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80원선 위협…정부 개입에도 불안 못 누르는 시장

일상으로 번진 고환율 불안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10기 / 장희주 기자] 원·달러 환율이 1,470원 안팎까지 치솟으며 다시 1,480원선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와 외환 당국이 연말부터 강도 높은 구두개입과 시장 안정 대책을 이어가고 있지만, 상승 흐름을 완전히 꺾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환율 불안이 길어지면서 시민들의 체감 부담과 일상 물가 압박도 커지고 있다.

새해 들어 환율은 지난해 말 당국의 개입 직후 1,420원대까지 내려갔지만, 불과 보름 만에 1,450~1,470원대로 되돌아왔다. 시장에서는 “1,500원대 재진입이 시간문제”라는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으며, 기업과 개인 모두 달러를 더 보유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환율 상승은 수입 원가와 해외 결제 비용을 동시에 끌어올린다. 당장은 환율 상승으로 인한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지만, 환율은 물가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환율 상승에 대한 예상이 확산되면서 해외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산업 전반의 비용 압박이 커지고, 여행·유학·해외직구 비용은 물론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과 생필품 물가까지 연쇄 인상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환율 급등기마다 시중은행 창구에는 “지금이라도 달러를 사야 하느냐”는 문의가 늘고, 달러 예금 잔액도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환율 변동이 체감 물가로 직결될 것이라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항공권과 숙박비, 해외 결제 수수료 부담이 늘어나는 데다, 수입 식품과 생활용품 가격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수출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들을 불러 “작은 이익만 쫓지 말고 시장 안정에 협조하라”며 달러 매도를 사실상 주문했고, 외환 당국도 1,000곳이 넘는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달러 보유 실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환율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시각과 함께 “기업의 정상적인 외환 운용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라는 우려가 엇갈린다.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가 단기적으로 환율을 낮출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의 배경으로 한미 기준금리 격차 확대와 글로벌 달러 유동성 회수 국면을 지목한다. 일반적으로 미국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글로벌 자금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달러 자산으로 이동하고, 이 과정에서 신흥국 통화는 약세 압력을 받기 때문이다.

연말 강한 개입 이후 환율이 단기간에 50원 넘게 하락하며 시장이 진정되는 듯했지만, 미국의 긴축 기조와 지정학적 불안, 달러 강세 재부각 등 대외 변수에 밀려 다시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되돌린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개입은 환율 상승 속도를 조절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근본적인 대외 여건이 바뀌지 않는 한 환율이 쉽게 1,300원대로 내려가기는 어렵다”며 “정치적 압박에 따른 ‘일회성 쇼크 요법’보다 금리·재정·외환 정책을 아우르는 보다 지속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와 생산비에 영향을 미쳐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반영된다. 따라서 현재의 환율 불안은 향후 물가 압력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역시 속도 조절에는 의미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대외 여건 변화에 대응하는 보다 일관된 정책 조합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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