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흔들리는 프랑스의 일상

<일러스트 OpenAI DALL·E 제공>

[객원 에디터 11기 / 이채원 기자] 여름이 오면 창문 밖 셔터를 닫고, 해가 진 뒤에는 창문을 열어 집 안의 열기를 빼내는 것이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여름 더위 대처법이었다. 오래된 석조 건물은 낮동안 들어오는 열을 어느 정도 막아주었고, 밤이 되면 기온이 내려가 실내 온도를 쉽게 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프랑스를 덮친 폭염은 이러한 전통적인 방식이 더 이상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걸 보여주었다.

지난 6월 프랑스를 포함한 서유럽 곳곳에서 40도 안팎의 고온이 이어지며, 프랑스 일부 지역은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더위를 기록했다. 파리의 대표 관광지인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도 폭염으로 인해 조기 폐지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폭염은 뜨거운 공기가 한 지역에 오래 머무르는 ‘오메가 열돔’ 현상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대기 중심에 고기압이 자리하고 양쪽에 저기압이 놓이면, 그 모양이 그리스 문자 ‘오메가’와 비슷해 오메가 열돔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때 뜨거운 공기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면 한 지역의 높은 온도가 지속되게 된다.

프랑스가 이번 폭염에 크게 흔들린 데에는 기후와 주거 문화가 함께 작용했다. 프랑스의 많은 건물은 냉방보다 난방과 단열에 더 초점을 맞춘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특히 오래된 건물들은 두꺼운 벽과 높은 천장, 외부 차양 셔터를 통해 여름 햇빛을 막는 방식을 사용해왔다. 과거에는 이런 방법들로 여름을 버틸 수 있었지만, 최근처럼 40도에 가까운 고온이 반복되고 밤에도 열기가 충분히 식지 않으면, 건물 안에 쌓인 열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한다.

이때문에, 냉방기기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근 몇년간 프랑스의 가정용 에어컨 보유율은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이탈리아나 스페인과 같은 남유럽 국가들보다 낮은 편이다. 파리와 북부 지역에서는 에어컨이 없는 가정이 훨씬 많고, 선풍기조차 충분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학교에서는 냉방기기의 문제가 더욱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일부 교실의 실내 온도는 35도를 넘으며, 프랑스 전역에서 약 2천개의 초중학교가 전면 또는 부분 휴교에 들어가며, 폭염이 교육 현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적인 관광지인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의 운영시간을 줄인 것은 프랑스 사회가 이번 폭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보여준다. 파리는 여름철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시지만, 강한 해빛과 높은 기온이 계속되면서 야외 대기나 이동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 시민들은 시원한 공간을 찾아 이동했고, 심지어 더위를 식히기 위해 운하나 강으로 뛰어들었다가 숨지는 사고도 잇따랐다. 최소 48명이 강이나 호수, 운하 등에서 익사한 것으로 집계되어, 여름에 흔한 열사병이나 일사병에 인해 사망한 사건보다 많은 셈이다.

뿐만 아니라, 노동 현장에서도 폭염 대응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 노동자 단체들은 건설 노동자, 과일 수확 노동자, 버스 운전기사처럼 더위에 오래 노출되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휴식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번 월드컵 경기에서도 선수 보호를 위해‘쿨링 브레이크’가 시행되는 것처럼, 노동자들에게도 더위를 식히고 몸을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유엔은 유럽의 폭염이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기후변화와 연결되어 있으며,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이번 사건은 한 여름의 이례적인 기상 현상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일은 지구온난화가 더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님을 알려준다. 일상과 사회 시스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경고이며, 여름은 이제 더위만을 견디는 문제를 넘어, 달라진 기후에 맞춰 사회가 어떻게 대처하고 적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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