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냉동보존으로 인간의 영생을 꾀하다

먼 미래로만 느껴졌던 냉동인간의 실현화

Illustration by Sihyun Lee

​​[객원에디터 2기 | 오재원 기자] 의과학 기술이 나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태고부터 많은 사람들이 꿈꿔왔던 영생도 어쩌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바로 냉동보존을 통해서 말이다. 

영생을 꾀한 세계 최초의 주인공은 1967년 간암으로 숨지면서 냉동인간이 되기로 선택한 제임스 베드포드이다. 그는 당시 73세였고, 현재 약 53년 이상의 시간 동안 냉동상태로 보존되고 있다. 그 이후로 전 세계에 약 600명의 시신들이 냉동인간의 상태로 보관되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5월 우리나라에서도 첫 냉동인간 사례가 보고되었다. 지난해 혈액암으로 숨진 80대 어머니를 의학 기술이 충분히 발전한 먼 미래에 깨어나게 하기 위해서 냉동 보존을 결정한 것이다. 현재 국내 1호 냉동인간은 러시아 기업인 크리오러스(KrioRus)에 위탁되어 모스크바에서 관리되고 있다.

냉동인간을 만드는 절차는 다음과 같다. 먼저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차갑게 유지한 뒤 체내의 모든 혈액을 뽑아낸 후 정맥주사를 이용해 특수 액체를 넣어 내부기관이 손상되지 않게 한다. 이후 사체를 냉동보존실로 옮겨 특수 액체를 부동액으로 바꾼다. 글리세롤을 포함한 부동액은 세포가 냉동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감소시킨다. 혈액을 모두 뽑아내는 이유는 냉동 과정에서 체액이 어는 경우, 부피가 팽창하게 되고 얼음 결정이 되어 혈관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뇌세포가 파괴되지 않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데 그 이유는 약 100억 개가 넘는 뇌세포 중 하나라도 파괴되면 아주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냉동인간 보존서비스 업체 크리오 아시아 최고 기술 책임자인 김시윤 건국대 의학전문대학 조교수는 “사람 뇌는 숨지고 30초가 지나면 급속도로 기능이 떨어지는 만큼 냉동인간을 만들려면 신속한 조치가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모든 방부처리가 끝난 후엔 영하 197도의 액체질소에 시신을 거꾸로 매달아 급속 냉각을 시킨다. 시신을 거꾸로 매달아 놓는 이유는 냉동탱크의 뚜껑을 열었을 때 가능한 뇌가 차가운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사실상 시신을 얼리는 것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해동’을 시키는 과정이다. 시신을 해동시키는 과정에서 세포가 파괴되지 않게끔 서서히 해동시키는 것이 관건이지만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복구시키는 과정은 상당한 과학 기술의 발전을 필요로 한다. 해동 상태가 된 뒤 뇌세포를 제대로 복구하는 기술이 그것인데, 피가 작아 빠르게 얼릴 수 있는 정자와 달리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세포로 이뤄진 사람은 냉동하는 과정에서 뇌세포 등 신체 곳곳에 손상이 일어날 수 있고, 설사 깨어나더라도 기억이 온전하지 못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로버트 매킨타이어 박사는 초저온에서 토끼 뇌를 냉동시켰다가 해동해 뇌의 기억을 거의 완벽한 상태로 재생시키기 했지만 이는 동물 해동에 성공한 사례일 뿐이다. 

국내 냉동인간 보존 서비스 업체 크리오아시아에 의하면 현재 세계 3대 냉동보존 기업에서 보관하는 냉동인간은 약 450여 명이다. 미국 알코르 생명연장재단 크라이오닉스 연구소는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약 300명가량이 보존된 것으로 추정되고 러시아 크리오러스는 150여 명의 냉동인간을 보존 관리하고 있다. 크리오러스는 매년 10~20명의 냉동보존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모스크바에 이어 스위스에도 제2보존센터 건립을 기획하는 등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몇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사망 선고가 내려져서 사회적인 죽음을 맞았는데 다시 살아난 후에는 다시 출생 신고를 할 것인가 사회적 지위를 그대로 부여할 수 있을 것인가 “라며 “그렇게 되면 죽음에 대한 기준, 민사법까지 다 바꿔야 한다”라고 행정적인 절차의 오류가 생길 것을 지적했다. 더불어, 냉동보존에 따르는 막대한 비용은 소수의 경제적 특권층만 부담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보편화의 걸림돌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냉동보존 기술은 현재의 다양한 난치병을 언젠가는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그 기대치가 높지만, 윤리적인 문제들과 현실 행정적인 문제들 또한 쉽게 간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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