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네이처] 공기보다 가벼운 혁신, 에어로겔
[위즈덤 아고라 / 이채은 기자] 에어로겔은 인류가 만들어낸 경이로운 물질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극도로 가벼우면서 놀라운 특징을 가진 이 물질은 다방면으로 인류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1931년 미국의 화학자 새뮤얼 카슬러에 의해 처음 합성된 이후 끊임없이 변화를 거쳤다. 오늘날 에어로겔은 지속 가능성과 혁신의 중심에 서 있다.
에어로겔이란?
에어로겔은 고체와 기체가 결합한 독특한 다공성 물질로, 그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공기(aero)와 겔(gel)의 특성을 모두 지닌다. 주로 실리카(SiO₂), 탄소, 금속 산화물 등의 재료로 합성되며, 각 재료는 고유한 물리적·화학적 특성을 제공한다. 에어로겔의 부피의 99% 이상이 공기로 채워져 있어 밀도가 1kg/m³ 이하로 낮으며, 이는 헬륨보다도 가벼운 수준이다. 이러한 낮은 밀도 덕분에 에어로겔은 “고체로 만든 연기”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에어로겔은 열전도도가 0.015 W/m·K에 불과하여, 현재 알려진 물질 중 가장 우수한 단열 성능을 가진다. 나노 스케일에서 얽혀 있는 실 구조는 높은 기계적 강도를 제공하며, 자기 무게의 약 2,000배에 달하는 하중을 견딜 수 있다. 동시에 이러한 구조는 높은 투과성을 지녀 공기와 가스가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다. 또한, 일부 에어로겔은 뛰어난 소수성을 가져 방수 기능을 지니며, NASA의 자료에 따르면 손으로 만졌을 때 좋은 스티로폼과 비슷한 질감을 가졌다고 전한다.
에어로겔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논문 “Silica aerogel; synthesis, properties, and characterization (Dorcheh and Abbasi, 2008)”에 따르면, 에어로겔을 얻기 위해서는 산소와 규소가 결합한 이산화규소 (SiO2, 실리카) 겔을 만들어야 한다. 규소와 산소를 기본 구조로 가지고 있는 물질을 메탄올, 물, 암모니아와 결합하면 실리카젤이 생성된다. 그다음 에이징(aging)이라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겔의 불순물을 걸러준다. 불순물은 나중에 에어로겔을 만드는 데 필요한 건조 과정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가공하기 전에 꼭 정제해 주어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겔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겔과 유사한 생김새를 지닌다. 하지만 겔 속에는 여전히 액체가 존재할 수 있으므로, 초임계 건조라는 방법을 사용하여 겔을 수축시키지 않고 액체를 제거한다. 초임계 건조는 건조 기계를 사용하여 고온, 고압 상태를 가해준다. 초임계 유체 상태가 된 이산화탄소는 메탄올이 있던 자리로 들어가게 되고, 이후 건조 기계를 상온, 상압 상태로 낮추면 이산화탄소는 기체로 날아가고 그 자리에 공기가 들어가 에어로겔이 형성된다.
위는 이산화규소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구조와 형태를 나타낸 다이어그램이다. 이 중 대표적으로 에어로겔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방법은 주로 위에 설명한 것처럼 wet gel을 만들어 젖은 겔 사이를 채우고 있는 액체를 기체로 만들어 날리는 과정이다.
최근 에어로겔의 제조 기술은 환경친화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폐플라스틱과 바이오 기반 물질을 활용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싱가포르국립대 연구팀은 재활용 페트병을 미세섬유로 변환한 후, 이를 실리카로 코팅하여 에어로겔을 제작했다. 이 방법을 통해 플라스틱병 하나를 재활용하여 A4 크기의 에어로겔을 만들 수 있다.
또한, 바이오 기반 물질을 활용한 에어로겔 제조는 지속 가능한 소재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국과학기술대학교의 연구팀은 바이오매스에서 추출한 나노섬유를 활용하여 탄소 질 나노섬유 에어로겔을 만들었다. 이 에어로겔은 높은 기계적 강도와 열적 안정성을 지니며, 흡착제, 분리기, 단열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셀룰로스를 기반으로 한 에어로겔의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셀룰로스는 자연에서 풍부하게 얻을 수 있는 바이오 폴리머로, 이를 활용한 에어로겔은 단열성, 내화성, 방음성 등 다양한 특성을 보이며, 환경친화적인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에어로겔의 주요 활용
에어로겔은 그 독특한 특성과 뛰어난 성능 덕분에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건축 분야에서 에어로겔은 고성능 단열재로 주목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기존 단열재에 비해 더 얇은 두께로도 뛰어난 단열 효과를 제공하며, 특히 투명성을 활용해 유리창 단열재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에어로겔 단열재가 친환경 건축 프로젝트의 핵심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독일의 한 연구에 따르면, 에어로겔 단열재를 사용한 건물은 에너지 손실을 30% 이상 줄일 수 있다. 또한, 전기차 배터리 및 에너지 저장 시스템에서도 에어로겔은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LG화학과 같은 기업들은 에어로겔 단열재를 통해 에너지 저장 장치의 효율을 개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에어로겔은 대기 중 오염 물질을 흡착하거나, 기름 유출 사고에서 기름만 선택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강력한 흡착제로 사용된다.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에어로겔을 이용해 수중의 중금속을 95% 이상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석유 유출 사고 복구에서는 에어로겔이 기존 흡착제 대비 약 7배 이상의 흡착 성능을 보였다.
