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찬반 논쟁의 핵심은?

간호법 제정안은 무엇인가

간호법을 둘러싼 논란들

간호법 제정안 부결

< Illustration by Yujeong Lee (이유정) >

[ 위즈덤 아고라 / 하민솔 기자 ]꾸준히 논란이 제기되었던 간호법 제정안은 지난 4월 2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며 공식 법안으로 올갔으나, 결국 상처만 남긴 채 지난 달 30일에 열린 국회 본회의 재투표에서 재석 의원 289명 중 찬성 178명, 반대 107명, 무효 4명으로 부결돼 폐기됐다.

간호법 제정에 대하여 그동안 의료계 안팎에서의 많은 갈등이 있었다. 이번에 제기된 간호법은 그동안 의료법 안에 있던 간호사에 대한 규정을 별도로 만든 법이다. 그동안 간호사들은 낮은 임금, 높은 노동 강도, 조직문화 등을 이유로 의료계를 떠나고 있었다. 

이번 간호법 제정안은 업무 범위와 양성 계획, 간호사의 권리 등을 우선시하는 법안으로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제1장은 총칙, 2장은 면허와 자격, 3장은 간호사 등의 업무, 4장은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단체, 5장은 간호사 등의 권리 및 처우 개선 등 그리고 제6장에는 부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간호계는 1970년 초부터 간호 업무에 대한 법적 규제 개선을 요구했다. 그리고 1980년대에서는 본격적으로 간호법 제정에 힘을 쏟기 시작했으며 1990년대에는 간호법에 대한 학술연구를 본격화하면서 국회 공청회를 거쳐 세 차례나 간호법 제정안이 발의되었다. 하지만 2005년과 2019년 발의 법안은 대한의사협회 등의 반대로 무산되었던 전적이 있다. 

간호법 제정안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던 이유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환경 그리고 의료기관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먼저 기존 의료법에서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았으며 의료법에 명시되어 있는 간호사의 업무는 대표적으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가 있다. 하지만 ‘보조’의 기준이 무엇이었는지 불명확했으며 간호사들에게는 최소한의 기준만이 적용되고 있었다.

또한,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지역사회 기반의 간호는 보호받지 못했다고 비판을 받아왔다. 간호 인력이 지역사회에서 수행하는 간호 행위는 의료법에 포함되지 않고 있었다. 지역사회 기반 간호는 가정방문 간호사 역시 포함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가 되면서 심장병과 관절염 등의 만성질환이 더욱 창궐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기관을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것 대신에 본인 거주지 등에서 간호를 받는 것이 효율적이다.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환경 또한 간호법 제정의 이유가 되었다. 대한간호협회에서는 간호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높은 퇴직률이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주장하였다. 작년, 서울아산병원에서 과로로 인하여 간호사가 쓰러져 끝내 사망한 사건을 더불어 많은 간호사들이 과로로 의료계를 떠나는 사례가 자주 일어나면서 간호사의 근무환경에 대한 논란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간호사들의 인력 부족으로 인해 간호사들이 과로가 나타나고 과로로 인해 퇴사하며 인력이 더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왔으며 원인이 되는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별도의 법률이 필요하다고 대한간호협회는 주장했다.

하지만 간호법 제정안에는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조항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먼저 간호법 제정안 1장 1조에 명시되어 있는 ‘지역사회’라는 말이 논란거리가 되었다. 제정안 1장 1조는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이라고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등은 이 조항이 간호사의 업무 영역이 의료기관 밖으로 확대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지역사회에서 큰 병원들이 점차 줄어들면서 가정간호 서비스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에 대하여 의사협회에서 간호사들이 자신의 업무 영역을 벗어나 따로 개업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기존에 발의된 법안 원문 10조에서 간호사의 업무를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고 규정되어 있었는데, 이 부분 역시 논란거리가 되었다.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제정안의 1조와 10조 때문에 간호사가 단독 개원을 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는 의료계에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간호법 제정안이 간호조무사에 대해 차별적이고 부당하다는 논란도 있었다. 간호법 제정안에서는 간호조무사의 자격에 관련하여 ‘특성화고의 간호 관련 학과를 졸업한 사람’, ‘고등학교 졸업자로 간호조무사 양성소 교육을 이수한 사람’ 등으로 규정하였다. 하지만 이에 대하여 간호조무사 단체에서 간호조무사의 학력을 ‘고졸’로 제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며 이를 문제 삼았다. 

작년 2월 25일 국회에서 국민 1,000명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민의 70.2%가 간호법 제정에 찬성하였으며 반대는 9.3%에 그쳤다. 

대한간호사협회에서는 우리나라를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33개국과 더불어 세계에서 96개국이 간호법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간호사협회는 OECD 38개국 중 한국, 코스타리카, 필레, 멕시코, 이스라엘 등 5개국을 제외하고 모두 간호법이 있다고 분류했다. 간호협회에서는 간호사의 업무와 책임을 독립적으로 규율하고 있는지를 기준 지어 판단했다. 

미국은 간호법이 연방법으로 따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1903년 노스캐롤라이나주가 먼저 간호법을 제정하면서 모든 주가 간호사를 독립적인 전문 직종으로 규율한 대표적인 나라로 평가되었다. 영국 역시 2001년 제정된 ‘간호와 조산 명령 (The Nursing and Midwifery Order)’에서 간호사를 약사, 치과 의사와 동등한 수준으로 규율했다. 

외국에서의 간호사와 한국의 간호사의 업무와 권위, 그리고 인식 및 대우는 한국과는 완전히 다르다. 미국에서는 간호사의 인식과 대우, 업무 등은 우리나라의 간호사와는 많이 달랐다. 미국에서는 간호사들은 사회 복지사, 퇴원 절차를 따로 진행하는 간호사, 호흡기 치료사 등으로 업무가 많이 세분화되며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간호사들은 퇴원 수속, 환자 관리, 약물 투여 등의 많은 업무를 모두 다 감당하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는 간호사는 전문의료인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또한 대우 역시 다르다. 의사들 역시 간호사와 함께 환자상태를 논의하며 간호사의 의견 역시 수월하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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