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네이처]매운맛은 왜 뜨겁게 느껴질까?

뜨거운 음식은 왜 더 매울까?

< 일러스트 구글 Gemini 제공 >

[위즈덤 아고라 / 김정윤 기자]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매운 음식이 익숙할 것이다. 정통 식재료인 고춧가루, 고추장 등 한국 음식은 대체로 빨간 음식이 많은 편에 속한다. 매운 음식은 요즘 MZ세대들 사이에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매운 라면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불닭볶음면부터 마라탕, 매운 떡볶이, 심지어 매운 아이스크림까지 다양한 음식이 등장하고 있다. 예전에는 매운 음식이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서 주로 유행했다면, 최근에는 누구나 극한의 매운맛을 경험해 보는 이른바 “맵부심 챌린지”가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매운맛 열풍을 대표하는 음식으로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빼놓을 수 없다. 2024년 조선일보에 따르면 “불닭볶음면을 포함한 불닭 브랜드는 해외 100여 개국으로 수출되며 80%가 넘는 매출을 해외에서 올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렇게 현재 우리나라는 매운맛을 좋아하는 ‘매운맛 종주국’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입안이 화끈거리고 혀가 얼얼해지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심지어 몸이 갑자기 더워지고 땀이 나는 경험도 한다. 왜 매운 음식을 먹으면 입안이 화끈거리고 땀이 날까? 단순히 실제 음식의 온도가 뜨거워서일까? 차가운 비빔면을 먹어도 입안은 화끈거릴 수 있다. 따라서 ‘뜨거움’이라는 감각이 반드시 실제 온도 상승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고추 속 어떤 물질이 우리 몸에 뜨겁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일까? 그 정답은 고추 속 ‘캡사이신’에 있다. 캡사이신이라는 화학물질이 인체의 특정 단백질인 TRPV1 수용체와 상호작용하면서 뜨거움과 통증이라는 감각을 만들어 낸다.

우리 혀에서 맛을 감각하는 미뢰는 섭취한 음식에 따라 미각 세포가 자극을 받고, 이에 알맞은 맛 수용체를 통해 특정 맛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쓴맛, 단맛, 짠맛, 신맛, 감칠맛은 미뢰의 미각 수용체를 통해 감지된다. 하지만 매운맛은 이와 다르다. 흔히 매운맛을 통증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사실 매운맛은 미각 수용체가 아니라 통증과 온도 수용체로 감각하는 자극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매운 음식을 먹은 후 더위를 느끼는 현상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매운맛의 화끈거림은 온도가 아니라 화학물질이 인체와 상호작용하여 만들어 내는 감각이다.

앞서 언급했듯, 캡사이신은 ‘매운맛’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화학물질이다. 고추의 품종이나 부위 등에 따라 캡사이신의 양이 달라지는데, 이에 따라 음식의 맵기가 달라지게 된다. 우리 몸은 어떻게 매운맛을 느끼는 것일까? 캡사이신은 혀에서 음식물의 맛을 감지하는 미뢰에서 단순히 맛을 감지하는 것이 아니라, 통증과 온도 감각에 관여하는 신경세포를 자극한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TRPV1이라는 수용체다. TRPV1은 통증과 온도를 감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캡사이신이 결합하면 실제로 온도가 높아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얼얼함과 동시에 덥고 뜨거운 느낌을 받게 된다. 다시 말해 우리가 ‘매운맛’이라고 부르는 감각에는 단순히 매움 자체를 느끼는 것뿐만 아니라 얼얼함, 열감, 그리고 통증과 같은 여러 감각이 함께 포함되어 있다. 매운맛이 온도와 관련이 있는 통증 감각이라는 사실은 199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줄리어스 교수의 연구 결과에서 밝혀졌다. 줄리어스 교수는 뜨겁지 않은데 매운 고추를 먹고 땀을 흘리는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캡사이신을 이용해 실험을 했는데, 그 결과 TRPV1 수용체가 제거된 생쥐들이 TRPV1 수용체가 있는 생쥐들보다 온도에 더 둔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TRPV1 수용체는 인체가 섭씨 42~43도 정도의 뜨거운 온도가 되어도 활성화되었다. 당시 통증 감지 역할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TRPV1 수용체가 온도 감지 역할도 한다는 사실을 찾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뇌는 열을 식히기 위해 땀을 나게 한다는 원리를 찾았다. 줄리어스 교수는 1997년 이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하여 지난 202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또한, 2000년대 초반에는 아르뎀 파타푸티언 교수도 참여하여 캡사이신 결합이 어떻게 유도되며, 이것이 전기신호로 바뀌어 대뇌(뇌의 가장 큰 부분)로 ‘열이 난다’라는 신호로 전환되는지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그는 열기나 냉기 같은 온도 자극이 인체에 어떤 반응을 주는지에 대한 전기신호 연구를 통해, 피부를 포함한 인체 내부 장기에도 온도 자극에 반응하는 수용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밝혔다. TRPV1 수용체는 신경세포에 어떻게 뜨겁다는 신호를 전달할까? TRPV1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보자.

