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향한 아프간 난민들의 필사적 탈출
화물 대신 난민 구조를 선택한 C-17 수송기
공중에서 추락한 형제의 비극적 탈출
[객원에디터 2기 / 윤서린 기자] 현재 탈레반에게 정권을 장악 당한 아프가니스탄에 필사적으로 탈출하려는 난민들이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C-17 글로브마스터 3 수송기의 기장은 화물을 실으는 대신에 탈출하려는 아프간 시민들을 태워 카불을 탈출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2001년부터 지속된 미국의 전비 지출과 군 지원이 완전히 철수된 현재, 이슬람 정치단체 ‘탈레반’(Taliban)은 때를 노렸다는 듯이 아프가니스탄의 도시들을 하나 둘 식 점령하기 시작했다. 지난 8월 15일 아프가니스탄의 수도인 카불마저 장악하면서 아프간 시민들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이르렀다. 항복한 정부와 도망친 대통령에게 버려진 4,000만 명의 민간인들은 하루아침에 실향 사태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무너진 정부 밑에서 200만 명이 넘는 아프가니스탄 시민들이 선택한 길은 탈출이었다. 카불 국제공항의 현장에서는 혼돈과 공포, 그리고 살고 싶은 심정의 간절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총체적 난국에 놓인 아프간인들은 해외로 출국하기 위해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공항으로 몰려들었다. 카불 시내에서 공항으로 가는 도로와 공항 주변의 사거리는 뒤엉킨 차량들로 막혀있고,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차량을 버리고 공항으로 질주하는 시민들도 포착되었다. 도로뿐만 아니라 공항의 입구도 쉴 새 없이 몰려드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심지어 공항 외벽을 넘어 들어가는 피난민들도 적지 않았다.
탈출에 성공한 아프간 피난민 마이완드 씨는 ‘공항 내부로 진입하는 것’이 탈출의 가장 어려웠던 점이었다고 설명하며, ‘1천 명 혹은 그 이상이 공항 내부에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수라장을 뚫고 도착한 이들이 맞이한 것은 이미 꽉 찬 항공기들이었다.
그중 C-17 글로브마스터 3 수송기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5일, 이륙 직전에 ‘난민 구조’를 택한 C-17 수송기의 기장과 승무원은 640명의 아프간 난민들을 태워 카불에서 벗어났다. C-17은 미국 군용 화물기로, 말 그대로 화물을 실어 나르는 용의 항공기다. 그러므로 안전벨트가 달려있는 좌석이 얼마 없고, 제조사인 보잉사에 따르면 최대 탑승 인원은 134명 밖에 되지 않는다. 100명가량의 인원을 태울 수 있게 설계된 수송기에 정원의 거의 5배에 도달하는 인원을 태워 구조하기로 택한 것이다.
미군 관계자에 따르면 “아프간인들이 반쯤 열린 수송기 후방의 경사로를 비집고 들어왔다”라며 “C-17 기장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입구를 닫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수송기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아프간 난민들을 빽빽하게 채워 카타르로 향했다.
이런 가운데 항공기에 탑승하지 못한 이들의 안타까운 소식도 함께 전해졌다. C-17 항공기의 외부에 매달려있던 2명이 공중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륙 중인 수송기의 바퀴에 매달린 이들의 신원은 각각 16세, 17세의 소년들로, 형제 관계로 추정된다.
미국 보도에 따르면 항공기의 외벽과 외부 장치에 무작정 매달리는 등 극단적인 수단으로 탈출을 시도하다 사망한 인원은 총 7명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달리다 목숨을 잃는 난민들의 소식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따라서 아프간 난민들을 위한 국제적 지원과 대책이 시급하다. 지난 23일, 한국 정부는 ‘아프간인 390명 탈출 작전’을 실시했다. 주 아프간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탈출하지 못한 아프간 현지 직원들을 이송하기 위한 대책이다. 한편 아프간 난민 수용 찬성 의사를 밝힌 국가들은 영국, 독일, 코스타리카, 폴란드 등이 있는 반면, 수용을 절대 반대하는 국가들도 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