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 전파력 3.2배, 잠복기간 짧아져
중국 연구진, 지난해 초기 바이러스와 비교 분석
초기 증식 속도 최대 1260배
[위즈덤 아고라 / 이민채 객원기자 ] 중앙 방역대책본부는 지난달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최초의 변이체인 알파 변이보다 전파력이 1.6배, 입원율은 2.26배 더 높다는 것을 밝혔다. 변이 전의 바이러스에 비하면 전파력이 무려 3.2배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세계 보건기구(WHO)가 21일, 델타 변이가 일주일 새 13개국이 증가한 124개국에서 보고됐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WHO는 주간 역학 업데이트 자료에서 “많은 증거가 델타 변이의 높아진 전염성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그것은 다른 변이를 빠르게 능가하고, 앞으로 몇 달 동안 지배종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상했다.
현재까지 발견된 변이 중 가장 전파력이 강력한 델타 변이는 인도, 영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들에서 이미 가장 많이 퍼져 있는 우세종이 됐다. 최근 한국에서도 신규 감염자 중 델타 변이 감염자의 비율이 일주일 사이에 10%에서 23%대로 2배 이상 높아질 정도로 델타 변이가 급속히 확산하기 시작했다.
21일 박영준 중앙 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는 것에 대해 “가장 큰 요인은 델타 변이와 이동량”이라고 밝혔다.
델타 변이는 2020년 10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되어 ‘인도 변이’로 불리다가 ‘델타 변이’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외피에 돌출돼 있는 돌기 단백질의 3곳에서 변이가 일어난 바이러스다. 돌기 단백질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할 때, 그 통로를 여는 도구로 쓰는 물질이다. 세계 보건기구(WHO)는 알파(α, 영국) 베타(β, 남아프리카 공화국), 감마(γ, 브라질 )와 델타 변이를 ‘우려 변이(Variant of Concern)’ 중 하나로 지정하였고, 계통 분류체계는 B.1.617이다.
한편, 중국 광둥성 질병통제예방센터 연구진들은 델타 변이의 월등한 전파력이 어디서 오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의문을 해소해줄 수 있는 하나의 실마리를 찾아내 바이러스 역학 분야의 온라인 포럼 ‘바이롤러지컬’(virological)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감염자들에 대한 역학 및 혈청, 유전자 데이터 분석을 통해 찾아낸 높은 전파력의 원인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델타 변이의 증식 속도가 처음 등장했던 바이러스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는 점이었다. 다른 하나는 잠복 기간이 짧다는 점이었다.
감염자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체내 증식을 거쳐 양성반응을 보일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4일이었다. 이는 지난해 발생 초기 바이러스의 평균 6일보다 이틀이나 짧은 것이다. 검출이 가능하다는 건 바이러스가 몸 밖으로 뛰쳐나올 준비가 됐다는 걸 뜻한다.
또한 이때의 바이러스 농도는 변이 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최초 농도보다 최대 1260배나 많았다. 이런 데이터는 델타 변이가 감염 초기 단계에서 전파 위험이 더 높다는 걸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또한 연구진은 같은 기간 전체 감염자의 75%에 해당하는 126명에서 추출한 바이러스의 유전적 다양성을 분석한 결과, 한 달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31명의 바이러스에서 미세 변이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지난해 독일 과학자들은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이후 16년 만에 등장한 ‘사스 코로나바이러스 2’(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정식 명칭)의 감염 초기 증식 속도가 사스의 1천 배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델타 변이는 이런 정도의 엄청난 변신을 불과 1년 만에 이룬 셈이다.
전문가들은 급증하는 델타 변이에 대처하기 위해 백신을 더 많이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백신들의 델타 변이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백신을 맞으면 입원 및 사망 예방에 90% 이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20일 기준 국내 누적 1차 접종자는 총 1천629만 1천956명으로, 전체 인구(작년 12월 기준 5천134만 9천116명)의 31.7%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