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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는 노인인가? 고령화 대한민국의 뜨거운 감자

100세 시대, 새로운 기준 필요

< Illustration by Yujin Jeon 2007(전유진) >

[객원 에디터 8기 / 태윤진 기자] 현대 사회에서 ‘백세시대’라는 표현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의학 기술의 발달과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기대수명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UN의 ‘2024년 세계인구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65세 이상 인구는 약 8억 1천만 명에 달하며, 이는 전체 인구의 약 10%를 차지한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각국의 사회, 경제,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로 인한 생산인구감소와 감당 불가인 노인 복지 예산 지출 등, 여러 문제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노인 연령 기준 ‘65세’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대한민국의 평균 수명은 약 84세로, 51년 동안 20년 정도 증가했다. 또한, ‘2023년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이 자신이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연령은 평균 71.6살이다. 기대수명과 함께 주관적인 노인의 나이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고령화도 아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노인 비율은 무려 전체의 19%로 노인 연령 기준 65세가 정해진 1981년에 와 비교했을 때 약 다섯 배이다. 이에 따라 은퇴 후의 삶도 길어지고, 노인 복지 비용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하여 연금 지급, 복지 혜택 등을 제공하는 제도가 큰 사회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다른 선진국들의 정책을 살펴보면, 고령층의 고용 촉진과 연금 제도 개혁 등을 통해 다양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2005년에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전체 인구의 28.4%가 65세 이상이다. 생산 가능 인구는 급격히 줄어들고, 이에 따라 사회 보장비가 증가하면서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일본은 고령자의 노동 시장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정년 연장과 연금 지급 기준 연령을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있다. 

미국은 연금 수급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상향 조정했으며, 1978년 정년을 70세로 연장한 데 이어 1986년에는 정년제 자체를 폐지한다. 예를 들어, 미국 대학교수들은 정년 없이 종신교수 형태로 근무하는 사례가 많다. 또한, 6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 보험과 장기 요양보험제도에서 고소득자에게 더 높은 보험료를 부과하고, 일정 소득 이상인 고령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이중근 대한노인회장은 한국도 노인 부양 문제가 심각한 고령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65세를 노인의 기준으로 삼는 현재의 연령을 75세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노인 연령 기준을 높여 생산인구는 늘리고 노인수는 줄이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노인 연령 기준 상향하자는 의견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65세 이상을 노인 기준으로 올리자는 주장은 지난 10년 동안 여러 번 제기되었지만, 제대로 진전된 적은 없었다. 이는 무엇 때문일까?

한국은 구조적으로 노후에 ‘소득 크레바스’ (crevasse절벽)을 겪을 위험이 매우 크다. 정년이 되어 주된 일자리를 떠나는 시기와 공적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시기 사이에 공백이 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정년은 만 60세인데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는 65세인 것이다. 또한,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0.4%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기복지재단의 연구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기초연금 수급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조정하면 경기도 지역에서만 약 수천억 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연령을 조정하면 65세에서 69세 사이의 노인들이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게 되며, 이들의 노인빈곤율은 33.1%에서 38%로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위험 요인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관련 논의는 계속해서 진전이 없을 수밖에 없다. 

이윤경 보건사회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연령기준만 올리면 노인 빈곤이 더 심해지고, 노후에도 질 낮은 일자리를 전전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내년부터 65살 이상 노인이 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로 들어서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루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65세를 노인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시대에 맞지 않다는 점은 확실하다. 대한민국은 급속히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논의만이 아닌 신속한 실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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