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고생했어. 23살 돌고래 비봉이 제주 바다로
17년만에 바다로…
무리에 합류하지 못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야생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회수할 수도
[위즈덤 아고라 / 손유진 기자] 최근 국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를 끌면서 남방큰돌고래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수족관에 남은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야생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비봉이는 5~6살 때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근처에서 어업용 그물에 혼획되어 지난 17년 동안 좁은 공간에서 공연해왔다.
비봉이는 9년 전 이미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와 다르게 이제야 방사된다. 2011년 당시에 불법 포획된 돌고래들로 인해 퍼시픽랜드 대표 등이 기소되었을 때, 비봉이와 21마리의 돌고래는 공소시효 밖에 있었기 때문에 당시는 방사되지 못했다. 그 이후, 제주 퍼시픽랜드가 호반에 인수되었는데, 호반은 돌고래 수족관을 허물고 대규모 복합 리조트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남아있던 돌고래들을 빼내야 했는데, 남은 세 마리의 돌고래 중 두 마리를 무단으로 거제 씨월드에 보냈다. 그 일로 기소된 이후, 남은 비봉이를 야생 방사하도록 정부와 협약을 맺게 된 것이다.
이제 비봉이는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포구 앞바다에 있는 가두리(야생적응장) 시설로 옮겨져 17년 만에 자신이 태어난 바다에 적응하고 있다.
비봉이가 야생에 돌아가서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사람과의 접촉을 끊어야 하고, 다른 남방큰돌고래 무리와의 잦은 교감도 있어야 한다.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서 가두리 주변에 낚싯배와 돌고래 관광 선박 등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비봉이는 오랜 시간 사람과 함께 지낸 만큼, 사람 친화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
비봉이의 가두리가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에 위치한 이유는 다른 남방큰돌고래와 더 자주 접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원래 남방큰돌고래를 방사할 때는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앞바다에서 훈련했지만, 비봉이는 야생 남방큰돌고래 무리에 잘 합류할 수 있도록 남방큰돌고래와 잦은 접촉을 할 수 있는 대정읍 앞바다에서 훈련을 받게 되었다. 이곳에서는 하루 평균 세 차례씩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목격되는 만큼, 비봉이가 훈련하기에 좋은 장소다.
현재 비봉이의 지느러미에는 8번 표식이 새겨졌고, GPS가 부착됐다. 과거 훈련장으로 옮겨졌던 다른 돌고래들이 비해 비봉이는 활력은 좋은 편이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스트레스 때문에 체중이 줄었고, 활어를 쫓는 행동은 보이지만 먹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비봉이가 과연 야생에 방사되고 나서 잘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돌고래는 음파탐지능력(Echolocation)을 이용해 주변 물체를 인식하여, 돌고래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능력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 좁은 수조 안에서 음파를 쏘아 왔기 때문에 비봉이의 음파탐지능력은 손상되었을 수 있다. 특히 각각 15년, 18년 동안 수족관에서 생활한 금동이와 대포가 방사 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 과거 사례가 있기에 비봉이도 이들과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그래도 비봉이는 먹이를 좇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음파탐지능력이 완전히 손상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만약 비봉이가 야생으로 돌아가 무리에 합류하지 못하고 적응하지 못한다면, 회수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회수는 쉽지 않고, 비용도 많이 든다. 비봉이가 있던 수족관을 가지고 있던 호반 기업은 정부와 비봉이 야생 방사 협약을 할 때 방사 비용만 지불하고, 회수 비용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서 만약 방사에 실패해 회수하게 된다면 국민의 세금이 상당히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