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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 이코노미]사치재와 베블런 효과, 그리고 대한민국

< Illustration by Yujeong Lee (이유정) >

[위즈덤 아고라 / 윤서준 인턴 ]우리가 널리 알고 있는 기본적인 경제법칙은 다음과 같다: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가 줄고 가격이 감소하면 수요가 증가한다. 이것은 가격에 따른 합리적인 소비를 지양하는 인간의 건전한 소비본능을 대변한다. 아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수요곡선에서는 상품의 가격이 증가함에 따라 소비자들이 금전적 부담을 느끼고 구매를 꺼려 수요가 줄어든다. 공급곡선에서는 가격이 증가함에 따라 상품을 공급하는 집단이 이득을 보기 때문에 생산을 늘려 더 많은 물건을 시중에 내놓는다.

하지만 이 법칙에 반하는 현상이 있는데 그것을 ‘베블런 효과’라고 부른다. 베블런 효과는 사치품의 가격이 상승했을 때 수요도 그에 따라 증가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주로 명품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으며 주된 원인은 소비자들의 사회적 안정감과 우월감에 따른 비이성적 소비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경제적 합리성에 기반해 개인주의적 소비를하는 일명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라고도 불리는데 왜 인간은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상품인 명품을 소비하는가?

< 베블런 수요곡선(@routine & data)>

현대사회에서 소비자가 명품을 소비한다는 것은 물건 자체가 갖는 실용성에만 만족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물건의 모습을 바깥으로 드러내 보여주는 디자인, 물건에 붙은 라벨과 브랜드 이름, 물건을 쓸 때 만들어지는 분위기와 이미지를 소비한다. 예를 들어 가방을 소비할 때 가죽의 원단이나 방수 기능 등 본질적이고 범용성 있는 요인들을 이유로 소비하기보다는 브랜드 자체, 즉 브랜드의 기호, 명품성을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사물의 목적이 실용 기능에서 이미지로 바뀌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프랑스의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드는 그의 저서 『소비의 사회』에서 현대의 소비현상이 단순히 생리적 욕구 충족이라는 관점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사물은 용도적 가치 체계와는 또 다른 의미의 체계를 형성한다고 보았다. 즉 현대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명품과 같은 사물이 용도적 가치와는 별개로 이미지적 가치에 따라 소비되는, 기호소비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이런 현상을 파노플리 효과로 설명한다. 파노플리 효과는 값비싼 명품이나 사치재를 사게 되면 이 상품을 주로 소비하는 집단·계층과 같아진다고 생각하는 현상이다. 유명 연예인이나 재벌들이 사서 쓰는 명품 가방이나 옷, 선글라스 등을 사면 자신도 그 사람들과 같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거나 그런 착각을 하며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실제 많은 명품 브랜드들의 유래는 소수의 상류층을 겨냥한 사업체들이다. 실제로 Louis Vuitton은 나폴레옹 시대에 짐 가방을 귀족부인에게 팔았으며, Hermes는 1837년 승마를 즐기는 왕실과 귀족들을 위해 마구와 안장을 만들었으며, 영국의 Burberry는 영국 국왕인 에드워드 7세가 즐겨 애용했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므로 명품은 현대에는 존재하지 않는 왕이나 귀족계층들의 전유물을 현대의 상품지위로 이동시켜 선택, 소비 가능한 사물로 만들어 사회적 지위를 얻으려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

< 1인당 명품 소비 금액(모건스탠리 투자은행) >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한국인의 2022년 명품 소비 지출액은 168억 달러(약 21조 원)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24% 증가한 규모다. 1인당 명품 소비 금액은 325달러(약 42만 원)로 미국 280달러(약 36만 원), 중국 55달러(약 7만 원) 등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이는 경제성장 면에서 압도적으로 우월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미국과도 약 4만 원이나 차이가 나는 수치이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왜 이렇게 명품에 열광할까? 대한민국 사회만의 차별화된 무엇이 사람들의 명품소비를 부추기는가?

포브스에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2016년도 세계 명품 구매의 30%는 모국 밖에 있는 여행자 혹은 체류자에 의해 이루어졌다. 사회문화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봤을 때 체류자나 외국인들은 사회에서 불안하다. 수적으로나 문화적, 또는 종교적으로 열세인 것이 이방인들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들이 명품소비에 큰 축을 담당하는 건 사회에서 안정감이나 우월감을 취하려는 의도로 해설될 수 있다. 미국의 한 사회학적인 연구에 따르면 이민자 명품소비와 상관관계를 보이면 3가지 요소는 재력, 민족적 정체성, 그리고 나이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을 민족적 정체성인데 이는 식문화나 종교 등을 말한다. 연구에 따르면 민족적 정체성이 높을수록 명품소비가 증가한다. 이는 사회에서 더욱 이질적일수록 명품을 소비해 재력 통해 사회적 지위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일 수 있다. 