에어로겔은 우주 탐사 분야에서도 그 독특한 특성과 성능 덕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우주 환경에서 극한의 온도 변화와 방사선, 진공 상태 등은 탐사 장비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하는데, 에어로겔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에어로겔의 우수한 단열 성능은 극한의 온도 차이를 견디는 데 탁월하다. 예를 들어, NASA의 ‘패스파인더’ 화성 탐사선은 에어로겔을 단열재로 사용하여, 화성의 극단적인 낮과 밤의 온도 차이를 완벽하게 차단했다. 낮에는 20°C까지 올라가지만, 밤에는 -73°C로 떨어지는 화성의 극심한 온도 변화는 우주 탐사 장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에어로겔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장비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또한, 2004년 NASA의 ‘스타더스트’ 탐사선은 혜성 먼지를 수집하는 데 에어로겔을 사용했다. 이 탐사선은 초속 6km로 날아오는 혜성 입자를 포획해야 했는데, 에어로겔의 부드럽고 탄력 있는 구조는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미세 입자를 흡수하면서도 입자에 손상을 주지 않고 그대로 포집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중요한 혜성 먼지를 안전하게 수집할 수 있었다.
에어로겔의 한계와 해결 방안
에어로겔은 뛰어난 단열 성능과 경량 특성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몇 가지 한계점도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기계적 강도 부족이다. 에어로겔은 매우 가볍고 다공성이 크기 때문에 쉽게 부서지거나 손상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연구들은 나노 셀룰로스, 그래핀, 탄소 나노튜브 등을 혼합하여 에어로겔의 강도를 강화하는 복합 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높은 제조 비용이다. 에어로겔은 생산 과정에서 고도의 기술과 복잡한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량 생산 시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최근 친환경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그 예로 앞서 살펴본 폐플라스틱이나 바이오 기반 물질을 활용한 제조 방식이 등장하면서 비용 절감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이러한 개선 방안들은 에어로겔의 상용화를 가속화하고, 더욱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에어로겔의 미래 전망
현재와 미래의 다양한 산업에서 에어로겔의 활용 가능성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에너지 효율성 및 지속 가능성이 중요한 시대적 요구에 맞춰, 에어로겔은 단열재, 환경친화적인 소재, 고성능 배터리 및 전자기기 보호 소재 등으로 그 역할이 커질 것이다. 또한, 우주 탐사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의 필요성이 계속해서 증가함에 따라, 에어로겔은 우주선, 우주복, 그리고 탐사 장비의 핵심 재료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고강도와 저비용 생산기술의 발전으로 에어로겔의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된다면 건축, 자동차, 항공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에어로겔의 보급이 가속화될 것이다. 이러한 발전은 에어로겔을 더 현실적이고 상용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며,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에어로겔은 그 가벼움, 뛰어난 단열 성능, 기계적 강도, 그리고 다양한 응용 가능성 덕분에 과학과 산업의 다양한 영역에서 주목받고 있는 물질이다. 특히, 환경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제조 방법을 통해 미래의 과학적·기술적 요구에 부응할 가능성이 높다. 우주 탐사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부터 일상생활 속의 단열재와 고성능 소재에 이르기까지, 에어로겔의 활용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인 기계적 강도 및 비용 문제는 연구자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적 발전이 이루어진다면 에어로겔은 미래의 혁신적인 소재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위즈덤 네이처] 현대 사회의 놀라운 발전 뒤에는 여러 소재와 화학적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부터 더 깨끗한 에너지를 위한 배터리까지! 이 모든 것은 작은 분자들이 이루어낸 과학적인 산물입니다. 최근에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작은 나노의 세계까지 도달한 나노 기술과 분자 설계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생활에 어떤 물질의 기술들이 영향을 미쳤는지 고찰해 보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어떤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칼럼을 연재합니다. 위즈덤 아고라 이채은 기자의 ‘위즈덤 네이처’와 함께 일상을 구성하는 신소재 기술들과 응용의 깊은 세계를 탐험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