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상도 기후변화 시나리오 제공… 정밀 기상정보, 항공안전 등 사회 전반으로 활용 확대

< 이미지 출처: ChatGPT 생성 이미지 >
[객원 에디터 11기 / 이다인 기자] 기후변화로 폭염과 집중호우 등 극한기상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지역별 기후 특성을 더욱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고해상도 기후변화 시나리오가 마련됐다. 기상청은 최근 기존 1km보다 공간 해상도를 높인 500m급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번 자료는 미래 기온과 강수량을 비롯한 기후변화 정보를 보다 촘촘한 공간 단위로 분석할 수 있도록 개발된 것으로, 지역별 기후위기 영향과 위험 수준을 파악하고 지방자치단체의 맞춤형 적응 대책을 수립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공개된 500m 고해상도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기존 1km 해상도 자료를 통계적 상세화 기법을 활용해 더욱 촘촘하게 고도화한 결과물이다. 통계적 상세화는 거리와 고도, 해양의 영향, 지형의 방향과 경사 특성 등 우리나라의 복잡한 지형 조건을 반영해 넓은 범위의 기후 정보를 보다 세분화된 지역 단위로 분석하는 기술이다. 특히 산악과 연안처럼 지형에 따라 기온과 강수 특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지역에서는 해상도를 높일수록 지역별 기후 특성을 더욱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번 자료는 기존 1km 시나리오의 미래 변화 경향을 유지하면서도 지형 효과를 세밀하게 반영해, 지역별 기후변화 영향을 분석하는 데 활용도를 높였다.
새로운 시나리오를 활용한 분석에서는 온실가스 배출 수준에 따라 미래 기후변화의 폭이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2000~2019년) 대비 21세기 후반기(2081~2100년)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화석연료 사용이 최소화되는 저탄소 시나리오에서 약 2.3℃ 상승하는 반면, 기후변화 완화 정책에 소극적인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약 5.4℃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강수량 역시 시나리오에 따라 4~15%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탄소 배출량이 많아질수록 기온과 강수량의 증가 폭도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평균적인 기온과 강수량 변화보다 폭염과 극한호우 등 극한기후의 변화는 더욱 크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분석 결과 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 수준으로 제한할 경우 우리나라의 폭염일수는 현재보다 5.5일 증가하지만, 온난화가 5.0℃까지 진행되면 48.7일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건에서 연중 가장 높은 일최고기온의 증가 폭도 1.4℃에서 6.2℃로 커졌다. 극한호우 역시 온난화 수준이 1.5℃일 때 1일 최다강수량이 6.4% 증가하는 데 비해, 5.0℃에서는 30.2%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극한기후의 변화 폭은 평균기온과 강수량의 증가 폭보다 크고 지역별 차이도 뚜렷하게 나타나, 기후위기의 영향이 지역에 따라 더욱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처럼 정밀해진 기후 정보는 지역별 기후위기 대응과 재난 대책을 수립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관측 자료와 비교한 결과 일평균기온의 평균제곱근오차(RMSE)는 기존 1km 자료의 0.625℃에서 500m 자료에서는 0.439℃로 감소해 관측값에 더욱 가까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이를 바탕으로 지역별 기후변화 영향평가와 기후위기 적응대책 수립을 지원하고, 향후 상대습도와 풍속, 일사량까지 제공 요소를 확대할 계획이다.
정밀한 기상 관측과 분석 기술은 장기적인 기후변화 대응뿐 아니라 실시간 안전 관리에도 활용되고 있다. 기상청은 7월부터 제주국제공항에서 강수 여부와 관계없이 급변풍을 감시하고 통합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제주공항은 바다와 한라산의 영향으로 기류 변화가 심해 최근 5년간 전국 공항 중 가장 많은 1,515회의 급변풍경보가 발표된 곳이다. 기상청은 기존 저층급변풍경고장비(LLWAS)에 공항기상라이다(TDWL)와 공항기상레이더(TDWR)를 추가해 이착륙 경로 10km 전방부터 상공 500m까지 급변풍을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강수 여부와 관계없이 공항 주변의 위험 기상을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기상청은 이 같은 첨단 관측장비에서 생산되는 정보를 하나로 통합해 항공 안전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제주공항에서는 공항기상라이다와 공항기상레이더를 비롯해 저층급변풍경고장비, 연직바람관측장비, 공항기상관측장비에서 생산된 자료를 통합해 급변풍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대기 상태를 관측하는 장비의 정보를 종합함으로써 공항 주변의 바람 흐름과 위험 기상을 더욱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상청은 제주공항에 구축한 첨단 급변풍 감시체계를 다른 공항으로도 확대해 항공기 안전 확보를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