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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고령운전 제한 정책과 노인 권리 침해

노인들의 이동 제한, 과연 정말 필요할까?

< Illustration by Hana Lee 2008(이하나) >

[객원 에디터 8기 / 이지윤 기자] 최근 들어 고령운전으로 인한 사고들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노인 운전을 제한하는 것에 대한 찬반이 크게 나뉘고 있는 중이다. 2024년만 봐도 은평구에서 79세가 몰던 차량에 13명이 다치고, 구룡터널 인근에서 80대 남성이 7중 연쇄 추돌 사고를 일으키고, 시청역 인근에서 68세 노인이 몰던 차에 의해 9명이 사망한 사건 등 고령층의 운전자가 차 사고를 내는 것은 이젠 놀랍지도 않다. 실제로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의 데이터를 보면 전체 교통사고가 4년 동안 13.6% 감소하는 사이, 65세 이상 고령층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는 19.2% 증가했다. 

이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교통부는 고령 운전자의 면허 갱신 및 적성 검사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바꿨다. 고령 운전자들이 안전하게 운전할 능력이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 빈번하고 지속적인 검사를 도입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교통부는 면허 갱신 시 치매 검사를 필수로 실시하고, 고령 운전자 안전 교육을 의무화했다. 이처럼 고령층을 중심으로 개정된 운전면허 법은 교통사고의 심각성과 횟수가 운전자의 나이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정부의 사고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단지 고령층 운전자가 낸 사고의 비율이 전체 운전자에 비해 증가했다는 통계 하나만으로 고령층이 운전에 미숙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제도를 만들기에는 섣부르다. 이는 나이 외에도 사고 발생 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면허의 종류, 발급 지역, 운전자의 성별, 그리고 개인의 운동 능력 모두 운전자의 사고 발생 비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A 면허 시험장이 B 면허 시험장보다 운전면허 시험을 가장 관대하게 평가한다고 가정해 보면, A 면허 시험장에서 면허를 받은 운전자들이 B 면허 시험장에서 면허를 받은 운전자들보다 교통사고를 낼 확률이 더 높다. 하지만 만약 A 면허 시험장이 그 동네의 노인 복지관 근처이거나 노인 밀집 지역 인근이라면 A 면허 시험장에서 면허를 취득한 노인들이 많을 것이고, 결국 통계상으로는 노인들이 낸 교통사고의 비율이 높아 보일 것이다. 따라서 나이 이외의 변수들을 배제하여 상황을 고려해 보면 이와 같이 운전자의 나이에 대한 부정확한 결론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부정확한 통계로 인해 고령층의 운전능력을 과소평가하는 여론이 생겨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고령운전자들의 면허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도록 제도가 바뀐 것이다. 또한 특정 지자체들은 노인들의 면허 반납을 유도하기 위해 면허를 반납하는 고령 운전자에게 10만 원에서 30만 원가량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제도와 보상금으로 노인들의 운전을 제한하려고 하면 고령층 시민들의 이동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택시 운전, 버스 운전등 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많은 고령층 운전기사들의 생계유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인 운전면허 관리 제도와 이에 관한 여론은 노인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생계에도 직접적으로 관련돼있기 때문에 노인의 권리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고려하여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운전면허에 관한 제도를 만들 때 나이 외에도 운전 경력과 야간 운전 경력을 고려하는 미국의 Graduated Driver Licensing(GDL) 제도와 같이 운전자의 나이를 고려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다른 사회적 요인을 고려해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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