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조류 충돌과 로컬라이저 논란 속 진실 규명 나선 경찰

강제수사 나선 경찰, 무안공항 등 압수수색

< Illustration by David Kim 2008 >

[객원 에디터 8기 / 최현우 기자]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동체만으로 비상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 밖 ‘로컬라이저’에 정면충돌하며 폭발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181명(승무원 6명, 한국인 승객 173명, 태국인 승객 2명) 중 179명이 숨졌다. 이번 참사는 1993년 7월 26일 발생한 아시아나 해남 추락 사고(66명 사망, 44명 부상)보다도 사상자가 많아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중 가장 인명피해가 컸다.

당시 상황을 시간대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오전 8시 54분 비행기가 관제탑에서 착륙 허가를 받고 01번 활주로로 접근

-오전 8시 57분 관제탑에서 조류 충돌 위험 경고

-오전 8시 59분 기장이 메이데이를 3번 선언(메이데이는 비행기가 심각한 위험에 처했을 때 보내는 구조 요청 신호임)

-첫 번째 착륙 시도 실패

-약 1분 후 관제탑이 19번 활주로로 재착륙 허가

-여객기는 동체 착륙 시도

-결국 오전 9시 03분 활주로 끝 콘크리트 둔덕에 충돌하며 폭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에 따른 랜딩기어 미작동이 지목되면서 조류 충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무안국제공항은 지리적 특성상 철새가 많이 서식하는 바닷가 인근에 위치해 있다. 새들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겨울 철새 도래까지 증가해 철새 관리와 비행 안전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권보현 교수는 기장이 메이데이 선언을 하고 착륙을 포기한 채 다시 떠오르는 복행 후 활주로로 재접근하려면 5천 피트까지 고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상승하지 못했고, 엔진 쪽에서 검은 연기가 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는 사고 비행기가 조류 충돌로 인해 이미 양쪽 엔진이 비정상 상태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번 사고에서 구조된 승무원 중 한 명도 사고 원인과 관련해 “조류 충돌로 추정된다”며 착륙 직전 한쪽 엔진에서 연기가 난 뒤 폭발이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국토부는 조류 충돌과 랜딩기어 이상의 직접적인 연관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통상적으로 엔진 고장과 랜딩기어 고장은 상호 연동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어 ‘조류 충돌, 랜딩기어 오작동 등 여러 문제가 나오는데 조사를 명확히 해봐야 원인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의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무안공항 활주로 끝단 부근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사고 당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31일 브리핑에서 무안공항 로컬라이저가 규정상 문제가 없으며,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공항, 스페인 테네리페 공항 등 해외 공항에도 유사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다수 발견된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하지만 과거 해외 공항의 활주로 이탈 사고에서는 무안공항과는 달리 부서지기 쉬운 구조물로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사례가 드러나 국토부의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자주 비행하는 비행교관과 조종사들은 활주로의 로컬라이저 설치 콘크리트 둔덕 존재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위험성도 상존하는 공항이라며 입을 모았다. 7년간 무안공항을 이용한 비행교관이자 조종사 A 씨는 2일 연합뉴스에 “수년간 이착륙하면서 상공에서 눈으로만 둔덕을 확인했고 당연히 흙더미인 줄 알았지, 콘크리트 재질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높이 2m에 두께 4m 콘크리트 덩어리가 공항 차트에 적혀 있지 않았고, 안내를 따로 받은 적도 없어 다른 조종사들 역시 모르고 있었다고 뒷받침했다.

로컬라이저가 또 하나의 문제가 된 예로 2015년 4월 14일 아시아나항공 OZ162편이 히로시마 공항에 착륙 도중 활주로를 벗어난 사고가 있다. 당시 기체가 로컬라이저를 들이받았으나 바닥에 설치된 안테나는 모두 부서져 큰 충격을 주지 않았다. 항공기는 로컬라이저 충돌 후 반원을 그리며 돌아 풀밭에 정지했고, 탑승객 81명 전원이 생존했다. 로컬라이저는 항공기에 전파를 보내 활주로에 안전하게 착륙하도록 돕는 공항 내 필수 시설이나, 이번 제주항공 참사에서는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적받고 있다.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설치돼 사고 항공기와 충돌하면서 화재를 동반한 폭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고시한 ‘공항·비행장시설 이착륙장 설치 기준’에 따르면 정밀 접근 활주로라면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지점까지 안전 구역을 연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무안공항은 정밀 접근 활주로에 해당하므로 무안공항의 안전 구역은 로컬라이저가 있는 곳까지여야 한다. 안전 구역 내에서는 지금과 같은 콘크리트 둔덕이 허용될 수 없다. 또한 공항 설계 시 반드시 참고해야 하는 ICAO(국제민간항공협회) 공항설계 매뉴얼 제6부(ICAO Doc 9157, Part 6) 첫 장에도 ‘활주로 주변 모든 구조물은 부러지기 쉬운 구조물(Frangible)’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로컬라이저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에 경찰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사고 원인과 책임 규명을 위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전남 경찰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사본부(본부장 나원오 수사부장)는 2일 무안국제공항 담당 부서 사무실과 관제탑, 부산지방항공청 무안출장소, 제주항공 서울사무소 등에 수사관 30여 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은 사고 당시 관제기관 서버에 저장된 운항 및 교신 기록 등 전자정보를 추출하고 복제해 별도 저장장치로 반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인명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지적된 착륙 유도시설 로컬라이저를 받치는 콘크리트 둔덕 관련 자료도 압수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본부는 사고 기체의 운행, 정비, 시설 등을 크게 세 갈래로 나누어 관련 전자기록과 서류 일체를 확보했다. 현재까지 입건자는 없지만,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에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기재되어 있어 입건자가 나올 경우 같은 혐의가 적용될 전망이다.

앞서 참사 발생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수사본부는 사고 기체 운항사인 제주항공 서울사무소 관계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첫 조사를 벌였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조사위)도 사고 항공기 블랙박스를 수거해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사고 발생 후 약 3시간 만에 수거된 블랙박스에는 운항 기록계(FDR, Flight Data Recorder)와 음성 기록계(CVR, Cockpit Voice Recorder)가 포함돼 있다. FDR은 사고 당시 고온에 노출된 탓인지 내부까지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위는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FDR 추가 조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조사위는 사고 원인이 조류 충돌인지, 랜딩기어 결함인지, 착륙 유도시설 문제인지 등을 규명하기 위해 현장 조사와 분석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사고 원인과 책임을 엄정히 규명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무안공항 참사로 희생된 분들과 유가족들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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