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카페인, 과연 인간에게만 효과 있는 걸까?

카페인의 각성 효과

개미에게 미치는 카페인의 영향

< Illustration by Yujin Jeon 2007(전유진) >

[객원 에디터 7기 / 김려원 기자] 지난 23일 국제 학술지인 ‘아이사이언스’에 개미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카페인을 섭취할 경우 일의 효율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커피에 들어 있는 주요 성분인 ‘카페인’은 도파민 생성을 자극하여 일의 효율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뿐만 아니라 운동 능력을 개선하고,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체중 감량에도 유용하다는 결과가 나와 있다. 카페인은 45분 이내에 체내로 흡수된 다음 뇌에서 운동 기능, 동기부여, 호르몬 조절 등의 많은 기능들을 담당하는 화학적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의 생성을 부추긴다. 특히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직장인들의 경우, 커피를 마시면 사망 위험이 약 1.58배가 낮아지기도 한다. 

여러 과학자는 과연 이 카페인이라는 물질이 인간에게만 각성 효과를 불러일으키는지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연구 결과 도중 카페인이 인간뿐만 아니라 개미에게도 비슷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발견했다.

아르헨티나 개미는 토착 생물들과 꾸준한 경쟁을 통해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생태계 교란 생물로 분류되어 있다. 한 군집에 100만 마리 이상 서식하고 높은 번식력을 보여줘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 개미들은 먹이를 얻을 때 먼저 선발대를 보내 위험 요소가 없는지를 판단한다. 그리고 선발대 개미는 먹이를 찾게 되면 페로몬을 통해 표시를 남겨 나머지 개미들이 그 흔적을 따라 먹이를 가지러 올 수 있게 한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개미 퇴충제는 이런 개미들의 특성을 이용해 개발되었다. 천천히 독성이 퍼지는 먹이를 사용해 최대한 많은 개미가 먹이를 섭취하게 하면서 개미들을 퇴치하는 원리인 것이다. 

하지만 개미들은 생각보다 지능이 높다. 페로몬을 통해 먹이의 위치만 공유하는 것이 아닌 먹이의 크기, 그리고 질도 알려준다. 또한 군집을 지을 때 역할을 분담하면서 여러 가지의 재료들을 사용하면서 복잡한 건축물을 짓기도 하고 포식자를 피해 방어할 때는 화학적 물질을 사용하거나 물리적인 방어벽을 세우기도 한다. 이런 개미들이 먹이에 있는 독성을 구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아르헨티나 연구진은 개미들이 독성 여부를 얼마나 잘 파악하는지 알기 위해 실험을 하나 했다. 이때 실험 초반에는 개미들이 독성이 있는 먹이와 없는 먹이 모두에게 접근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독성 미끼 쪽으로 가는 개미들의 수가 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어떤 개미들은 독성 미끼를 버리기도 했다. 연구진들은 이런 반응이 먼저 독성 먹이를 먹은 개미들이 다른 개미들에게 독성 여부를 알렸거나 독성 먹이를 먹고 죽은 동료 개미를 보고 다른 개미가 위험을 파악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결론적으로 개미를 퇴치하기 위해선 시간이 금이라는 뜻이다. 

독일의 레겐스부르크대 연구진은 개미들이 더 효율적으로 미끼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개미들이 더 빨리 이동해서 무리로 돌아와 먹이를 공유할수록 미끼가 독성이 있다는 사실이 들키기 전에 최대한 많은 수의 개미가 먹이를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을 이루기 위해 카페인이 벌의 학습 능력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통해 개미도 카페인을 섭취했을 때 위치 학습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가설을 내놨다. 

연구진은 먼저 카페인의 농도(0, 25, 250, 2,000ppm)가 다른 설탕물을 준비했다. 25ppm은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식물에서 발견되는 수준이고 250ppm은 에너지 음료의 카페인 농도, 그리고 2,000ppm은 섭취한 벌의 반을 죽일 수 있는 수치이다. 그리고 연구진은 자동 추적 시스템으로 142마리 개미들이 설탕물로 이동했다가 다시 군집으로 돌아가는 속도와 경로를 수집했다. 실험이 끝난 뒤 개미들은 섭취한 먹이를 애벌레에게 먹여 다시 뱉고 실험을 다시 반복했다. 또한 페로몬을 통해 미끼를 쉽게 찾아가지 못하게 하도록 바닥에 깔린 종이도 매번 교체했다. 이때 카페인이 포함되지 않은 미끼나 과도한 농도의 카페인이 있던 먹이를 섭취한 개미는 장애물을 잘 통과하지 못하고 실험을 반복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았다. 하지만 25ppm과 250ppm의 카페인을 먹은 개미들의 경우 점차 미끼에 도달하는 시간이 짧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독일 레겐스부르크대 교수는 “개미의 이동 속도가 증가한 것이 아니라 카페인이 개미의 탐색 시간을 줄였기 때문”이라며 “저용량 및 중간 용량의 카페인을 섭취한 개미는 보상의 위치를 학습하고, 먹이까지 직선 경로로 효율적으로 이동했다”라고 말했다. 

현재 스페인의 자연환경에서 카페인이 포함된 먹이를 이용해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카페인과 미끼 독소 사이의 상호작용 여부도 알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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