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위즈덤 글로벌] 베트남 정치체제와 빈 그룹

 빈 그룹의 영향력, 빈그룹의 향후 전망 및 행보에 대하여

 < OpenAI의 DALL·E 제공 >

[위즈덤 아고라 / 김여진 기자] 모든 국가는 고유의 정식 명칭이 있다. 대한민국이 공식 석상에서 Republic of Korea이듯이, 베트남 또한 공식 명칭이 따로 있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베트남은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을 편의상 줄어 말하는 것이며, 이를 영어로 번역할 시, Socialist Republic of Vietnam이 된다. 

베트남의 공식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베트남은 사회주의 공화제를 국체로 하고 있다. 베트남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바에 따르면, ‘공산당은 국가와 사회를 영도하는 유일세력’이며 ‘국회는 국가의 최고권력기관’, ‘국가 주석은 국가를 대내외적으로 대표하는 대통령’, 그리고 ‘정부는 국회의 집행기관으로서 국가의 ‘최고행정기관’으로 명시함으로써 집단 지도체제를 표방하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기반인 삼권분립을 원칙으로 하며 우리나라 운영 체제를 입법, 행정, 사법으로 양분한다.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 등의 대한민국 헌법 내용을 인용할 때, 베트남과 한국의 정치체제의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다.

사회주의를 흔히 공산주의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사회주의는 공산주의의 뿌리가 되는 더 이전의 사상으로, 정치체제가 아닌 경제체제를 일컬을 때 사용된다. 사회주의는 개인의 사적 소유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자본주의의 반대되는 개념이다. 이는 곧, 생산수단을 사회가 소유하게 하고(개인의 사적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계획경제 제도를 수단으로 하는 체제이다. 사회주의는 본래 자본주의의 경제의 불안정성과 빈부격차의 심화 등을 개혁하고자 나타났다. 생산 수단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생산보다는 분배에 집중하면서 빈부 격차의 심화를 방지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주의의 이상은 “계급 없이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그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자유의 억압은 창의성과 책임성의 결핍으로 이어졌으며, 생활 수준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것은 물론, 오히려 지배 계층이 특권을 독점하게 되었다.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성공으로 인해 현재 대부분의 국가가 자본주의를 채택하여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면, 베트남은 사회주의를 고수하면서도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는 국가라고 볼 수 있다.

베트남의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위해 1975년 북베트남과 남베트남의 통일 직후 남부지역은 사회주의화를 추진하였다. 그러나 이에 남부 지역의 반발과 사회주의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으로 경제는 저개발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따라서 1980년대에 ‘도이머이’라는 개방정책을 추진하여 사회주의 계획 경제 체제로부터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는 등 혁신적인 경제통합을 위해 힘썼다. 이는 베트남의 농업 산업을 촉진시켜 태국과 미국에 이은 세계 3대 쌀 수출국으로 부상케 하였다. 공업 분야 또한 성장하였는데, 사회주의 국가로 국한되어 있던 교역 대상국이 일본 등의 자본주의 국가로 확대되고, 외국인 투자도 급속히 늘어나게 되었다. 이렇듯, 경제체제의 자유화가 연이은 성과를 낳자, 베트남 정부는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중앙 계획 기능을 포기하게 되었다. 베트남은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제 발전을 위해 일부 자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제13차 공산당대회는 2021년 1월 말부터 2월 초에 걸쳐 진행되었다. 이는 베트남이 사회주의 체제를 이어가는 전제 하에 경제개혁을 지속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었다. 한마디로, 공산당 자체가 국가와 사회에 대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깔고, 경제 성장을 가속화시키고자 한다는 말이다. 베트남 공산당은 사회주의를 강조하는 당의 건설로 지배력을 극대화하고 국가 내의 부패를 처단하는 것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자 한다. 공산주의를 추진하고자 하는 공산당의 주체로 경제 발전을 위한다는 것이 약간 모순으로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공산당 내부에서의 민주주의는 일정 부분 실현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베트남 경제의 중심지인 호찌민에서 10년 이상을 살면서 눈에 띄게 바뀐 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빈그룹의 영향력이 매우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의 유명한 관광지나 리조트, 혹은 쇼핑몰의 이름을 잘 살펴보면 보통 앞에 빈(VIN)이 붙여져 있다. 빈홈즈(Vin Homes), 빈홈즈 로열 아일랜드(Vin Homes Royal Island), 빈펄(Vin Pearl), 빈펄랜드(Vinpearl Land), 빈컴센터(Vincom Center), 빈멕(Vinmec), 빈택시(Vin Taxi)등… 처음 베트남에 왔을 때와 비교하였을 때, 빈그룹 산하의 계열사, 혹은 사업 부문의 확장 속도는 그야말로 어마무시했다. 

