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붙은 ‘3만원 지폐’는 발행이 가능할까?
[객원 에디터 4기/ 김여진 기자] 물가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세뱃돈 물가’마저 오르면서 싱어송라이터 이적의 SNS 글이 재조명되고 있다. 1월 22일 대중문화계에 따르면, 이적은 지난 1월 2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지폐’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이적은 해당 글에서 “요즘 드는 생각인데 3만 원권 지폐가 나오면 좋을듯싶다. 만 원권에서 오만 원권은 점프의 폭이 너무 크다며 1, 3, 5, 10으로 올라가는 한국인 특유의 감각을 생각해 보면, 3만 원권 지폐는 필시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한 편, ‘만 원짜리 세 장이면 되지 않냐’는 반응에 이적은 “글쎄, 또 다른 느낌이 아닐지”라며, “오랜만에 만난 조카에게 만원을 주긴 뭣하고, 몇 장을 세어서 주는 것도 좀스러워 보일까 봐 호기롭게 5만 원권을 쥐여 주고는 뒤돌아 후회로 몸부림쳤던 수많은 이들이 3만 원권의 등장을 열렬히 환영하지 않을지”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해당 작성글은 작성한 지 2주가 훨씬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대중문화계를 넘어 누리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5만 원권은 여러 경조사비의 ‘기본 단위’로 여겨진다. 최근 물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밥을 먹고 와야 하는 결혼식의 경우, 기본 단위가 10만 원까지 오르기도 하는데 여기에 설날에 만난 조카 등에게 5만 원권을 주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것이다. 1만 원권은 너무 적고, 3만 원권이 적당하다는 얘기가 지지자들의 중론이다. 반면 반대 입장인 누리꾼들은 “세뱃돈은 주는 사람 능력에 맞게 주면 되는데, 여론전까지 해서 부담을 줘야 하나”라며 “요즘 현금 사용이 갈수록 줄어든다. 국비 낭비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현금 사용이 극히 적은 이 상황에서 2, 3만 원권 발행은 시대 역행적 발상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날 본인의 소셜 미디어에 “가수 이적 씨가 3만 원권 발행을 제안했다. 적극 찬성이다. 아주 좋은 생각”이라며 “세뱃돈은 우리 국민 모두가 주고받는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전통문화다. 특정 계층이나 집단에 한정된 사안이 아니다. 1만 원 세뱃돈은 좀 작고 5만 원은 너무 부담되는 국민들이 대다수일 거다. 3만 원권 필요성은 국민 모두에 해당되고 공감을 받는 문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3만 원권 발행이 조속히 실행될 수 있도록 국회 논의를 추진해 보겠다”라고 덧붙였다.
가수 이적이 쏘아 올리고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화답한 ‘3만 원권 지폐 발행’ 논의가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신중론을 꺼내 들었다. 최근 명절 등을 제외한 현금 수요 자체가 줄고 있을 뿐만 아니라 3만 원권 발행과 제반 시스템 정비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은행은 본래 3년마다 국민을 대상으로 화폐 사용 만족도 조사에 나서는데, 지난해 조사에서는 2, 3만 원권 발행이 불필요하다고 한 입장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설 명절 세뱃돈, 경조사 편의를 위한 신규 화폐 발행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특히 신규 액면의 발행을 위해서는 도안 선정, 화폐 위·변조 방지 장치, 시각장애인용 촉각장치 구현까지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해 최소 2~3년이 소요된다. 게다가 화폐 사용을 위한 제반 시스템 조정과 ATM과 각종 자판기를 수정하는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한국은행은 국민적 합의와 정치권 숙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편 미국의 경우 20달러(약 2만 4700원), 유럽은 20유로(약 2만 6820원) 지폐가 발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