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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민주화 지도자들에게 징역형 선고

 <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8기 / 우성훈 기자] 홍콩에서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알려진 베니 타이와 조슈아 웡을 포함한 45명이 19일(현지시간), 2020년 제정된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4년에서 최대 10년형을 선고받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보도했다. 이번 판결은 홍콩의 법적 자치권과 민주화 운동의 위기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재판이 진행된 홍콩 치안법원 앞에는 지지자들이 모여 “의로운 자는 살고 악인은 죽는다”라는 메시지가 적힌 팻말을 들며 저항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건은 흔히 ‘홍콩 47’ 사건으로 불리며, 2020년 7월 홍콩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민주파 야권이 주최한 비공식 예비선거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60만 명 이상의 홍콩 시민이 참여했으나, 중국과 홍콩 당국은 이를 홍콩 정부 전복을 위한 조직적 음모로 규정했다. 이후 국가보안법을 근거로 47명이 기소되었고, 이들 대부분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특히 법학자이자 활동가인 베니 타이는 예비선거를 통해 “헌법적 혼란을 초래하려 했다”는 이유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는 국가보안법 적용 사례 중 가장 높은 형량이다.

홍콩은 1997년 영국으로부터 중국에 반환된 이후 ‘일국양제’ 원칙 아래 홍콩 기본법에 의해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보장받아왔다. 1990년에 제정된 기본법은 홍콩 주민들에게 집회의 자유, 언론의 자유 등 광범위한 권리를 보장하며 중국 본토와는 구별되는 법적 체계를 유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2019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 이후, 중국 정부는 이를 억압하기 위해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을 강행했다. 이 법은 국가 전복, 분리주의, 테러 활동, 외세와의 결탁을 처벌한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졌는데, 실제로는 민주화 운동가들을 탄압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베니 타이와 함께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조슈아 웡은 징역 4년 8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웡은 2014년 우산혁명을 통해 국제적으로 주목받은 청년 운동가로, 학생 단체를 결성해 홍콩의 민주주의를 외쳤다. 법원은 그가 예비선거 음모에 적극 가담했다며 유죄를 인정했으나, 반성의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형량의 3분의 1을 감형했다. 한편, 예비선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고든 응, 앤드루 치우, 오녹힌 등 민주화 인사들은 각각 징역 7년 이상의 형량을 선고받았다. 47명 중 두 명만이 무죄를 선고받았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피고인들이 1,300일 이상 수감된 상태에서 진행된 재판으로, 홍콩의 사법 시스템이 인권을 얼마나 보장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다. 이와 같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중국 정부를 비판한 사람들은 ‘국가의 안전을 위협했다’는 이유로 체포되고, 기소되었으며, 많은 이들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대표적인 운동가들은 모두 평화적인 시위를 이끌었지만, 홍콩 정부와 중국 당국은 그들의 행동을 불법으로 간주해 강력히 처벌했다.

홍콩은 19세기 중반부터 영국 식민지로 통치되다가 1997년 중국에 반환되었다. 반환 당시 ‘50년 간의 자치권 보장’을 명시한 기본법이 제정되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 정부는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특히 2014년 우산혁명과 2019년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는 홍콩 시민들이 중국 본토의 간섭에 강하게 저항한 대표적 사건이다.

그러나 2019년 시위를 계기로 중국 정부는 홍콩 내 반체제 인사와 민주화 운동을 철저히 억압하기 시작했다. 홍콩 국가보안법의 도입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법의 적용 이후 언론인, 정치인, 활동가 등이 체포되고 민주파 단체들이 해체되는 등 정치적 자유는 급격히 위축되었다.

이번 판결은 국제사회에서도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미국과 영국은 이를 “정치적으로 동기화된 탄압”이라고 비판하며 홍콩의 민주주의와 자치권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고 지적했다. 호주 정부는 자국민인 고든 응의 판결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은 홍콩 민주화 인사 45명에게 중형이 선고된 데 대해 강력히 반발하며, 홍콩 관료들에 대한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판결을 “홍콩 기본법과 국제 신뢰를 심각히 훼손하는 결정”으로 규정하며, 새로운 비자 제한 조치를 포함한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정치적 수감자들의 즉각 석방과 국가보안법 적용 중단을 촉구하며, 홍콩의 자유와 개방성을 회복할 것을 강조했다. 반면, 중국 정부는 국가보안법이 홍콩의 안정을 유지하고 국가 안보를 보호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국제사회는 비난을 보였다.

홍콩의 민주화 운동은 이번 판결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운동가들은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망명 중인 활동가 써니 청은 “중국 정부는 시민들의 신뢰를 잃었다”며, 홍콩 민주화 운동의 불씨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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