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노벨평화상: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한 외침
한국인 원폭피해자협회 회장, 후손회 회장 초대받아…
시상식에서 한강 작가 언급
[객원 에디터 8기 / 장수빈 기자] 2024년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시상식은 역사적 의미를 새롭게 각인시켰다. 노벨평화상은 다른 노벨상들과 달리 스웨덴이 아닌 노르웨이에서 수여된다. 이는 노벨상의 창시자인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 때문이다. 1896년 그의 유언에 따르면, 물리학, 화학, 의학, 문학 분야의 노벨상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수여되지만, 평화상만은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서 수여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당시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연합 왕국이었고, 노벨은 노르웨이가 평화 문제에서 더 중립적이고 이상적인 시각을 지녔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노벨평화상은 전 세계에서 평화 증진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수여된다. 수상자 선정은 현재 진행 중인 평화 활동과 그 결과를 중시하며, 정치적, 사회적 상황에 따라 논란이 되기도 한다.
올해의 수상자는 일본의 원자폭탄 피해자 단체 ‘니혼히단 쿄’(日本被団協, 일본 원폭 피해자 협의회)로, 이들은 핵무기의 비인간성을 세계에 알리고 핵무기 폐기를 촉구하며 70년 이상 활동해 왔다. 노벨위원회는 니혼히단쿄의 헌신적인 노력과 국제적인 영향력을 높이 평가하며, “이들의 활동은 핵무기의 비극적 결과를 전 세계에 알리고, 핵무기 금지와 폐지를 위한 국제적인 논의에 중대한 기여를 했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다나카 데루미(92), 미마키 도시유키(82), 다나카 시게미쓰(84) 대표위원은 시상식에 참석해 노벨평화상 메달과 증서를 받으며 전 세계를 향해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올해 시상식은 특히 한국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으로 인해 약 7만 명의 한국인이 피해를 입었지만, 이들의 존재는 오랫동안 국제적으로 묻혀 있었다. 이번 시상식에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인 정원술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회장과 원폭 피해 2세인 이태재 한국원폭피해자 후손회 회장이 참석해 한국 피폭자들의 존재를 알렸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니혼히단 쿄'(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의 대표단 31명 중 한국인은 이들 둘뿐이다. 정 회장은 “이번 수상이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피폭자들의 아픔과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복을 입고 참석한 두 사람은 핵 반대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며 국제 사회에서 아직도 잘 모르는 한국인 피해자들의 실상을 알리고 권리와 보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소리를 높였다.
오슬로 시청에서 열리는 시상식은 웅장하면서도 소박한 분위기로 유명하며, 수상자들은 이 자리에서 세계 평화를 향한 메시지를 직접 발표한다. 이번 시상식에서도 다나카 데루미 대표는 핵무기의 비인간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핵무기는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인류를 위협하는 재앙 그 자체”라고 연설했다.
2024년 니혼히단쿄의 수상은 특히 핵무기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국제 사회에 환기하는 데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시상식이 끝나고 노르웨이 오슬로 거리에서는 핵 반대를 외치는 횃불행진이 진행되었다. 수십 년에 걸쳐 이어진 이들의 증언과 활동은 핵무기 사용의 참상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피해자들이 미래 세대에게 던지는 경고다. 노벨평화상의 역사는 때로 비판도 받았지만, 인류가 평화와 화해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국의 원폭피해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핵무기 폐지와 비핵화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하며, 평화를 향한 국제 사회의 연대가 깊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