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뱀독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원인은 기후?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9기 / 이지윤 기자]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어린 왕자에 나왔던 보아뱀, 짤랑거리는 소리를 내는 방울뱀같이 여러 종류가 있을 테지만 인도에서 뱀 독으로 사망한 사고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러셀살모사도 강한 독성을 가진 위험한 뱀 중 하나이다. 

러셀살모사는 주로 인도, 태국, 베트남 등에 서식하는 맹독사로 평균적으로 120cm까지 성장하나 최대 170cm까지도 자라는 뱀이다. 살모사 치고는 작은 편에 속하며 매년 수천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아시아에서 가장 치명적인 독사 가운데 하나이다. 더하여, 러셀 살모사에게 물려 독이 흘러들어오면 사람의 피가 젤리처럼 변하게 된다. 

독성이 있는 뱀, 독성이 없는 뱀으로 분류해도 무방할 만큼 뱀에게 독은 주요한 무기이자 중요한 아이덴티티이다. 이런 뱀독의 독성은 천차만별이다. 뱀이 먹는 먹이, 먹이를 먹는 횟수 등 다양한 영향을 받아 체내에서 생성된다. 러셀살모사의 독성도 다양한데, 지금껏 인도에서 독성이 다양화되는 요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뱀독이 서로 다른 이유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 수 있었다. 

인도의 연구팀은 인도 전역 34곳에서 115마리의 러셀살모사 독 샘플을 추출해 분석했다. 독 샘플마다 단백질, 아미노산을 분해하는 효소와 같은 구체적인 구성성분을 파악한 후, 기록된 기후 자료를 통하여 독 성분과 잡힌 뱀의 서식지의 기후 사이의 관계를 알아보았다. 그 결과, 지역적으로 다른 기온과 강수량이 뱀독의 성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기온과 강수량 같은 기후가 어떻게 뱀의 독을 다양하게 만들까?

기후요인에 따른 변수는 프로테아제 활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프로테아제는 단백질을 더 작은 효소(폴리펩타이드 혹은 아미노산)로 분해하는 효소로 아미노산 또는 펩티드 혼합을 만든다. 프로테아제 활성도가 높을수록 단백질을 흡수하기가 쉬워지고 에너지 생산, 면역 기능 강화 등 우리 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프로테아제와 반대로 아미노산 산화효소의 활성은 기후에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 그런 특성을 발견해 낸 연구팀에 따르면 인도의 건조한 지역에 서식지를 둔 뱀일수록 프로테아제 활성이 대체로 더 높다고 한다. 프로테아제의 최적 활성은 40도에서 90도 사이에서 나타난다고 많은 연구들이 말해주고 있다. 인도에서는 건조할수록 실제 기온이 더 높게 오르는 지역이 많기 때문에, 건조할수록 프로테아제의 활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런 연구 결과는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연구팀이 분석한 데이터를 이용해 러셀살모사의 서식지에 따른 독을 나타낸 지도를 작성했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 독이 다르기에 어느 지역의 러셀살모사에게 물렸는지 확인한 후, 연구팀이 내보인 지도에서 찾은 유사한 독성에 관한 정보로 뱀에 물렸을 때 나타나는 증상을 예측할 수 있다. 또한 뱀에 물린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를 제공하거나 독소 항체를 만드는 등 치료법을 표적에 두고 개발을 이어나갈 수도 있다. 

연구팀을 이끈 카르틱 수나가르 인도과학연구소 연구원은 러셀살모사는 다른 어떤 뱀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이고 다치게 하므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뱀이라고 말했다. 또한 뱀독의 특성에 비생물학적 또는 환경적 요인이 얼마나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으로의 더 많은 연구를 통해 뱀독의 특성을 파악하고 뱀의 독을 통해 발생하는 피해들이 줄어들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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