TRPV1은 쉽게 말해 신경세포의 세포막에 존재하는 이온 통로 단백질, 즉 수용체이다. 높은 온도나 조직에 가해지는 유해한 자극을 감지하는 데 관여하며, 평소 적절한 온도에서는 TRPV1이 크게 활성화되지 않는다. 하지만 높은 온도 등의 자극이 오면 TRPV1 통로가 열리면서 신경세포의 전기적 신호를 일으킬 수 있는데, 캡사이신이 대표적인 자극 중 하나다. 캡사이신이 TRPV1에 결합하면 실제로 입안의 온도가 높지 않더라도 TRPV1이 활성화된다. 그 결과, 온도 자극이 없더라도 온도 자극을 받았을 때와 비슷한 신호가 만들어진다. 이 과정을 세포 수준에서 본다면 조금 더 복잡하다. TRPV1 통로가 열리면 나트륨 이온과 칼슘 이온 등의 양이온이 신경세포 안으로 들어오는데, 이때 세포막의 전기적 상태가 변하고 신경 신호가 발생한다. 이 신호가 감각신경을 따라 우리 몸의 감각기관에서 들어온 정보를 모아 판단하고 명령을 내리는 중추신경계로 전달된다. 신호가 중추신경계로 전달되면 우리 뇌는 이를 단순히 ‘캡사이신이라는 화학물질이 들어왔다’라고 인식하지 않고 하나의 감각으로 해석하는데, 이러한 해석 과정에서 뜨거움, 화끈거림, 얼얼함, 그리고 통증 등의 감각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매운맛을 뜨거움과 통증으로 느끼는 이유는 실제 음식의 온도가 올라간 것이 아니라, 화학물질이 온도 감각을 담당하는 수용체를 속여 비슷한 신경 신호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가 매운 음식이라는 하나의 자극을 통해 느끼는 통증, 더위, 땀, 그리고 얼얼함 등의 여러 감각은 분자 수준의 화학 반응이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캡사이신뿐만 아니라 TRPV1은 매운맛을 내는 알리신, 피페린, 시니그린 등의 다른 화학물질 분자와도 결합하여 반응한다. 이러한 성분이 들어간 매운 음식을 먹으면 섭씨 43도 이상을 감각하는 TRPV1이 활성화되어 뇌가 우리 몸이 뜨겁다고 인지하게 된다. 또, 무의식적으로 혀로 숨을 들이마시거나 재빨리 차가운 음료를 마셔 통증을 가라앉히는 행동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는데, 이러한 행동 역시 우리 뇌가 몸이 뜨거운 상태로 인지하여 다시 원래 몸 상태로 되돌려 놓기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매운 떡볶이를 먹는다고 상상해 보자. 떡볶이를 한 입 먹는 순간 입안은 불이 난 것처럼 화끈거리고 어느새 이마에는 땀이 맺힌다. 하지만 여기서 이상한 점이 있다. 떡볶이가 반드시 뜨거워서 매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맵다고 느끼는 감각은 단순히 매운맛 하나로 인지되지 않고 온도, 화학적 자극 등 여러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매운 음식을 먹어도 어떤 환경에서 먹느냐에 따라 느끼는 매움의 정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뜨거운 음식은 차갑게 먹었을 때보다 더 맵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바로 캡사이신이 매운맛을 감지하는 TRPV1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화학적으로 통증과 열감을 일으킴과 동시에 높은 온도 같은 물리적 자극에도 반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뜨겁고 매운 음식에서는 물리적인 실제 열 자극과 더불어 캡사이신에 의한 자극이 함께 발생하여 결과적으로 맵기의 정도가 극대화된다고 느껴질 수 있다. 매운 음식의 맵기 정도가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또 다른 예시로는 탄산음료가 있다. 뜨겁고 매운 음식을 탄산음료와 동시에 먹어본 적이 있다면 얼마나 자극적인 느낌인지 알 것이다. 탄산음료의 이산화탄소 역시 입안의 감각신경을 자극해 톡 쏘고 따끔한 느낌을 만들어 캡사이신과는 다른 방식으로 입안의 감각을 자극한다. 매운 음식을 탄산음료와 함께 먹었을 때 캡사이신의 TRPV1을 통한 화끈거림과 탄산의 $CO_2$로 인한 별도의 감각신경 자극 등, 두 자극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입안에서 느끼는 전체적인 자극감이 매운맛을 더 강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탄산이 캡사이신 자체를 더 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극이 추가되면서 더 맵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매운맛은 ‘맛’이라기보다 화학적 감각으로, 매운 음식이 뜨겁게 느껴지는 것은 음식의 실제 온도 때문이 아니라 고추의 캡사이신이라는 화학물질이 온도와 통증 감각에 관여하는 TRPV1 수용체를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산화탄소로 만들어진 탄산 역시 입안의 감각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에 매운 음식과 함께 먹었을 때 자극감으로 인해 오히려 매운맛이 더 세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매운 음식은 정말 뜨거운 것일까? 음식 자체의 온도가 높지 않다면 매운 음식이 실제로 뜨거운 것은 아니다. 캡사이신이 TRPV1을 활성화시켜 나트륨과 칼슘 이온 등이 이동하고 대뇌에 신경 신호를 발생시키게 되며, 궁극적으로 뇌에서 이를 뜨거움과 통증으로 인식하면서 매운 음식을 먹었을 때 덥거나 혀에 통증을 느끼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느끼는 매운맛은 단순히 고추의 캡사이신양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감각 수용체가 어떻게 여러 자극을 감지하고 전기신호를 통해 처리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위즈덤 네이처] 바이오화학으로도 알려진 생화학은 살아있는 생물체 내부의 생리학적 현상과 화학 반응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단백질, 효소, 유전자(DNA), 대사 과정 등 여러 분야로 나뉘어 있으며 세포 내 반응과 화학적 메커니즘을 탐구합니다. 생물체의 생화학적 반응을 분석함으로써 생물의 특정 기능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초점을 둡니다. 또한, 생화학은 질병 이해, 신약 개발, 맞춤 의학 기술에도 큰 역할을 합니다. 위즈덤 아고라 김정윤 기자의 ‘위즈덤 네이처’와 함께, 생화학의 최신 연구 동향을 탐구하고 바이오화학과 관련된 사회·윤리적 쟁점도 함께 생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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