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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 처치, 치료일까 학대일까?

정신병원의 참혹한 현실

< Illustration by Yeony Jung 2006(정연이) >

[ 객원 에디터 8기 / 태윤진 기자 ] 최근 정신병원에서 강박 처치로 인해 환자가 부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폐쇄병동에서 환자와 타인의 안전을 목적으로 시행되는 격리와 강박은 응급 상황에서 환자의 행동을 제한하는 조치와 치료의 일환으로 사용되지만 그 실행에는 큰 위험성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국의 정신의료계에서는 이러한 강박 처치가 오랫동안 인권 침해 문제로 지적되어 왔으며, 그 심각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강박 처치와 관련된 인권 침해 진정은 843건에 달하고, 그중 일부는 심각한 부상이나 사망 사건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현실을 대표하는 사례 중 하나는 김미선 씨(가명)의 딸 박수진 씨(가명)의 죽음이다. 박수진 씨는 다이어트약 중독 치료를 위해 자발적으로 입원했지만, 17일 만에 사망했다. 입원 당시 그녀는 극심한 복통을 호소했으나, ‘망상 증상’과 ‘타인에 대한 위해 가능성’을 이유로 독방에 격리되었고, 손과 발이 침대에 묶인 채 강박 처치가 시행되었다. CCTV 영상에서 그녀가 숨을 쉬기 어려워하며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의료진은 이를 외면한 채 처치가 계속되었고, 결국 몇 시간 뒤 박수진 씨는 의식을 잃고 사망했다. 김미선 씨는 딸의 죽음을 떠올리며 “딸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라고 오열했다. 또 다른 사례로, 춘천의 한 정신병원에서는 박지은 씨(가명)의 전남편 김영수 씨(가명)가 12일 동안 251시간 넘게 강박 처치를 받으며 숨졌다. 박 씨는 당시 전남편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CCTV 영상에서 확인하며, “정말 가슴이 찢어졌다”라고 말했다.

강박 처치가 시행될 때는 법적으로 아래와 같은 조건들을 만족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지침에 따르면 격리는 최대 12시간, 강박은 4시간을 초과해서는 안 되며, 격리 중 1시간마다, 강박 중 30분마다 환자의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격리와 강박은 환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위협을 가할 수 있기 때문에 자해나 타해 위험이 있거나 환자가 원할 때만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 정신병원에서는 이 규정을 무시하고 강박 처치를 남용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2015년 국가 인권위가 정신병원 현장조사에 따르면, 환자의 38.3%는 본래 목적을 벗어난 과도한 강박 처치를 경험했으며, 일부 환자는 신체적 부상과 심리적 충격을 입었다. 최근 사망 사건에서 유족들은 병원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으며, 환자는 치료 과정이 “지옥과도 같았다”라고 표현했다. 병원은 진료 기록과 CCTV 자료를 제공하며 협조 의사를 밝혔으나, 초기 대응에서 책임 회피가 있었다는 논란도 있었다. 

현재 한국의 정신의료법은 강박 처치의 기준을 규정하고 있지만, 강박 처치 감독이 미흡하고 환자의 권리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이다. 강박 처치 남용의 주요 원인으로는 열악한 병원 환경과 인력 부족이 지적된다. 예를 들어, 한 간호사가 야간에 100명 이상의 환자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강박 처치는 관리의 편리함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강박 처치의 남용을 방지하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강박 처치를 ‘최후의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대체 가능한 방법을 모두 시도한 후에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도 이러한 원칙을 도입해야 하며, 정신병원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충격 방지 벽면과 적절한 격리실 면적 확보가 필요하다. 또한, 강박 처치 기록을 전자의무기록(EMR)으로 표준화하고 관리 체계를 강화하여 환자 치료 이력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강박 처치는 환자에게 신체적 손상뿐만 아니라 심리적 피해도 남긴다. 지속적인 구속 경험은 환자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이는 환자의 전반적인 회복 가능성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 복귀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강박 처치는 필요에 따라 적절히 사용되면 환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지만, 남용될 경우 심각한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환자들의 존엄성과 치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과 사회적 관심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신건강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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