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골로 인종을 구분할 수 있을까?
[객원에디터2기|한동민기자] 법의인류학자들은 지금까지 발굴된 뼈와 같은 경조직을 사용하여 사망한 사람의 시체를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서도 사망자의 시체를 분석해서 무릎으로 8분 46초간 눌러 살해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현재 법의인류학자들은 뼈의 생체정보를 재구성하여 사람들의 성별, 연령, 인종, 키, 몸무게 등을 추정하고 사후경과 시간, 사망 원인과 시체의 증거물들을 찾고 있다. 또한 두개골이 각각 인종들마다 다르다고 주장한다. 특히, 두개골의 콧구멍, 안와(눈구멍), 치아를 통해 구분이 가능한데, 대개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콧구멍 모양이 둥근 편이고, 눈구멍 역시 둥근 모양을 띤다. 흑인은 눈구멍이 네모난 모양, 서양인은 갸름한 모양을 띤다. 하지만 두개골만으로 인종을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정확할까.
실제로 2003년 미시간 주립대학 법의인류학자인 조 헤프너(Joe Hefner) 교수는 700여 개의 두개골을 조사했고, 그 결과 법의인류학자들이 주장했던 40%의 아프리카인들에게만 나타난 post-bregmatic depression( 사람의 두개골 윗부분이 꺾여있는 특징 )이 다른 인종들에게도 흔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증명했다. 실제로 실종된 여성의 두개골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post-bregmatic depression의 특징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 결과, 아프리카 여성이 아닌 동남아시아 여성이었다.
지금까지 법인류학자들은 골반뼈, 치아, 뼈의 성장 단계들을 이용해 유골의 특징들을 조사했고 총알구멍, 치유되지 않은 골절과 같은 특징들을 사용해 사망원인 또한 연구를 이어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3월, 경기북부경찰청 과학수사대 김영삼 검시 조사팀장이 국제학술지에 ‘두개골 전두봉합’ 논문 공동으로 게재했다. 전두봉합이란 해부학적으로 두개골 정수리에서 코 뿌리(비근) 사이 머리뼈를 연결하는 봉합선을 말하는데, 연구 결과 전두봉합은 인종별로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논문에는 전두봉합은 아프리카인 약 1%, 아시아인 약 5%, 유럽인 약 9%에서 각각 발견되는 희귀한 현상이라며, 최근 연구결과들을 종합하면 네팔인의 27.27%, 한국인의 7.69%가 전두봉합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부 인류학자들은 이 방법들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미 빙엄턴 대학의 인류학자인 엘리자베스 디간지(Elizabeth DiGangi) 교수와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의 생물인류학자인 조나단 베타드(Jonathan Bethard) 교수이다. 이들은 포괄적인 조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두개골로 인해 그 사람의 인종을 추정하기에 큰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생물인류학자와 인구유전학자에 의해 연구한 골격의 비계량적 특성은 법의인류학자들이 조상의 모습을 추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형태학적 특성과 매우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법의인류학자들이 이 점을 간과하면서 결과적으로 골격의 특성을 학문적으로 분석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라고 법의류학자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피해자의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법의인류학자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며, 특히 다문화 사회에서 인종 분류는 수사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지난 한 세기 동안 두개골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형태학적인 연구에 치중한 나머지 생물학적 인종 개념을 도외시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