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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늘어나는 영아 살해·유기 사건의 원인은?

7년 전 생후 하루된 딸 살해 후 유기한 친모 구속심사…

매년 늘어나는 영아 살해·유기 사건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가 이러한 비극 멈출 수 있을까

<PIXABAY 제공 >

[객원 에디터 5기 / 김연우 기자] 7년 전 태어난 지 하루 된 신생아 딸을 숨지게 하고 출생 신고와 장례 절차 없이 암매장한 친모가 구속 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지난 7일 오후, 인천지법 영장실질심사장에서 살인, 시체유기 등의 혐의를 받는 40대 여성 A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열렸다. A 씨는 2016년 8월 인천시 미추홀구 소재 산부인과에서 딸을 출산한 뒤 살해해 시신을 김포 소재 텃밭에 매장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당시 전 남편과 별거 중인 상황이었으며 첫째 자녀를 홀로 양육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둘째 자녀가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숨져 김포 소재 친정 텃밭에 매장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 A 씨가 출산 일주일여 만에 아이를 숨지게 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를 발견했다. 그는 “당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상황이라 아이를 숨지게 한 뒤 암매장했다”라고 시인했다. 또 “원치 않는 임신이었나”는 질문에 “네”라고 짧게 대답했다. 그는 둘째 자녀의 친부는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친자식을 살해한 후 암매장한 A 씨에 대한 경악하고 있지만, A 씨만 죗값을 치르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한 네티즌은 ‘이건 공동책임이다, 일을 벌여 놓고 책임을 지지 않고 도망간 남자 또한 잡아서 구속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낙태죄 법안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사건과 관련된 법안에서는 그 어디에도 아이의 친부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와 같이 차별적이고 편파적인 법안들 때문에 이러한 사건들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영아 살해·유기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의 자료를 보면, 영아 살해·유기 건수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이다. 영아 살해·유기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입양특례법’이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2012년 8월 시행된 입양특례법은 아이를 입양을 보내기 위해서는 친부모의 ‘출생등록’을 의무적으로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때부터는 출생신고가 이뤄진 아이만 입양이 가능하다. 이는 아이를 금전적으로 거래하거나 입양 중개인을 통해 아이를 입양 보내는 등의 무분별하고 불법적인 입양을 막기 위한 법안이었다. 실제로 생후 한 달의 아이를 돈을 받고 매매한 친모가 경찰에 붙잡힌 사건도 있었다. 정부는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출생신고제’를 도입하였고, 이후 ‘아기 밀매’, ‘불법 입양’은 사실상 사라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 조항은 임신과 출산 사실을 숨기고자 하는 미혼모들에게는 족쇄나 다름없다. 대부분의 미혼모는 신분 노출을 이유로 출생 신고를 꺼리는데, 입양할 때 출생신고 서류를 요구하는 것이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도 이 문제점을 인식해 입양특례법을 손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18년 2월에는 임산부가 원하는 경우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출산하고, 가명으로 자녀 출생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비밀출산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법안에 따르면, 비밀출산제는 사회·경제적 이유 등으로 인해 실명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임산부에게 익명으로 출산을 허용하는 제도다. 법안은 국가·지자체가 비밀출산을 지원하기 위한 상담기관을 운영하고, 친모가 가명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비록 이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지만, 지난달 30일 ‘출생통보제’가 도입됐다. 지금껏 출생아에 대한 출생신고 의무자는 부모였으나, 국가가 공동책임자가 되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그리고 또한 이에 더불어 앞에서 언급한 ‘비밀출산제’와 비슷한 개념의 ‘보호출산제’ 또한 논의 중에 있다고 알려졌다. 

임신, 그리고 출산은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라는 소원이자 축복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인생이 흔들리는 위기이자 불행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는지에 상관없이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존중받아 마땅하다. 우리 사회에는 세상에 태어났지만 그 어떤 기록조차 없이 죽어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지는 어린 생명들이 있다. 말 못 하는 어린아이들에게도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제도 마련이 시급한 이유이다. 그래야만 A 씨 사건과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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