… 1500여 개 이상 파편 발생
우주에 1500여 개 이상 파편 발생
국제 우주정거장 승무원 대피
미국·영국 “무책임하다”
[객원에디터 2기 / 하민솔 기자] 러시아 국방부가 16일, 자국 인공위성을 향해 미사일을 요격한 것으로 확인했다. 지난 4월에 이어서 7개월 만에 다시 자국 위성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해 파괴하는 시험을 한 것이다. 위성이 파괴될 때 발생한 파편 1500여 개가 국제우주정거장(ISS)과 부딪힐 뻔해 우주인 7명이 구명정으로 긴급 대피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새벽 러시아가 자국 위성을 요격하는 ‘위성 요격 무기’ 실험을 벌여 1500여 개 이상의 파편이 생겼다”면서 “그 잔해가 ISS를 행하면서 우주 비행사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라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위험하고 무책임한 행동은 우주 공간의 안전한 이용을 위협하며, 국제우주정거장에 있는 우주 비행사들을 위험에 몰아넣었다”며 “우주 공간의 무기화에 반대한다는 러시아의 그간 주장이 위선적이라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 사건”이라고 러시아의 행동을 비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인테르팍스 통신을 통해 “15일 폐기된 러시아 우주 장치(위성) ‘첼리나-D’를 파괴하는 시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라고 밝혔다. 첼리나-D는 옛 소련 시절인 지난 1982년에 발사된 무선통신 포착용 첩보위성이다. 하지만 러시아 국방부는 위성 파괴 시험에 어떤 미사일이 사용됐는지, 정확히 언제, 어디서 미사일이 발사됐는지 등의 상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은 시험 과정에서 생겨난 파편과 그들의 궤도가 우주정거장이나 우주 장치, 우주활동 등에 위협이 되지 않았고 앞으로 그러지도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우주공간에서의 유사한 시험은 미국, 중국, 인도 등도 이미 진행했다”라고 덧붙였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도 이날 “신형 시스템은 성공적으로 시험했으며, 낡은 위성을 정확히 타격했다”라고 전했고, 이어 “발생한 파편은 우주활동에 어떠한 위협도 제기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미사일을 이용한 위성 파괴로 1,500여 조각의 우주 파편이 발생했다. 미사일을 이용한 위성 파괴는 우주에 많은 파편이 발생하게 할 수 있으며, 파편들이 우주 공간을 떠돌다가 다른 발사체와 충돌하는 등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미 우주항공국(NASA)는 이 파편들은 지국 궤도 부근에 밀집해 있고 파편들의 크기가 작지만 유인 우주선이나 로봇의 우주 미션에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블룸버그 통신을 통해 우려를 전했다. 파편들은 우주 공간에서 시간당 약 2만 5000km의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작아도 우주성 등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러시아의 위성 요격으로 발생한 잔해물이 두 차례씩이나 ISS에 근접하면서 정거장에 체류하던 우주 비행사 7명이 도킹해있던 러시아와 미국 우주선으로 도피하기도 했다.
국제우주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은 현재 지상 420km 고도의 궤도를 돌고 있으며 미국인 4명, 독일인 1명, 러시아인 2명 등 총 7명의 우주인이 생활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러시아 연방우주국은 ISS와 우주인들의 보호를 위해 주변 25km와 궤도 위아래 0.75km를 ‘안전권역’으로 설정하고 소행성 부스러기나 우주 쓰레기 등 위험물의 접근을 경계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이 영역 안으로 위성 요격 실험으로 생겨난 파편이 들어온 것이다. 우주 전문매체 스페이스닷컴은 “ISS가 현재 90분마다 파편 무더기를 통과하거나 맨눈으로 관측이 가능한 수준으로 근접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일은 우주에서 (무기 실험 등에 대한) 국제적 규범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밝혔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트위터에 “러시아에 의한 파괴적인 위성 미사일 실험은 우주의 안보와 안전, 지속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라고 썼으며 “이번 시험 발사로 발생한 우주 파편은 위성과 우주선 궤도에 남아 앞으로 수년간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미국 측 비난에 대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국이 오히려 우주 군비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역공했다.
16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우리에게 우주 개발에 관한 보편적 규정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면서도 수년 동안 우주공간에서의 군비경쟁 예방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자는 러시아와 중국의 제안을 무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우주) 군비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지난해 우주사령부를 창설하고 우주 전략을 채택했다”며 “우주공간에서의 포괄적인 군사적 우위 장악을 이 전략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로 규정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전략 이행 차원에서 미 국방부는 아무에게도 통보하지 않고 우주 궤도에서 공격용 군사 자산을 시험하고 있으며, 방공시스템을 우주 궤도로 쏘아 올리는 것도 그 일환”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