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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시민들의 불안과 혼란을 일으킨 ‘오발령’

새벽을 뒤흔든 재난대피문자 혼란만 키웠다

경보 발령의 정확한 이유와 대피요령이 포함되지 않은 이유는?

한국과 비교되는 바르고 명확한 ‘일 긴급 대피령’

< PIXABAY 제공 >

[객원 에디터 5기 / 장수빈 기자] 북한이 31일 오전 6시 29분경,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우주발사체(북한이 주장하는)를 발사했다고 합동참모 본부가 밝혔다. 960만 서울 시민은 새벽 6시 41분 서울시가 보낸 위급 재난문자를 받고 혼란에 빠졌다. 

발송된 문자의 내용은 매우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를 받고 서울 시민들은 약 10분여간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해도 되는 것인지 가족과 대피를 준비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경보 사유도 적혀있지 않았을뿐더러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정보를 검색하기 위해 포털 사이트에 접속자가 폭주하여 한때 네이버와 트위터 등이 접속 장애를 겪기도 했다. 오발령이라는 후속 문자에도 사람들은 긴장을 놓을 수 없었고 직장으로 학교로 흩어진 가족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허술한 위급 재난 문자뿐 아니라 비상 상황에 대처하는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던 점 또한 혼란을 가중했다는 지적이다. 

2017년 8월 전국 단위 ‘공습대비’ 민방위 훈련이 폐지된 이후 지난 6년 동안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비상 상황 대책 훈련은 전무하다. 국가재난안전포털이나 안전디딤돌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비상시 행동요령 및 주변 ‘민방위 대피소’를 확인할 수 있지만 이를 숙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나 자치단체가 평소 훈련을 하거나 비상대비 프로토콜을 널리 홍보하지 않으면 갑자기 발생하는 위급 상황이 닥쳤을 때 신속히 대처하기 어렵다. 

이번 혼란을 계기로 대피 장소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공습과 폭격이 예상될 땐 가장 가깝고 안전한 대피장소로 주변 지하철역을 꼽을 수 있다. 서울 시내 역사는 337개이다. 가까운 곳에 역이 없다면 지하주차장이나 상가 지하 공간으로 이동해 대피할 수 있다. 

<출처: 서울신문​​​​ https://img.seoul.co.kr/img/upload/2023/05/31/SSC_20230531094648_O2.jpg>

한편, 일본은 한국보다 빠르고 구체적인 내용으로 발사 후 1분 만인 오전 6시 30분 경보 문자를 발송했다. 일본 정부는 전국순시경보시스템인 J얼러트를 통해 오키나와현 주민들에게 건물 안이나 지하로 피난하라고 대피령을 내렸다고 NHK가 발표했다. 

문자 내용 역시 “북한에서 미사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 건물 안 또는 지하로 피난하라”라는 정확한 이유와 대피요령을 포함하여 발송했다. 빠르고 정확한 문자 발송으로 국민들의 혼란을 없애고 적절한 대비를 할 수 있었다.

지진, 쓰나미 등을 수차례 겪었던 일본은 인공위성으로 지자체 등에 긴급 정보를 전달하는 전국순시경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방위성의 정보를 받은 관방장관이 소방청의 J얼러트 송신 시스템을 통해 통신사 수신기 등에 관련 정보를 전달하면, 통신사는 관할 지역의 휴대전화에 긴급 알림을 보낸다. 이렇게 구축된 시스템을 통해 이번 긴급 상황에서도 발사 후 1분 만에 경보 문자를 지역 주민들이 받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정부는 1일, 보도 참고 자료를 통해 “민방위 경보 발령과 관련한 재난문자 발송 문구의 개선방안과 향후 민방공훈련을 포함한 민방위 훈련 계획 등은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방공 경보는 모두 군에서 발령 단계와 발령 시간을 지정한다. 행안부는 군의 판단에 따라 제1중앙민방위경보통제소를 통해 ‘발령 행위’만 하게 된다. 사이렌, 재난문자, 안내방송이 행안부가 담당하는 발령 행위이다. 이후 17개 시도에 위치한 지역민방위경보통제소와 상황을 공유하나 다만 ‘군’에서 발령 요청이 와야 발령 행위가 가능하다. 서울시가 이번에 발송한 재난문자가 중앙민방위경보통제소 지령방송을 ‘경계경보를 발령하라는 요청’으로 이해한  ‘과잉대응’이었는지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였는 지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시와 행정안전부는 시민들의 혼란과 불안을 가중한 오발령 문제를 두고 책임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며 책임을 전가하는 것보다 종합적인 시스템 개선을 통해 정확하고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세우는 것이 최우선이다. 또한 공공기관과 학교가 중심인 대피훈련에서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규모로 확대하는 방향을 검토해 볼 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몇 차례 더 이 같은 오경보가 이어지면 안전에 둔감해진 사람들이 경보를 무시하는 상황이 생길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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