놀라운 점은,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자유주의 진영의 국가들보다 기업에 더 많은 제한을 둘 수밖에 없는 시스템인데도 불구하고 빈그룹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사업 부문을 세우고 이를 확장시킨다는 점이다. 빈그룹의 영향력은 베트남 전역의 63개 성과 시뿐만 아니라 여러 대륙의 국제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고 하면 보통 삼성을 떠올리기 쉽다. 베트남에도 베트남의 삼성이라 불리는 기업이 바로, 빈그룹(VIN GROUP)이다.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빈그룹은 한국의 삼성만큼의 규모를 가지고 있는 기업은 아니다. 그러나 성장 가능성의 측면에서 외국 기업의 투자를 많이 받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기업 또한 빈그룹에 투자하는 사례가 많다. SK, LG, 삼성, 한화 등의 한국 대기업들에게 베트남은 매력적인 투자지이고, 베트남에서 독점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빈그룹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빈그룹은 창립 30년 만에 베트남의 대표적인 대기업으로 올랐으며, 현재 빈그룹은 17개의 사업 부문, 3개의 계열사, 그리고 다양한 재단을 운영하며, 13만 3,000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존 스터드웰의 ‘아시아의 힘’에서 2차 대전 후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던 동아시아 국가들을 동북아(한국, 일본, 중국, 대만)와 동남아시아(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라오스, 미얀마 등)로 나눈 뒤, 어떤 차이가 동북아의 강력한 경제 성장을 예인 하였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동북아 국가들은 국가 주도 하에 농업 육성으로 잉여 생산을 얻을 수 있게 되었으며, 이를 토대로 하여 제조업을 육성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다. 기업이 성장하면 이들 기업을 수출시장으로 확대시킴과 동시에 인프라를 구축하고 세제혜택, 금융 지원 등에 대량 투자한다.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으로 수출 기업들은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그리고 첨단산업 등으로 성장한다. 대기업에 재화와 서비스를 납품 및 제공하는 하도급업체들의 기술력 또한 같이 발전하게 되면서 시장 전체가 함께 부흥한다. 

반면 동남아 국가들은 수출을 통해 국제 시장으로 확대하는 방안 대신 내수시장 내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하는 길을 택했다.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동남아 국가의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예로 1980년대 말레이시아를 들 수 있다. 당시 말레이시아 정부 차원에서 프로톤이라는 국영 자동차 회사를 만들고 국제시장에 내보였지만 계속되는 적자로 결국 중국에 매각되었다. 태국 같은 경우, 1960년대부터 일본 자동차 생산기지로 시작하여 현재 전 세계 12대 자동차 생산국으로 올랐지만 자국 생산기업은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동남아 국가들의 국제경쟁력은 결국 동북아 대기업 국가들의 납품업체에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빈 그룹은 동남아가 아닌 동북아 국가의 기업 방향성을 채택하여 산업을 확장시키고 비약적인 발전을 꾀하고 있다. 2017년 9월 빈 그룹이 새로 설립한 차 제조업체, 빈패스트(Vin Fast)는 2018년 10월 파리에서 개최된 모터쇼에서 세단과 SUV 모델 차량을 선보이며 국제 사회의 관심을 끈 것은 물론, 2019년 기업 소유의 조립공장을 완공하였다. 이후 다양한 모델 차량을 출시하며 산업을 더욱더 확장시키고 있다. 더불어, 빈 그룹 부회장은 “도로 인프라 개선이 이루어지고, 베트남 국민들의 구매력이 오르게 된다면 빈패스트의 성장의 막이 열릴 것이다”라며 빈패스트의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빈 그룹이 향후 10년 안에 기술과 산업을 핵심으로 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필자가 앞서 위에 설명했듯이, 요즘 빈패스트 브랜드를 기반으로 한 택시 산업을 시작한 것은 물론, 요즘엔 길에서 빈패스트 차량을 자주 접할 수 있다. 또, 이미 개발이 어느 정도 되어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는 호찌민 7군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도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을 매우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빈그룹이 한국 기업에게서 투자를 많이 받는 만큼, 빈그룹의 규모가 확대되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도 더 커질 것으로 베트남 현지 시장은 예측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25일, 2024년 정기주주총회에서 빈그룹 부의장 겸 총괄의사인 응우옌 비엣 꽝은 2023년 대비 당기순이익이 각각 24%, 11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최대 수준인 200 조동, 그리고 4조 5천억 동의 세후이익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빈 그룹은 2024 주주총회에서 빈페스트에 모든 자원을 투자, 전기차 산업을 대폭 확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동아시장 사업전망에 대해 투이 CEO는 동남아는 전기차 비중이 낮아, 잠재력이 큰 시장이며, 빈패스트의 새로운 도전이 선두주자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2025년까지 현재 사업을 진행 중인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등의 유럽 진출과 더불어 인도와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전 세계 50개국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하였다.
[위즈덤 글로벌] : 베트남은 한국과의 수교를 30년 넘게 지속하고 있으며, 대략 18만 명의 재외동포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한국과의 관계가 깊은 베트남에 대한 크고 작은 이슈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칼럼을 연재합니다. 위즈덤 아고라 김여진 기자의 ‘위즈덤 글로벌’로 미시적, 거시적 관점에서 베트남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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