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명왕성과 카론, 두 천체에 얽힌 이야기

<Pixabay 제공>

[객원 에디터 8기 / 이지윤 기자] 지금은 태양계를 떠나 ‘왜행성 134340’으로 강등된 명왕성에게는 그 주위를 돌고 있는 거대한 위성 카론이 있다. 명왕성의 지름인 1,118km과 비교했을 때 카론의 반경은 그의 절반 가량인 606km이며 질량 또한 명왕성의 12%에 달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에게 수수께끼를 던진 것은 “어떻게?”라는 질문이었다. 카론은 어떻게 형성이 되었고 어떻게 명왕성의 위성이 된 걸까?

지구의 위성인 달은 수십억 년 전 지구에 거대 소행성이 충돌한 후 튀어나온 파편들이 뭉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리고 명왕성의 위성인 카론 또한 명왕성과의 충돌로 인해 형성되었을 것으로 추측이 되었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크고 달보다 질량이 약 81배나 큰 카론의 크기와 궤도를 달과 같은 형성 과정을 거쳐왔다고 설명하긴 어려웠다.

이 수수께끼를 풀어낸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달·행성 연구소 아딘 덴턴 박사팀은 지구와 달과는 다르게 매우 차가운 암석과 얼음으로 이루어진 명왕성과 카론의 구성 물질의 강도를 반영하여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모델들을 가지고 새로운 시나리오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다. 이 시뮬레이션에서 원시 카론이 명왕성과 충돌한 후 명왕성의 위성으로 붙잡히게 되는 시나리오가 생성되었다. 주된 결과로는 원시 명왕성과 원시 카론이 충돌한 후 일정 시간 동안 눈사람처럼 8 자 모양으로 붙어 함께 돌다가 서서히 분리되었고, 시간이 흘러 현재의 위성과 행성의 관계가 형성되었다.

연구팀은 이 시뮬레이션의 결과를 확인하고서 가벼운 충돌을 키스로 표현, 그리고 현재의 궤도에 자리 잡은 것을 포획으로 표현하여 시나리오의 이름을 ‘키스와 포획’으로 결정했다. 기존의 위성들은 보통 달과 같은 형성을 거치게 된다. 원시 시절의 행성과 부딪혀 나온 파편들이 모여 하나의 위성을 만들어내고, 그 위성은 행성의 주위를 돌게 되는 형식이다. 하지만 카론의 경우는 사뭇 다르다. 충돌보다는 접촉과 가까운 형태이고 이는 카론이 이미 형성된 후, 명왕성과 부딪혀 명왕성에 발이 묶인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증거로 연구팀은 원시 명왕성과 원시 카론은 원래의 물질과 상태를 거의 온전히 보존하고 있다는 것을 제시했다. 카론이 명왕성만큼 오래되었을 수 있다는 가능성 또한 존재하기에 ‘키스와 포획’ 이후에 원시의 카론이 명왕성에 붙잡혔다는 가설도 가능성이 희박하지 않다.

카론이 어떻게 위성이 되었는지에 관한 수수께끼는 실마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지 카론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는 미궁에 빠져있다. 카론이 위성이 될 수 있었던 과정을 발견한 것처럼 카론의 형성 과정도 밝혀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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