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암 치료에 들어온 초록 불, ‘슈퍼 생존자’
‘슈퍼 생존자’의 비밀, 난치성 암 치료의 실마리 찾는다
[객원 에디터 8기 / 이지윤 기자] 예전보다 의학이 발달한 지금도 여전히 다루기 까다롭고, 유독 환자에게 큰 고통을 주는 암이 존재한다. 이른바 ‘난치성 암’으로 불리는 이러한 암의 대표적인 예로는 폐암, 간암, 췌장암, 그리고 담도암 (소화를 돕는 담즙이 내려오는 길인 담도에 발생하는 암)이 있다. 하지만 난치성 암에 걸렸음에도 오랜 기간 생존하는 환자들이 있다. 흔히 ‘기적’으로 불리는 이들을 우리는 ‘슈퍼 생존자(Super Survivor)’라고 칭한다. 그렇다면 슈퍼 생존자들은 어떻게 오랜 싸움을 이어갈 수 있었을까? 나아가 이들의 사례에서 다른 난치성 암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방법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된 연구가 바로 이번 프로젝트다.
2024년 11월 18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은 영국 케임브리지대 병원을 비롯한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산하 암센터 8곳이 전 세계 병원 40여 곳과 협력하여, 난치성 암 치료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장기 생존한 사례를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프로젝트는 ‘로잘린드 연구’로 명명되었으며, 연구를 위해 1000명의 장기 생존 환자들이 모집되었다. 프로젝트 이름은 난소암으로 사망한 영국의 과학자 로잘린드 프랭클린의 기리기 위해 붙여졌다. 그 이유는 사망 6년 전인 1952년, X선 사진으로 암세포의 DNA를 남긴 그녀의 연구가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최초로 포착하며 유전학 시대를 여는 초석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40개국의 암 전문가들이 참여하였다. 프로젝트의 취지는 암을 극복한 사람들의 사례를 관찰하고, 그들의 삶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다른 환자들의 상태를 어떻게 더 개선할 수 있을지 알아보는 것이다.
집중 연구 대상은 생존 기간이 상위 3%에 해당되는 환자들의 사례이며, 궁극적으로는 이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암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한 열쇠’를 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NHS 트러스트의 임상 종양학자 컨설턴트인 탕캄마 아지트쿠마르 교수는 “치명적인 암을 앓는 3~5%의 환자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가 이번 연구에서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라고 말했다.
현재까지도 과학자와 의료진은 왜 일부 암 환자는 장기 생존하는 반면, 다른 환자들은 그렇지 못한 지에 대한 명확한 원인을 완전히 밝혀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는 일부 환자가 특정 항암제에 잘 반응하는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거나, 면역 체계가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1000명의 환자가 모집되었지만,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추가적인 난치성 암 환자들의 연구 참여가 필요하다. 슈퍼 생존자를 발굴해 연구에 등록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프로젝트를 주도한 영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에서 난치성 암을 완치한 환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 연구는 장기간 생존율이 감소해 온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암의 종류와 국가에 따라 생존율이 다르다는 점도 추가 연구에서 고려될 예정이다. 프로젝트를 통해 치료법이 제한적인 난치성 암 환자들에게 더욱 효과적인 치료법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