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스러운 기억, 선택할 수 있을까
Dual-eGRASP 기술 활용해 시냅스의 구조적 변화 추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질병 치료 극복 가능성 보여
[위즈덤 아고라 / 임서연 기자] 서울대학교 강봉균 교수 연구팀이 뇌에서 ‘기억저장 시냅스’를 발견하고 그 역할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물리적 변화를 확인한 만큼 추후 연구에서 ‘기억저장 시냅스’를 인위적으로 변화시켰을 때 기억을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지, 혹은 기억의 상태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아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억은 새로운 경험이나 학습을 할 때 시냅스가 강화되고 이 강화 과정의 반복으로 형성이 된다. 기억 형성에 있어 현재 연구는 시냅스 수준에 머물러 있다. 뉴런과 시냅스는 매우 복잡하고 입체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진이 개발한 시냅스를 종류별로 구분할 수 있는 기술을 활용하여 새롭게 공포 학습과 공포 기억 소거에 따른 시냅스의 크기 변화를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 기초연구 사업 지원을 통해 뇌의 해마에서 ‘기억저장 시냅스’를 발견하며 기억이 신경세포의 시냅스에 저장될 것이라는 ‘도널드 헵’ 가설을 세계 최초로 증명한 바 있었다. 또, 이전 연구를 통해 기억저장 세포 사이의 연결 시냅스를 선택적으로 표시할 수 있는 ‘Dual-eGRASP’ 기술을 개발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수많은 뉴런 사이의 시냅스 중, 공포기억을 저장한 기억저장 시냅스를 ‘dual-eGRASP’ 기술을 이용하여 선택적으로 표시하였고 공포기억의 생성 및 소거, 그리고 재학습 과정에서 기억저장 시냅스가 어떠한 구조적 변화를 보이는지를 추적하였다. 그 결과 공포 학습으로 기억저장 시냅스의 크기가 증가하였고 공포기억 소거로 기억저장 시냅스의 크기가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기억 소거된 개체에 동일한 조건으로 공포를 학습시켰을 때, 기억 소거로 인해 작아졌던 기억 저장 시냅스의 크기가 다시 회복되었다. 즉, ‘기억저장 시냅스’가 뇌에서 기억을 저장하는 중요한 단위이자 기억의 상태를 반영하는 ‘물리적 실체’임을 명확하게 증명하였다.
특히, 기억을 소거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적절한 기억 소거로 공포 반응이 사라진다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봉균 교수는 “기억저장 시냅스가 뇌에서 기억을 저장하는 중요한 단위라는 것을 확임함을 통해 기억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공포기억 소거를 통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 등 질병 치료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