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체같은 고체 ‘에어로겔’
1931년, 미국 화학공학자 스티븐 키슬러가 최초로 발견
우수한 단열성, 방수기능 등으로 여러 분야에서 각광
[위즈덤 아고라 / 김현동 기자] 스페이스 X의 화성 탐사 프로젝트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신소재 ‘에어로겔’을 주목하고 있다.
에어로겔은 공기를 뜻하는 에어로(aero)와 고체화된 액체를 의미하는 겔(gel)의 합성어이다. 1931년 미국 화학공학자 스티븐 키슬러가 처음으로 규소로 이루어진 에어로겔을 개발했다. 에어로겔은 지구에 존재하는 고체 중 가장 가벼운 소재로 최대 99.8%까지 공기로 이루어져 있고 나머지 0.2%는 실리콘, 탄소 등 다양한 물질로 이루어질 수 있다.
에어로겔 산업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실리카 에어로겔의 제조 과정은 먼저 TMOS나 TEOS를 메탄올, 물, 암모니아와 반응시켜 겔을 형성시킨다. 이때 에이징(aging)이라는 과정을 통해 메탄올을 주기적으로 새 걸로 갈아껴 불순물을 제거한다. 불순물이 제거된 겔은 초임계건조(supercritical dry) 과정을 거쳐 액체 상태의 이산화탄소를 넣고 고온, 고압에서 말린다.
에어로겔은 여러 장점을 가진다. 우선 에어로겔은 텅 빈 구조를 지닌 탓에 열의 3가지 전달 방법인 대류, 복사, 그리고 전도가 잘 안 통해서 단열재로 사용된다. 또한 절연성이 좋으며 방수 능력도 뛰어나다. 그리고 매우 가벼우며 구조적으로 튼튼해서 자기 무게의 2,000배 이상을 견딜 수 있다. 다만 기계적 강도가 약해 큰 충격에 쉽게 부서질 수 있고 대량 생산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2003년 우리나라 이강필 박사가 에어로겔에 특수 섬유를 첨가하는 방식을 도입해 에어로겔은 충격에 강해졌으며 대량 생산 또한 가능해졌다.
우수한 단열재인 에어로겔은 스키복, 우주복, 패딩 등 의류 산업에 활용된다. 오로스(Oros)는 NASA의 솔라코어(Solar Core)라는 에어로겔을 활용한 패딩 및 겨울 의류를 제작한다. 에어로겔은 사용한 Orion Parka 제품은 한화 약 217,000원($183)으로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큰 부담은 없다.
화성은 평균기온도 영하 64도로 지구의 평균 섭씨온도인 16도보다 훨씬 낮다. 사람이 살 수 있는 온도를 구현하기 위해 연구진은 실리카 에어로겔의 훌륭한 단열성을 연구했다. 화성에서도 인간이 살 수 있는 적합한 환경이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19년 미국 하버드대의 로빈 워즈워스 교수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단열 효과가 좋은 에어로겔로 화성 표면을 덮어 자외선을 차단하고 온도를 높일 수 있음을 입증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에어로겔은 건축 분야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대우건설은 화성시 동탄지역에 약 100세대 규모 타운 하우스 ‘푸르지오 하임’을 건설하면서 단열재로 에어로겔을 사용했다. 에어로겔의 단열재는 기존 단열재의 최대 1/4의 두께를 가지고 있으며 화재의 위험성을 줄이고 습기에도 강해 내구성도 보장한다.
이뿐만 아니라 농촌진흥청은 2021년 안에 신기술시범사업을 통해 전국 20여 개 지역의 농가에서 겨울철 대비 에어로젤 발포 부직포를 이용한 다겹보온커튼을 적용할 것을 발표했다. 다겹보온커튼은 에어로젤 발포 부직포 이전에 화학솜과 PE폼을 사용했다. 화학솜은 폴리에스테르로 이루어져 있고 보온성 및 탄력이 좋지만 수분 흡수로 인한 하중 증가 및 흡수된 수분이 작물에 떨어질 시 스트레스 유발 및 병원균이 발생한다. PE폼도 보온성은 우수하나 투습도가 낮아 온실습도관리에 불리하며 내구성이 많이 떨어진다. 반면 에어로젤은 화학솜과 PE폼의 단점을 보완한다. 에어로겔을 멜트블로운 부직포에 발포해 단열 특성을 높여 다겹보온커튼을 제작한 결과, 기존 다겹보온커튼 대비 온실 난방비를 15% 절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