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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재개관, 마크롱의 지지율 회복 불씨 될까?

노트르담 대성당, 프랑스 국민들의 역사적 정체성과 문화적 자부심

< Illustration by HyeongJu Lee (이형주) >

[객원 에디터 8기 / 김나현 기자] 프랑스 파리의 상징 중 하나인 노트르담 대성당은 고딕 건축의 정수로 평가받는 걸작이다. 1163년 당시 대주교였던 모리스 드 쉴리에 의해 초석이 놓인 이 성당은 무려 200여 년에 걸친 대공사 끝에 1345년에 완공되었다. 높은 첨탑과 섬세한 디테일,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로 유명한 이 대성당은 건축사적으로나 미학적으로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방문하며 그 아름다움과 위엄에 감탄을 자아낸다.

노트르담(Notre-Dame)은 프랑스어로 ‘우리의 성모’를 뜻하며, 가톨릭 성당들 사이에서 흔히 사용되는 이름이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은 단연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이 대성당은 16세기 종교개혁과 프랑스 혁명을 거치며 일부 구조물이 훼손되었지만, 1804년 나폴레옹의 대관식이 열리며 여전히 프랑스의 권위와 위엄을 상징하는 장소로 자리 잡았다. 이후 19세기 빅토르 위고의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재건축이 이루어졌고, 오늘날까지도 파리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2019년 4월 15일, 노트르담 대성당은 역사적인 위기를 맞이했다. 대성당 근처에서 발생한 화재는 순식간에 건물로 번졌고, 약 10시간에 걸친 진화 끝에야 불길이 잡혔다. 성당의 기본 구조물과 일부 유물들은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목조 지붕과 19세기 재건 당시 첨가된 첨탑이 완전히 소실되었다. 불에 그을린 대성당의 모습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고, 복구에 최대 40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왔다.

화재 직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대성당 복구를 위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겠다고 약속하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국민들에게 “5년 안에 대성당을 재건하겠다”는 과감한 목표를 제시했고, 세계 각국에서도 복구를 위한 기금과 지원이 쇄도했다. 이러한 국제적 협력과 프랑스 국민들의 열망 속에서 대성당의 복구 작업은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되었으며, 마침내 2024년 약속대로 재개관이라는 결실을 맺게 되었다.

2024년 노트르담 대성당의 재개관은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중요한 순간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행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며 복구의 성공을 축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오독사(ODoxa)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의 지지율은 단 24%에 머물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 측근조차 “이번 재개관은 노트르담 대성당을 위한 것이지 마크롱 대통령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할 정도로, 그의 개인적 업적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재건은 단순한 건축 복구를 넘어, 프랑스 국민들에게 역사적 정체성과 문화적 자부심을 되찾아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그러나 이를 이끈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냉담한 반응은 현대 정치가 가진 복잡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861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성당은 불꽃 속에서도 살아남아 그 빛을 되찾았지만, 프랑스 국민과 지도자 사이의 신뢰는 여전히 재건이 필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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