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왜 코끼리는 풀만 먹어도 살이 찔까?

<Illustration by Yeony Jung 2006 (정연이)>

 [객원 에디터 5기 / 이채은 기자] 체중 관리를 위해 샐러드를 먹다 보면 “코끼리도 초식동물인데 살이 찌는데, 그렇게 먹는다고 살이 빠지나?”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 말대로 코끼리는 초식동물이고 주로 풀을 먹는데 큰 덩치를 가지고 있다. 코끼리를 제외하고도 소, 하마, 기린과 같은 동물들은 초식동물이지만 근육과 지방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점에서 우리는 어떻게 풀만 먹고도 지방과 근육을 축적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생긴다. 

채소에는 지방 성분이 거의 없지만 채소만 먹는 초식동물들에게도 지방이 있다. 이 지방은 채소의 탄수화물에서 주로 얻어진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채소의 셀룰로스가 지방으로 축적되는 것이다. 셀룰로스는 세포를 구성하는 당으로 1차 세포벽의 중요한 구조적인 구성 요소이며 3천 개 이상의 포도당 분자가 복잡하고 단단하게 결합한 것이다. 몇몇 초식 동물들이 되새김질하는 이유도 셀룰로스가 채소 내에서 단단하게 결합하여 긴 장에서 한 번에 소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셀룰로스는 위액, 쓸개즙, 이자액 같은 소화 기관의 효소로는 분해할 수 없다. 그래서 인간들도 셀룰로스를 분해시킬 수 없다. 하지만 코끼리는 풀만 먹기 때문에 셀룰로스를 분해하지 못하면 어떠한 영양소를 축적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인간과는 다른 방식을 가지고 있다.

코끼리와 같은 초식 동물들은 몸에 셀룰로오스를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인 셀룰라아제를 가지고 있다. 셀룰라아제는 셀룰로스를 분해해 탄수화물로 전환하고 이를 지방으로 축적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코끼리가 풀만 먹는데도 무게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인간의 몸속에는 셀룰라아제가 없어 셀룰로오스를 소화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은 양의 풀을 먹어도 몸에 축적되는 지방이 거의 없다. 

보통 몸집이 키우기 위해서는 단백질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아무리 많은 풀을 섭취하고 풀을 미생물을 통해 분해하여 지방과 탄수화물을 얻는다고 해도 그들의 몸집이 커지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초식동물들은 미생물을 통하여 풀을 단백질로 변환시켜 큰 몸집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에게 셀룰로스를 분해할 미생물이 없다고 야채를 안 먹으면 안 된다. 셀룰로오스는 흔히 식이 섬유라고 알려져 있는데, 우리 몸에서 소화되지는 않지만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주로 장 내에서 물을 빨아들여 대변량을 증가시키고 장을 통과하는 시간을 줄여 변비, 장염의 예방효과가 있다. 또한 포만감을 주면서 적은 칼로리이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 이것이 우리가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하는 이유이다.

최근 현대인의 극심한 다이어트로 영양분 불균형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다이어트와 영양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미생물을 활용한 제품들을 찾는다. 초식동물 신체 내에 있는 미생물이 채식으로부터 단백질, 탄수화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이용하여 야채를 섭취하지 않고도 채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미생물을 이용해 영양분을 불균형하고 부족하게 섭취하는 현대인에게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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