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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앞설 줄 알았던 인도 코로나 확진자 수, 브라질에게 따라 잡히다

사람들로 혼잡한 거리 속에서도 확진자 10분의 1로 ‘뚝’

< 사진 출처: Pixabay >

[객원 에디터 1기 / 이원준 기자] 2020년은 폐호흡기 질환 전염병인 코로나바이러스 (coronavirus)와 함께 한 해가 시작됐고, 13억 8천만 인구의 인도에서  확진자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건 그해 3월이었다. 인도 특유의 밀집된 인구, 비위생적인 생활환경, 그리고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방역수칙들로 인해 확진자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마침내 2020년 9월에는 일일 확진자가 하루에 10만 명에 육박하면서 누적 확진자 수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주정부들의 몇 주간의 락다운(lockdown)과 야간 통행금지를 시행했고, 위반자들에게는 경찰이 폭력을 행사할 정도로 엄격한 제재가 있었으며  서로 다른 주간의 이동제한, 열차 운행금지, 국내선 및 국제 여객기 운항금지 등 확진자 수를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규제를 시행했지만, 넘쳐나는 인구와 극심한 빈곤으로 효과적이지 못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빈곤층들이 경찰의 몸둥이질을 감수하고라도 돈을 벌기 위해 거리로 나왔고 아시아 최대 빈민가 중 하나인 다라비가 있는 뭄바이에서는 병실 부족으로 한 침대에 두 환자가 누워있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으며, 가족들이 코로나로 사망한 환자의 시신 인도를 거부하는 바람에 병실 안에 환자들과 시신들이 같이 방치되는 끔찍한 상황도 발생하였다. 

하지만, 인도의 일일 확진자 수는 9월 중순에 정점을 찍은 뒤 급속히 줄어들어 10만 명에 육박했던 신규 확진자 수가 불과 5개월 만에 10분의 1로 급감하였다. 하루에 50만~80만 건의 검사수에 비해 확진자 수는 1~2%대에 불과했고, 지난해 9월에는 하루 1 천명씩 목숨을 잃었던 반면 하루 신규 사망자 수는 최근 들어 100명안팎에 그쳤다. 사회적 거리두기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상황은 극적으로 호전되어 현지에서는 “코로나 19가 잡혔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인도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수가 급감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하면서 전문가들은 상황 해석을 놓고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명확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인도의 집단면역이 형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단면역은 많은 사람들에게 전염병에 면역력이 생겨 급속 확산을 막는 것을 의미한다. 뉴델리 당국은 올해 1월에 주민 2천만 명 가운데 56%가 이미 코로나에 노출되었다는 조사 결과를 얻어 집단면역의 가능성에 대해 기대감을 높였지만, 더 많은 주민들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항체 형성자가 20%대에 불과해 집단면역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이 나왔다. 면역력이 월등히 강한 젊은 층의 인구가 많은 것도 하나의 이유로 제시됐지만, 거의 동일한 젊은 층의 인구를 가진 브라질의 상황은 매우 다른 것을 보아 확실치 않은 근거라는 평가가 많았다. 인도의 코로나 확진자 수 급감의 또 다른 근거로 Rapid test가 있다. Rapid test는 보통 코로나 PCR 테스트와는 달리 코에서 채취한 점액 표본을 특수한 액체에 섞어서 그 자리에서 검사 결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지만, 정확도가 굉장히 낮기 때문에 신뢰도에 문제가 많다. 인도는 많은 검사 대상자에 비해 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전문인력과 장비의 부족으로 대부분의 코로나 검사가 Rapid test로 이루어졌다. 그로 인해 많은 코로나 무증상 환자가 음성으로 결과가 나와 코로나에 걸린 줄 모르고 생활하다가 회복된 인구가 많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 사진 출처: Pixabay >

이와 같이 여러 근거들이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평소 불량한 위생환경과 여러 풍토병에 노출되어 살아가고 있는 인도인들의 높은 면역력이 가장 유력한 이유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까지는 개발도상국인 인도의 길거리에는 온갖 운송수단, 동물, 사람들이 무질서하게 얽힌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시민의식과 공중도덕의 부재로 노상방뇨는 대도시의 대로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고 도로변은 쓰레기 더미가 언덕을 이루고 있다. 길거리 음식 노점은 파리떼로 덮여있고 물이 귀한 탓에 위생의 가장 기본인 손 씻기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비위생적인 환경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질병 또는 바이러스로 목숨을 잃는 게 인도의 현실이지만, 예로부터 지속되어왔던 생활이기에 체질적으로 면역력이 강한 것이다. 

2021년 3월 16일 인도의 보건·가족복지부에 따르면 코로나 누적 확진자 수는 1천92만 5천710명으로 세계 최대 수준을 달리고 있지만 누적 사망자 수 14만 3천709명과 치명률은 1.4%로 세계 평균(2.3%)에 비해 상당히 낮다. 위에서 나열한 것처럼 넘쳐나는 인구와 거리두기의 부재, 비위생적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수치를 보여준다는 것은  강한 면역력의 효과라고 밖에는 다르게 생각할 수가 없다. 

현재  전 세계는 코로나 19로 인해 여러 방면에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나라에서 백신의 개발과 보급에 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미래에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인도의 상황을 보면 이번 코로나 사태는 결코 의료과학 기술이 발달한 나라들만이 전염병을 맞이했을 때 잘 극복해낼 수 있다는 상식의 틀을 깨버렸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또다시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유행하게 된다면 인도와 같이 나라들이 소위 선진국이라고 여겨지는 나라들보다 더 잘 이겨낼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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