이민자들에게서 보이는 이런 특징은 한국인들한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비록 이민자는 아니지만 이민자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학업, 스펙 등 고학력을 요구하는 현대의 경쟁사회에서 사회적 지위나 안정감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이방인과 같은 삶을 살아간다. 서열의식이 강하고 개개인이 느끼는 불안과 압박 또한 또한 서울집중화 현상(대한민국의 중심지인 서울에서 인구밀집이 일어남)으로 극대화되고 있다. 5,160만 명에 달하는 대한민국 인구 가운데 950만 명이 서울특별시에 거주한다. 이는 주거지가 서울로 된 인구로 유동 인구는 이의 1.5배에 달한다는 예측조사도 있다.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수도권 지역, 즉 서울 광역권이라 할 수 있는 인천광역시와 경기도의 인구를 포함하는 수도권의 인구를 모두 합하면 대한민국 전 인구의 절반 이상인 2,600만여 명에 달한다. 더군다나 대한민국이 세계 인구 밀도 3위인데 수도권의 인구밀도로만 따지면 2,194.79명/㎢로 세계 인구 밀도 1위인 방글라데시보다도 높아진다. 결국 인구밀집으로 인해 경쟁의식이 굉장히 심한 사회가 조성되어 낙오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지위나 소속감을 보장해 주는 명품소비를 더 찾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명품이 한 사회에서 열풍을 일으키기까지는 사회적인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적용한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인구구조의 변화이다. 한국은 현재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 직면해 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78명이다. 즉, 여성 1명이 평생에 걸쳐 낳는 아이의 수가 1명이 채 되지 않는다. 현재의 인구 수준이 유지되려면 여성 1명이 평생을 걸쳐 평균 2.1명의 아이를 출산해야 한다.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본인을 위한 가처분 소득(본인 의사에 따라 소비 또는 저축으로 처분할 수 있는 소득을 말한다)은 더욱 늘어난다. 2014년 사이언스에 실린 한 논문은 40 국가의 사례를 검토한 결과, 합계출산율이 인구대체율(한국의 경우 2.1명) 보다 낮을 경우 1인당 소비력이 증가하고 생활수준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의 저출산 현상은 자녀 양육을 위한 지출을 줄이는 대신 개인을 위한 소비를 증가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더 많은 명품소비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청년층의 미혼/비혼 비율의 증가도 명품소비율에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30대 인구에서 10명 중 4명이 결혼하지 않았다. 30대 남성의 미혼율은 50.8%로 2021년 처음 과반을 넘겼다. 또한 20대 절반 이상은 비혼독신(53%)과 무자녀(52.5%)에 동의한다. 결혼도 아이도 “No”를 외치는 후속세대의 등장이다. 그 결과 2020년 1인 가구는 30.4%로 2015년(21.3%)보다 8.7% 포인트 늘었다(2020년 가족실태조사). 50세까지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일컫는 생애미혼은 최근 통계상 2015년 남성 10.9%, 여성 5%다. 적다면 적지만, 증가세는 놀랍다. 각각 5.8%·2.8%였던 2010년보다 2배나 뛰었다. 이를 반영해 현재치로 추정하면 대략 15%·10%대로 예상된다. 앞으로는 더 거세질 전망인데, 2025년 20.7%·12.3%, 2035년 29.3%·19.5%로 예측한 자료도 있다(통계청). 부양할 가족이 없다는 것은 본인을 위한 소비가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최근 한국 명품 열풍을 이끄는 것이 MZ세대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1년 현대백화점의 전체 명품 매출 가운데 20-30대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48.7%나 됐다. 이들이 가족을 이루고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입장이었으면 경제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부동산값 폭등도 관련이 있다. 기성세대의 허영스러운 성공대로 조건에 자가마련이 포함되어 있다면 현대 사회에서는 서울집중화현상으로 인해 수도권에서 청년들의 내 집마련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수십억에서 수백억까지 하는 집을 구매할 수 없기에 저축이나 투자는 무의미해졌다. 그러므로 성공을 과시하기 위해 명품을 통해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려 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한국의 집값은 일부 도시의 경우 2배 수준으로 오를 만큼 급등했고 주택 소유자들은 부자가 됐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며 자산 가치 상승을 명품 소비 증가의 원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비교적 젊은 층인 한국의 밀레니엄 세대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주택 구매를 포기하고 대신 고가의 자동차와 같은 고가품 소비에 나서면서 명품 수요를 한층 더 끌어올린 동력이 됐다고 이 매체는 평가했다. 실제 30세의 한 근로자는 “집을 살 수 없는데 무엇 때문에 저축을 하겠느냐”며 젊은 세대의 모토는 ‘YOLO'( you only live once, 한 번뿐인 인생)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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