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매체가 미친 영향들
[객원 에디터 11기 / 노은진 에디터] 드라마 내용으로 인해 대중의 가치관이 바뀔 수 있다는 걸 K-콘텐츠가 증명했다. 이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시그널>, <참교육> 드라마 속에서 발견할 수 있어, 이번 기사에서는 세 드라마를 중점으로 논해보려 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 드라마는 자폐 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천재 변호사 우영우가 대형 로펌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드라마 초반에는 ‘어떻게 이런 사람이랑 일합니까’등등 자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편견으로 내용이 시작된다.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우영우,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상사는 우영우와 첫 대면 뒤 ‘아무리 천재라도 자기소개조차 제대로 못 하면 의뢰인을 어떻게 만날까’ 의심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영우 변호사는 법정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내는 노력과 진심을 보여준다. 이내 상사는 우영우에 대한 편견을 거두게 된다.
최고 시청률 17.5%로 인기를 끈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브라운관 너머의 변화를 만들어냈다. 드라마 방영 이후,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으며, 장애인을 동정의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보는 긍정적인 인식 변화가 이루어졌다. 또한 반향어,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스퍼거증후군 등등 우리가 살면서 많이 접하지 못했을 단어들도 드라마 안에서 설명되어 이해하기 쉬웠다.
이 드라마를 ‘힐링 드라마’로 만든 건 우영우의 장애를 감싸는 주변 사람들이다. 고등학생 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우영우를 대신해 가해자를 참교육해준 친구 ‘동그라미’, 특이사항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적은 이력서 뒷장은 떼고 앞장만 남긴 로펌 대표, 우영우 눈높이에 맞게 사회생활을 알려주는 동료 등 장애에 신경 쓰지 않고 능력 있는 동료로 대하는 태도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이로써 장애로 인한 일상의 불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의 편견 없는 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알려졌다고 볼 수 있다
시그널

최고 시청률 15%을 기록한 드라마 <시그널>은 과거로부터 걸려온 무전으로 현재와 과거의 형사들이 오래된 미제 사건들을 파헤치는 내용이다.
드라마 속에서 경찰은 ‘김윤정 유괴살해사건’의 진범을 잡았지만 15년이 지나 공소시효 만료로 그를 처벌하지 못한다. 이를 계기로 여론이 들끓고 국회는 강력사건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해버린다. 실제 태완이 사건을 모티브한 작품이여서 2015년 7월 국회를 통과한 ‘태완이법’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1999년 5월 대구에서 발생한 ‘김태완 군 황산 테러 사건’은 당시 만 6세였던 김태완 군이 학원에 가던 중 신원미상의 인물에게 황산 테러를 당해 참혹한 중상을 입고 49일 만에 숨진 사건이다. 경찰은 범인을 특정하지 못했고, 당시 살인죄 공소시효였던 15년의 만료 시점이 다가왔다. 태완이 부모님의 간절한 노력과 함께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반인륜적인 살인 범죄는 끝까지 처벌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들끓으면서 국회에서 공소시효 폐지 법안이 추진되었다. 아래는 형사소송법 중 태완이법의 상세한 내용이다.
형사소송법 중(태완이법),
제253조의 2(공소시효의 적용 배제) 사람을 살해한 범죄(종범은 제외한다)로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하여는 제249조부터 제253조까지의 규정된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이 법 덕분에 장기 미제 사건 전담팀의 권력이 강해지면서 많은 장기 미제 강력 사건들이 재수사되어 범인을 단죄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드라마 방영 이후, 실제 장기 미제 사건 전담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드라마 속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는 메시지를 던진 시기와 맞물려, 실제로 경찰의 장기 미제 사건 전담팀이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2001년에 발생한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 사건’이 드라마 종영 직후인 2016년, 검찰과 경찰의 재수사 끝에 범인을 기소했고, 결국 16년 만에 무기징역이 확정되었다.
이후 2001년 발생한 ‘용인 교수 부인 살인 사건’ 역시 태완이법 덕분에 공소시효 폐지 적용을 받아, 15년 만인 2016년에 범인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시그널>은 형법과 실제 미제사건에까지 메시지를 주는 것에 성공했고, 법 제정과 사건 해결 등 실질적인 성과로까지 이어지는 선한 영향력을 미쳤다.
참교육- 교권보호국

이 드라마는 교권이 참혹하게 붕괴된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교권보호국’이 교육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을 소위 참교육하는 내용이다.
극 중 현중초등학교의 권력자이자 악질 학부모들의 우두머리인 이지영이 자기 아들만을 위한다는 핑계로 담임교사에게 밤낮없이 온갖 민원을 폭탄처럼 쏟아붓고, 남편까지 동원해 협박하며 한 초등학교 교사의 일상을 완전히 파괴한다. 법과 제도의 한계로 학교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자, ‘교권보호국’ 소속 감독관들이 직접 학교 현장에 출동한다.
감독관들은 일반적인 절차를 뛰어넘어, 교사를 무소불위로 군림하던 학부모 이지영을 법적·물리적 수단을 가리지 않고 철저하게 제압한다. 늘 갑의 위치에서 교사를 사지로 몰아넣었던 가해 학부모가 역으로 자신들이 저지른 악행을 그대로 돌려받으며 처절하게 무너지는 사이다 결말을 맞이한다.
현실에서는 교사 개인이 악성 민원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교권부가 완벽한 방패가 되어 가해자를 처벌해 준다는 점에서 시청자들과 교육계에 큰 대리만족과 울림을 주었다.
참혹한 교권 붕괴 현실을 적나라하게 담아낸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신드롬을 일으킨 가운데, 임기를 시작한 전국의 시.도 교육감들이 일제히 교권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무너진 공교육을 복원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발맞춰 강력한 개선을 추진하는 분위기다.
교육계 발표에 따르면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은 참교육에 등장하는 조직인 교권보호국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해 교육활동보호국을 신설한다. 악성 민원이나 교권 침해 발생 시 교육청이 개입해 피해 교사를 보호하는 동시에 법적 대응을 지원한다는 구성이다. 안 교육감은 취임사에서 “교육 활동 침해 사안에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해 선생님들의 든든한 방패가 되겠다”며 “선생님들은 가르치기만 하셔라. 교육감이 지켜드리겠다”고 선언했다.
드라마 속에서 다룬 서사들이 깊은 울림이나 어떠한 자극을 주어 현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보면 K-콘텐츠의 힘은 대단한 것 같다. 부정적이었던 시각을 긍정적으로 바꿔버리고, 원래 없었던 제도나 법을 만들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등 단순한 시청의 재미를 넘어 좋은 영향까지 준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나올 무수히 많은 K-콘텐츠들이 얼마나 영향력을 펼칠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