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에 대한 편견과 오해
누가 외동이 이기적으로 성장하게 했는가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위즈덤 아고라 / 김정서 기자] ‘외동은 이기적일까?’ 이 질문은 많은 논쟁과 토론을 불러일으켰다. 많은 사람들이 외동을 이기적으로 생각하는데, 과연 이는 단순한 고정관념일까, 아니면 심리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추측일까?
우선 외동이 이기적인가에 대한 답을 먼저 찾아보자. 외동이 이기적이라는 부정적인 고정관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존재한다. 미국의 아동심리학자 그랜빌 스탠리 홀은 외동을 ‘고립되고 이기적인 존재’로 묘사했으며,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역시 외동아이가 과잉보호받고 이기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한, 가족 내 위치가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다. 영국심리학회의 린다 블레어는 “가족 내에서 위치가 아이의 성격을 결정한다”라고 그의 책에 서술했다.
유튜브를 보면 ‘K-장녀’, ‘둘째 특’, ‘막내 특’이라는 제목과 함께 그들의 특징을 보여주는 영상이 업로드 되어있다. ‘K-장녀’하면 책임감이 강하며, 독립적인 성향이 강한 장녀를 생각하고, ‘둘째’를 생각하면 가족 내에서 특별히 관심은 안 받지만 혼자서도 뭐든지 잘 해내는 아이, ‘막내’ 하면 많은 사랑을 받으며 밝은 아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러한 내용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만큼, 많은 가족은 가족 내 위치에 따라 성격이 정해져 있다. 첫째의 경우, 부모님의 기대와 책임감 때문에 독립적으로 커가는 성향이 강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외동의 경우, 가족 내 위치가 형제가 있는 가족보다는 정해지지 않았고, 분산되지 않은 사랑을 받으니, 이기적으로 클 수도 있다는 추측이다.
과거 가족의 크기가 노동력과 직결되었을 때, 유일한 자녀는 애지중지할 수밖에 없는 대상이었다. 그리하여 외동아이를 과잉보호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이때와는 시대가 많이 변하고 지금은 외동을 많이 볼 수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외동은 과잉보호를 받는다는 인식이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며 해당 인식은 만연하게 퍼져 ‘외동은 이기적이다’라는 인식이 남아있다는 의견도 있다.
외동은 흔히 이기적이고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다. 이는 진실일까? 1980년대 연구원 토니 팔보와 데니스 폴리틱의 분석 연구에 의하면 외동은 성취와 동기부여, 적응력과 같은 분야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고, 대부분의 능력 또한 형제와 자매가 있는 아이들과 유사했다는 결과가 있었다. 오히려 의지할 형제자매가 없기에 다른 가정의 아이들과 우정을 쌓으며 소통하는 방법을 빨리 터득할 수도 있다고 한다. 즉, 외동이 이기적이고 사회 적응력이 떨어진다는 말은 낭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의 더글러스 다우니가 미국청소년건강연구세어 1994~95년 미국의 7~12학년 청소년을 표본으로 장기 연구를 진행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유치원생의 경우 외동인 아이와 외동이 아닌 아이를 가르는 차이가 있었지만 학령기를 지나는 동안 외동들이 친구들을 모으면서 그 차이가 사라진다.”며 “형제가 있을 경우 수량화되는 이점이 있는지 추적해보았지만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한 미국 텍사스대 교수 토니 팔보의 연구에 의하면, 외동아이와 형제가 있는 아이의 리더십, 성숙도, 사회성, 유연성, 안정성 등 16가지 속성을 분석한 결과, 둘 간의 점수에 차이가 없었고 성취 동기와 자존감에서는 외동이 점수가 더 높았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최근 연구들은 외동이 창의성과 독립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한다. 2017년, 중국 상하이 뉴욕대학교(Shanghai NYU) 연구팀은 외동과 형제가 있는 아이들의 인지적 차이를 비교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외동의 전두엽 회백질 용적이 더 크며, 이는 창의적 사고 능력과 관련이 있었다. 즉, 외동이 문제 해결과 창의적 사고에서 강점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시대적 변화에 따라 인식이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가족이 일반적이었지만, 현대에는 외동이 점점 더 보편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한 자녀 정책’ 이후 외동이 주요한 인구 집단으로 자리 잡으며, 이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졌다. 이와 함께, 외동이 과잉보호를 받는다는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외동은 ‘부모의 과잉보호로 인해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편견이 강했지만, 오늘날에는 부모의 양육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그러한 고정관념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 현대 부모들은 자녀의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다양한 외부 활동을 지원하며, 이러한 환경 변화는 외동이 사회적 기술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수많은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외동은 이기적이다’라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오히려 성취 동기와 자존감이 높으며, 독립적이고 창의적인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외동이 선천적으로 이기적이라는 고정관념은 왜 강화되는 것일까? 이에 로렌 샌들러는 “가족역학과 아동발달에서는 민간의 조언과 대중의 믿음이 고스란히 전문 지식의 원천이 되었다.”며 “수없이 많은 과학적인 연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우리의 믿음에 맞지 않으면 무시되어버린다”고 분석한 바 있다. 즉, 외동이 이기적이라는 주장은 낭설일 뿐이며, 대중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가족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외동에 대한 고정관념 역시 변화해야 할 시점이다.
[위즈덤 네이처]생화학이란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반응이나 생명현상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최근에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라고 하면 모두가 아는 정도로 진화론은 대중화되었습니다. 한 생물이 진화하는 것에 대한 증거로는 이를 구성하는 유전자나 단백질 등의 생화학적 특징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생물체가 현재에 존재하기까지 어떤 내외부 환경을 겪어 진화를 했는지 고찰해보는 컬럼을 연재합니다. 위즈덤 아고라 김정서 기자의 ‘위즈덤 네이처’로의 생화학 속 진화론의 세계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