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에게 ‘국제 사회에서 고립’에서 탈출할 방안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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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 에디터 8기 / 우동훈 기자] 최근 미국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가능성이 다시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대화가 언제,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점진적으로 영향력을 회복하고 있으며, 이번 협상을 통해 외교적 입지를 더욱 강화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과거 국제적으로 고립되었던 그가 미국과 직접 협상할 기회를 얻었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은 러시아의 대외 전략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보인다.
러시아 외무차관 세르게이 랴브코프는 푸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 준비가 공식적으로 시작되었음을 밝혔다. 그는 “미-러 관계 정상화와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이 핵심 의제”라고 언급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미-러 장관급 회담 이후, 양국 간 고위급 협의가 2주 내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논의에서는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 △경제 및 투자 협력 기반 마련 △양국 대사관 운영 정상화 등의 주요 의제가 다뤄졌다. 그러나 이러한 협상에 우크라이나는 배제되었으며,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강한 반발을 보였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통해 국제무대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자 한다. 국제사회는 여전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있으며, 유엔과 서방 국가들은 강력한 대러 제재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국제형사재판소(ICC)는 푸틴 대통령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행정부의 교체와 이에 따른 대러시아 정책 변화는 푸틴에게 새로운 외교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과 협력 의지를 내비치면서, 양국 간의 직접적인 정상회담 가능성이 가시화되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모스크바로 공식 초청하는 등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제시한 ‘평화 계획’은 사실상 러시아의 핵심 이익을 관철하려는 전략적 요구에 가깝다. 그 주요 내용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의 유지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금지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해제 등을 포함한다. 러시아는 이러한 조건을 제시하면서도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입장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안은 서방 국가들과 우크라이나에 의해 수용될 가능성이 낮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통해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서방 역시 러시아의 일방적인 승리를 인정하는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푸틴과 트럼프의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이는 미-러 관계에 중요한 외교적 전환점을 제공할 것이다. 지난 10년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를 공식 방문한 사례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회담은 외교적으로도 이례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어느 정도 양보할 의향이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서방과의 대립 속에서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을 유지하고, 경제적 제재 완화를 통해 국내 경제를 안정시키는 데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미-러 대화가 단기적으로 실질적인 평화 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걸림돌은 우크라이나의 참여 배제다. 협상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우크라이나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합의는 실질적인 평화로 이어지기 어려우며, 지속적인 갈등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는 한, 우크라이나 측이 러시아의 조건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에 따라 미국의 대외 정책 기조가 다시 변동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통적으로 실용주의적 접근을 선호하며, 직접 협상을 통해 국가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채택해 왔다. 그러나 미국 내부에서의 정치적 논쟁과 서방 동맹국들의 반응을 고려하면,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이 단순한 정상회담만으로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의 요구 조건이 서방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에서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장기적인 평화 유지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전쟁 종식과 국제 질서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보다 포괄적인 다자협상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미국, 러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중국, NATO 등 주요 국제 행위자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요구된다.
결국 미-러 협상은 단기적인 외교적 이벤트를 넘어 국제정치의 장기적 균형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적 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실질적인 국제적 인정과 제재 완화를 얻기 위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협상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전화 한 통이나 단기적인 회담이 아니라, 지속 가능하고 포괄적인 외교적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