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소외되는 노인들

노인들이 마주한 새로운 장벽

< Illustration by Dahyeon Kim 2010(김다현) >

[ 객원 에디터 8기 / 이지윤 기자 ] 요즘 길거리에 있는 가게들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사람들을 반겨주는 것은 사람이 아닌 키오스크 기계이다. 키오스크는 쉽게 말하면 ‘주문을 받는 기계’인데, 주문받는 시간의 효율성, 주문 오류의 최소화, 그리고 사장님들 입장에서 고민되는 인건비를 고려해 201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에 널리 보급되기 시작되었다. 키오스크는 전자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한테는 안성맞춤인 기계이지만, 이 키오스크와 같은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의 도입을 모두가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키오스크와 같은 디지털 기기의 유명세로 인해 소외받는 계층은 노인들이다. 어렸을 때부터 전자기기와 함께 일상생활을 보내 이에 익숙한 젊은 층과 달리, 노인들은 종이와 펜이 더 익숙한 세대이다. 따라서 노인들이 매장 내 키오스크뿐만 아니라 온라인 쇼핑, 스마트폰을 이용한 송금, 그리고 인터넷 기차표 예매와 같은 디지털 기기를 통한활동들을 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많은 노인들은 느린 반응속도와 시력 저하를 경험하고 있기에 디지털 기기 관련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신체적인 불편함을 겪는다.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의 확산은 전체인구의 약 20% 정도가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을 배려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실제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3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만, 노인들 중에서 스마트폰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노인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70대 이상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활용 수준은 100점만 점 중 43점밖에 미치지 못했다. 이렇게 디지털 활용 역량이 현저히 낮은 노인들이 디지털 기술에서 소외되면 타인과 교류가 줄어들면서 좋은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기 어려워지고 정보력 또한 떨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어느 한 노인이 지방에서 서울로 가는 기차표를 현장에서 구매하고 싶어 해도 온라인 예매로 표가 다 팔리면 그 노인은 표를 구매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은 가족과 지인들과의 연락이 단절될 뿐만 아니라 젊은 층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뉴스에 관한 정보도 얻기 힘들기에 지인, 가족, 그리고 세대 간의 정보 격차와 소외를 부추긴다.

노인들이 디지털 소외계층으로 경험하는 불이익과 다양한 문제점을 고려하여 일부 단체들은 디지털 소외 계층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 롯데자이언츠는 올해 4월부터 디지털 소외계층이 티켓을 구할 수 있도록 티켓의 일정 수량만 디지털로 판매하고 나머지는 현장에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또한, 서울디지털재단은 서울노인복지센터와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노인 디지털 교육 장소가 센터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높였다. 

노인들의 디지털 역량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돕는 정책들도 좋지만, 노인 계층에게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는 어렵고 무서운 것이 아닌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쉬운 서비스라는 것을 그들에게 교육을 통해 강조해야 하고, 이를 통해 노인들이 스스로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고자 하는 의지를 갖도록 격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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