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시아 혐오 범죄 급증… 한인 피해 증가
미국 전역에서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 범죄가 증가
아시아계 혐오 범죄 중 중국인에 이어 한국인은 15.7%로 2위
[ 위즈덤 아고라 / 우연주 기자 ]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미국 전역에서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 범죄가 증가하고 있으며 바이러스 진원지로 꼽히는 중국 등 동양인에 대한 혐오 감정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5일, 뉴욕에서 길을 걷고 있는 아시아계 남성을 향해 한 남성이 갑자기 달려들어 흉기를 휘둘렀다. 경찰에 잡힌 가해자는 피해자와 전혀 모르는 사이지만, 자신을 바라보던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흉기를 휘둘렀다고 진술했다. 복부를 찔린 피해자는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6일에도 뉴욕 한복판에서 백인 남성이 중국계 여성을 밀어서 넘어뜨리고 폭행했다. 피해 여성은 이마를 다섯 바늘이나 꿰맨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여성 딸의 SNS에 따르면 가해자는 여성에게 인종적 욕설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같은 날 맨해튼에서도 71세 아시아계 여성이 얼굴을 얻어맞았으며, 할렘의 한 지하철에서는 68세 아시아계 여성이 뒤통수를 가격 당했다.
한인들의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한인 타운에서는 미 공군 출신 한국계 남성이 괴한들에게 폭행을 당했고, 피해 남성은 인종 차별적인 모욕도 당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나를 칭총(아시아계 비하 표현),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면서 인종차별적 모욕을 퍼부었습니다. 나에게 중국으로 돌아가라”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뉴욕시 맨해튼에서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 범죄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는 ‘”우리는 안전할 권리가 있다'”, ‘”아시아계 증오에 맞서 일어서라'” 등의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이날 시위에는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 정관계 고위 인사들도 참석해 아시아계 증오 범죄 규탄에 한 목소리를 냈다. 뉴욕 시장, 빌 더블라지오는 “우리는 모두 함께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를 막을 것이다”라고 얘기하며 이에 더해 “이 나라, 이 도시에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해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를 단번에 멈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내 아시아계 인권 단체들이 만든 증오 범죄 신고 사이트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3월부터 5개월간 접수된 아시아계 혐오 범죄 중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 40.4%였고, 한국인은 15.7%로 2위였다고 하였다. 이 단체에 접수된 아시아계 혐오 범죄는 47개 주와 워싱턴 D.C. 등에서 3000건을 넘었고, 아시아계 혐오 범죄로 체포된 이들은 2019년 3명에서 지난해 20명으로 급증했는데, 2019년 모두 14건이던 흑인과 백인을 향한 혐오 범죄가 지난해 각각 8건, 6건으로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아시아 혐오 범죄의 원인은 미국 내 뿌리 깊은 인종차별 문화와 아시아계 이민 증가로 설명될 수 있다. 미국 내 아시아계 혐오의 뿌리는 상당히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82년 중국인 근로자의 이민을 금지한 중국인 배척 법이 실제로 시행됐고 1943년에 폐지됐다. 또한 2009년부터 10년간 미국 전체 인구는 8% 증가했지만 아시아계 인구는 46%가 증가해 2310만 명이 됐다. 경제·사회적 힘을 키운 아시아계가 미국 지역사회에 동화되기보다 독립적인 문화를 유지한다는 것, 교육을 중시하는 문화를 토대로 전문직에 속속 진출한다는 점이 반감의 원인이라고 분석된다.
이에 추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세계 사망자 1위의 오명을 쓰게 되자 중국 책임론 제기에 주력하며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불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커진 미국인들의 불안이 아시아계에 대한 폭력의 형태로 나타나는 데 일조한 셈이다. 이에 대비해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 서명 후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가 코로나19 확산 와중에 매우 증가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용납할 수 없는 일이고 이건 미국이 아니다. 법무부에 아시아계 미국인들과의 동반 관계를 강화하라고 요청했다”라고 강조했다.
연달아 혐오 범죄 사건이 발생하자 연방 의원들은 청문회 개최를 추진해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