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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케냐에서 야생동물 떼죽음

최악의 가뭄 겪는 ‘아프리카 뿔’

야생동물 줄줄이 폐사 가축으로 까지 이어짐

화석연료의 지속적인 사용으로 인한 기후변화

Luis Tato/AFP/Getty Images
<가뭄 중에 죽은 성인 코끼리의 사체가 2022년 10월 12일 케냐 삼부루의 Namunyak Wildlife Conservancy에서 보인다>

[객원에디터4기/장수빈 기자] 유엔의 마틴 그리피스 부사무총장은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 해당되는 동북부 지역에서 1800만 명이 ‘40년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틀간의 케냐 방문을 마치고 지속된 가뭄으로 강바닥이 말라붙고 보호 구역의 초원이 파괴된 것을 직접 목격했다면서 인명을 구하기 위한 시급한 구호와 비상 대책을 촉구했다.

세계 기상기구(WMO),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등을 비롯한 14개 기관은 지난 네 차례의 우기 동안 비가 거의 오지 않은 이번 가뭄을 ‘극단적’이고 ‘광범위’하며 ‘지속적’인 다계절 가뭄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아프리카의 뿔은 아프리카 대륙 북동부에 있는 에리트레아, 지부티,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케냐, 수단 등을 일컫는 말로 이 지역의 모양이 아라비아해 방향으로 뾰족하게 돌출되어 있는 게 마치 코뿔소 뿔을 닮았다 하여 붙은 명칭이다. 아프리카의 뿔 지역은 2010년~2011년에도 극심한 가뭄과 기근으로 1,300만 명 이상이 긴급 식량지원이 필요한 상황으로 내몰렸었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세계는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 만연한 기근의 위협으로부터 가장 취약한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지금 행동해야 한다”며 “사람들이 굶주림과 그로 인한 재앙적인 수준에 빠지는 것을 막는데 필요한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세계 기상기구(WMO)는 다섯 시즌 연속으로 비 없는 우기를 예측하며 가뭄이 지속될 것이라는 안타까운 전망을 내놓은 상황이다.

< 출처 위키백과 >

5개월이 지난 지금 이 최악의 끔찍한 가뭄은 야생동물 및 가축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지역의 주민들은 생전 처음 당해보는 최악의 가뭄으로 인해 가축을 다 잃어버리고 생계를 위해 허덕이고 있다. 

케냐 야생 보호국 연구 팀은 지난 9개월 동안 코끼리 205마리, 영양 512마리, 일반 얼룩말 381마리, 물소 51마리, 얼룩말 49마리, 기린 12마리가 가뭄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케냐는 가뭄으로 인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케냐의 관광부는 암보셀리(Amboseli), 차보(Tsavo), 라이키 피아-삼부루(Laikipia-Samburu) 지역을 포함해 케냐에서 가장 많이 방문하는 국립공원 및 보호구역이 가뭄으로 가장 심각한 피해를 받은 지역이라고 밝혔다.

  또한, 케냐의 관광, 야생동물 및 문화유산부 장관인 Peninah Malonza는 가뭄으로 인해 많은 수의 야생 동물, 주로 초식 동물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나집 발랄라 전 케냐 야생동물 관광부 장관 역시 지난 7월 BBC와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밀렵보다 20배나 많은 코끼리가 죽고 있다고 밝혔다. Malonza는 저수지와 댐 담수량의 80~90%가 바닥을 드러내고, 30미터 이상의 우물을 파고 메말라 드러난 강바닥과 댐으로 물을 옮기는 등 동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에서 지속되는 비 없는 우기가 계속되자 세계 기상기구(WMO)의 페테리 탈라스(Petteri Taalas) 사무총장은 성명서를 통해 ‘기후변화’를 심각한 가뭄 원인으로 지목했다. 

2020년~2022년 동안 발생한 ‘라니냐’ 현상이 동부 아프리카 전 지역의 강우량을 줄이는 원인이 되어 아프리카 뿔 지역을 고통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2010년~2011 가뭄 때도 라니냐가 원인이었다. 라니냐는 가뭄뿐 아니라 지구에 폭염 및 홍수도 몰고 오고 있다. 한쪽에서는 극심한 가뭄으로 고통받고 다른 한쪽에서는 홍수로 걱정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점이 아이러니이다. 

이러한 모든 기후변화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원인은 인간이다. 자연적 변동성의 일부인 라니냐가 인간으로 인해 그 변동성이 더욱 증폭되어 강렬하고 심각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간이 배출하는 어마어마한 탄소가 기후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기후 변화로 인해 1961년 이후 농업 생산성 증가가 다른 지역보다 34% 감소했으며, 많은 아프리카 지역의 식량 위기를 초래했다. 결국 수천 마리의 가축과 야생동물이 죽어나가고, 3억여 명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최악의 재난을 불러온 것은 결국 인간인 셈이다. 기후 위기에 기여한 것이 없는 이들이 처한 가혹한 현실과 생명을 지독한 가뭄으로부터 구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노력과 실질적 대안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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