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북유럽 국가들의 환경 교육 철학 지속 가능성과 생태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 사례를 통해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위즈덤 아고라 / 장수빈 기자] 2024년 여름, 우리는 전 세계가 기후 위기의 증거를 목격하는 현장 한가운데 있었다. 서유럽은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발렌시아에서만 200명 이상이 사망했고, 남동유럽은 66일간의 강한 열 스트레스와 23일의 열대야가 나타났다. 스칸디나비아의 빙하는 연간 평균 1.8미터의 얼음 손실을 겪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손실을 기록했다. 그리스는 사상 최장기 폭염으로 도시 전체가 타들어 갔고, 인도 북부에서는 50도를 넘는 기록적인 고온으로 수천 명의 열사병 환자가 병원으로 실려갔다. 브라질 아마존은 극심한 가뭄으로 강이 마르고, 독일과 벨기에는 100년 만의 대홍수로 수백 명이 실종되었다.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현재의 환경’이다.
이런 시대에 교육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단순히 종이 위에 쓰인 이산화탄소 배출량 수치를 외우는 것을 넘어서, 실제로 환경에 대한 감각을 키우고, 생태적 책임감을 지닌 시민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이 가능할까? 우리는 그 해답을 북유럽 국가들에서 찾을 수 있다.
북유럽, 특히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은 ‘지속 가능성’과 ‘생태 감수성’을 교육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이들 국가는 환경을 단일 교과로만 다루지 않는다. 언어, 과학, 역사, 미술, 체육 수업 속에서도 환경적 사고를 연결시키고, 학생이 실제로 자연 속에서 학습하며 체험하도록 유도한다. 북유럽에서는 자연이 교실이며, 자연에서 배운 감각이 결국 시민 의식으로 확장된다.
핀란드에서는 모든 학생이 ’지속가능발전 목표(SDGs)’에 기반한 프로젝트 수업을 경험한다. 예를 들어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학교 급식소의 탄소발자국을 분석하고, 보다 친환경적인 식단을 설계해 직접 교육청에 제안하기도 했다. 단순한 교과서 지식을 넘어, 지역 사회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교육의 힘이다. 이러한 실천 중심의 교육은 학생들에게 환경 문제에 대한 책임감을 심어준다.
스웨덴은 국가 차원의 ESD(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전략을 세우고, 모든 교사의 연수 과정에 환경교육을 포함시켰다. 학교에서는 ‘기후 시민 교육’이라는 개념 아래 학생들이 지역 기후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모의회의, 시민 청원 작성 등의 활동을 진행한다. 이는 미래 세대를 단순히 보호받는 존재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기후 정의를 실현할 주체로 성장시키려는 교육의 방향성이다. 이러한 통합 교육은 학생들이 지속 가능성을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도록 돕는다
노르웨이에서는 자연 속에서 이루어지는 ’야외 학습(friluftsliv)’이 일상화되어 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정기적인 산책 수업과 캠핑, 환경 모니터링 활동이 포함된다.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며 생태계와 교감하는 경험은 교과서에서 배운 어떤 지식보다 깊은 생태 감수성을 심어준다. 이러한 경험은 학생들이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보호하려는 태도를 형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북유럽 교육의 장점은 분명하다. 첫째, 환경 문제를 ‘나와는 무관한 것’이 아니라, ‘내 삶의 문제’로 인식하게 만든다. 둘째, 문제 해결의 주체로 학생을 성장시키며, 행동을 기반으로 한 시민 의식을 길러낸다. 셋째, 지식과 체험을 통합하여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내면화한다. 그러나 이러한 모델이 다른 나라에서 그대로 적용되기란 쉽지 않다. 북유럽의 성공은 그들 사회의 특수한 조건—높은 교육 자율성, 안정적인 사회 복지, 낮은 교사 대 학생 비율—에서 가능했던 측면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철학을 자신들의 교육 시스템에 맞게 벤치마킹할 수 있을까?
첫째, ‘환경’이 단일 과목이 아니라 교육 전반에 녹아들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커리큘럼 변경이 아니라, 교육 철학의 전환을 의미한다. 한국이나 튀르키예예, 일본처럼 입시 위주의 시스템에서도 창의적 체험 활동이나 융합형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지속 가능성 교육을 접목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둘째, 학생의 ‘참여’를 전제로 한 교육이 되어야 한다. 북유럽 국가들은 학생을 단순한 수용자가 아닌, 기획자, 제안자, 실천자로 인정한다. 환경 동아리, 청소년 정책 제안 플랫폼, 학교 내 에너지 절감 캠페인 등은 적은 예산으로도 가능한 시도들이다.
셋째, 교사 교육이 변화해야 한다. 지속 가능성 교육은 정해진 답이 없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실 속 문제를 다루기에 교사의 감수성과 융합적 사고력이 중요하다. 교사 연수에서 기후 위기, 생태 윤리, 행동 기반 교육 등에 대한 학습을 필수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기후 위기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는 열쇠는 기술도, 정책도 아닌, 결국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람을 길러내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바로 교육이다. 북유럽이 보여준 사례는 단순한 이상향이 아니라, 우리가 현실에서 시도할 수 있는 작은 변화의 출발점이다. 현재 기후 위기를 초래한 삶의 방식을 바꾸고 유지하는 것은 어려서부터 습득된 교육이 내재될 때 가장 확실하게 변화될 것이다다. 교육은 더 이상 기후 위기를 ‘설명’만 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그것에 ‘대응’하는 시민을 만들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