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리튬이온전지와 물의 만남, 혁신의 시작

 <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8기 / 이유슬 기자]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배터리의 종류인 리튬이온전지는 1991년 상용화된 이후 현재 스마트폰, 전기차 등에 사용되며 현대 사회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리튬이온전지는 다른 전지에 비하여 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지고 있고 상대적으로 가볍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안전상의 위험과 폐기가 어렵다는 문제점도 지니고 있다.

리튬이온전지의 원리

리튬이온전지는 양극과 음극, 그리고 이 두 전극 사이를 연결하는 전해질로 구성되어 있다. 충전 시에는 음극으로 리튬 이온이 이동해 에너지를 저장하며, 방전 시에는 리튬 이온이 다시 양극으로 이동하며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 과정에서 전자가 외부 회로를 따라 이동해 전류를 생성하게 된다. 리튬이온전지의 음극 재료로는 주로 흑연이 사용되지만 에너지 밀도가 더 높은 리튬 금속이 더 이상적인 음극 재료로 거론된다. 그러나 리튬 금속을 사용하면 음극 표면에 생성되는 덴드라이트로 인해 화재 위험이 증가하고 전지의 수명이 저하될 수 있다.

리튬이온전지의 문제점

리튬이온전지를 사용하다 보면 충전하는 과정에서 음극 표면에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체가 성장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데 이것을 바로 덴드라이트라고 한다. 덴드라이트는 양극과 음극을 오가야 하는 리튬이온의 이동을 방해하여 배터리의 수명을 저하시킨다. 또한 덴드라이트가 계속 성장할 경우 양극과 음극 사이의 분리막을 손상시켜 화재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연구를 통해 물을 이용한 혁신적인 기술이 개발되었다.

물을 이용한 리튬이온전지의 수명 향상

지난 2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이 아주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물을 이용한 친환경 공법을 개발하고 리튬금속 보호막을 제조하여 리튬이차전지의 수명을 늘리는 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리튬이온 성장을 제어하고 덴드라이트 형성을 억제할 수 있는 나노섬유 보호막을 개발했다. 보호막은 식품 첨가물의 일종인 구아검을 물에 녹인 뒤 액상에 전기장을 가하여 섬유를 제작하는 전기방사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졌다. 연구팀은 만들어진 섬유를 실처럼 가늘게 퍼뜨려 나노섬유 보호막을 제조했다. 

구아검의 산화 작용기가 리튬이온과의 반응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데, 다른 용매 없이 물에도 쉽게 녹기 때문에 간단하고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나노섬유 보호막을 제조할 수 있다. 개발된 보호막을 입힌 리튬금속 음극은 기존의 리튬금속 음극보다 수명이 약 7.5배 정도 늘었으며 여러 번의 방전과 재충전 이후에도 약 93%의 높은 성능을 유지했다. 이 보호막은 한 달 내에 흙에서 분해가 되기 때문에 보호막의 제작부터 폐기까지의 모든 과정은 친환경적이라고 볼 수 있다. 

물을 활용한 혁신적 접근으로 리튬이온전지의 수명을 연장한 이 기술은 배터리 성능 개선뿐 아니라 환경적, 경제적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 상용화와 대량 생산을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 발견은 배터리 수요가 급증한 현대 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회로 가는 길의 가능성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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