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과 김치, 한국인의 ‘밥상 생존기술’
해외에서는 잡초, 한국에서는 밥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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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제공 >
다가오는 2월 14일, 오곡밥과 함께 다양한 나물과 김치를 먹는 ‘정월대보름’(음력 1월 15일)에 지내는 한국의 명절 중 하나로, 한 해의 풍요와 건강을 기원하는 날을 기다리며, 한국인에게 익숙한 밥반찬인 ‘나물’과 ‘김치’의 뒷이야기를 파헤쳐보고자 한다.
예로부터 한국인들은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며 다양한 나물(사람이 먹을 수 있는 풀이나 나뭇잎 따위를 통틀어 말하는 것)을 먹어왔는데, 그 중 한국인의 밥상에 흔히 등장하는 고사리와 봄나물 등 여러 나물에는 독이 들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덴마크와 같은 다른 나라에서는 이들을 ‘독초’나 ‘잡초’로 간주하여 섭취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해외에서 독초로 여겨지는 식물들을 왜 먹는 걸까?
한국의 나물은 단순한 음식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나물 중 하나는 콩나물이다. 정확히 언제부터 한국인들이 콩나물을 먹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고려 태조 왕건이 군사들에게 콩나물을 식량으로 제공했다는 기록이 있다. 콩나물은 자라기 쉬운 식물로, 구하기도 쉬워 예전에는 주로 굶주릴 때 먹는 대용으로 사용되었다. 여러 콩에 물을 주어 불리면 나물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데 서민들이 쉽게 먹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나물 문화에는 흉년, 기근, 전쟁 등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국인들의 지혜가 담겨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물 문화의 발달에는 한반도의 농경환경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한반도는 농업에 적합한 땅이 아니었고,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에 취약했다. 이런 힘든 환경에서 한국인들은 자연과 싸워야 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보릿고개’라는 말이 생겨났다. 보릿고개는 보리가 수확되기 전까지 식량이 부족해 굶주려야 했던 시기를 의미한다. 한국인들은 이러한 시기를 견디기 위해 산지가 많은 한반도의 특성을 활용하여 다양한 나물을 채집하고, 독성이 있는 식물도 조리 과정을 거쳐 먹을 수 있도록 변형하는 지혜를 쌓았다.
예를 들어 고사리나 곤드레와 같은 나물들은 그 독성을 제거하기 위해 한국인들은 이를 삶은 후 말리거나 불려서 먹는다. 특히 고사리는 오늘날까지도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인기 반찬’ 이다. 독성물질이 제거된 고사리는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불릴 만큼 풍부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뜨거운 인기를 더해가는 K문화와 함께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한국의 전통 음식 ‘김치’ 또한 이러한 생존 본능에서 탄생한 음식이다. 김치는 발효식품으로, 겨울철 신선한 채소를 구하기 힘든 시절에 자연 발효를 통해 영양소를 보존하고 다양한 유산균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김치는 단순히 채소를 저장하는 방법을 넘어서 건강에 좋은 유산균과 비타민을 제공하여 한국인들은 혹독한 겨울을 잘 버틸 수 있었다. 특히 김치는 피클과 달리 변형이 무한히 가능하고, 다양한 재료와 조합을 통해 한국인의 창의성을 보여주는 음식이다.
이처럼 한국의 나물과 김치 문화는 단순히 전통 음식을 넘어서, 수천 년 동안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며 살아온 한국인들의 지혜와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