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거품으로 식물을 재배한다고? 진화하는 스마트팜

< Illustration by Jessica Li 2006 >

[객원 에디터 3기 / 최상준 기자] 지구 환경은 변해가고 있다. 이에 따른 농업에 대한 새로운 기술이 속속 생겨나고 있어 스마트팜이 한층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그중에서 농업의 효율과 범위 증대를 위한 버블포닉스 시스템이 있다. 

<사진 출처: 국토교통부>

한국의 수자원 중 많은 양의 물이 토경 재배의 농업용수로 사용되고 있다. 위 그래프의 초록색 부분을 보시면 알 수 있듯이, 전체 수자원 중 약 절반에 가까운 양이 농업용수로 활용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양의 물이 농업용수로 사용되고 있음에도, 농업용수의 약 40%에 해당하는 양은 과도한 살충제와 화학비료의 살포, 관개시설의 누수 등 지속 불가능한 방법으로 오염 및 낭비되어 재활용이 어려운 환경오염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획기적인 재배 방법인 에어로포닉스 농법이 있었다. 에어로포닉스는 식물의 뿌리는 공중에 노출시킨 채로 뿌리에 직접적으로 물과 양액을 섞어 분무하는 형태의 농법으로 토경재배의 5% 이하라는 적은 양의 물을 사용해 식물을 재배할 수 있다. 그리고 뿌리가 공기에 노출되어 있기에 뿌리를 통한 산소호흡이 촉진되어 생장률이 더욱 높고, 구조가 가벼워 쉽게 형상구조를 변형시킬 수 있다. 그러나, 뿌리 수분의 증발이 빨라서 정전이 발생했을 때에 뿌리에 공급되는 수분이 없어져 단기간에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기술 의존도 문제가 존재한다. 또한, 에어로포닉스는 실내에서만 한정된 농법이기 때문에 만약 미래에 바다에서 식물을 재배해야 한다면 이 에어로포닉스는 실외 환경에 부적합한 농법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버블포닉스는 식물의 뿌리에 거품을 흡착시켜 수분을 공급해주는 농법이다. 이를 바다에 적용했을 때 많은 장점을 가져올 수 있다. 첫 번째로 바다의 파도에 의한 흔들림을 거품이 상쇄시킨다는 것이었다. 만약에 에어로포닉스를 이용했다면, 뿌리는 파도에 의해 매우 흔들릴 것이며, 이는 뿌리의 손상과 뿌리와 연결되어있는 줄기에 지속적으로 부담이 가서 얼마 지나지않아 손상을 입을 것이다. 그러나 버블포닉스는 거품이 안정적으로 뿌리를 고정시켜주어 안정성을 높여줄 것이며 흔들림에 대한 피해를 억제해준다. 그리고 두 번째는 거품의 흡착력이다. 기존의 에어로포닉스와 달리 양액의 형태를 거품으로 변화를 준다면 양액 거품을 뿌리에 오랫동안 흡착시킬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거품의 흡착력으로 에어로포닉스의 기술 의존도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어로포닉스는 물을 비말 형태로 뿌리기 때문에 수분 증발이 빨라서 수분 유지력이 굉장히 약하지만, 거품은 뿌리에 달라붙어 지속적으로 수분 공급을 해주기 때문에 안정적인 식물 재배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거품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그것은 바로 유카 추출물이다. 유카 추출물은 유카의 뿌리를 물로 추출한 추출물이다. 유카의 뿌리에 다량 함유된 사포닌은 계면활성을 하여 거품을 일으키는데 원리는 다음과 같다.

사포닌 같은 계면활성 성질을 가지는 물질은 물을 좋아하는 극성(친수성) 부분과 물을 싫어하는 무극성(소수성) 부분을 동시에 가진다. 보통 물과 기름은 잘 섞이지 않기 때문에 물과 기름이 만나면 층을 이루며 경계면을 형성한다. 이처럼 서로 성질이 다른 두 물질이 만나게 되면 경계면을 형성하는데, 두 물질이 맞닿은 경계면을 ‘계면’이라고 한다. 계면 활성제는 계면을 활성화시켜서 서로 섞일 수 있게 만들어준다. 계면 활성제가 계면의 표면 장력을 감소시켜 섞이게 되는 것이다. 표면 장력으로 인해 액체는 표면적이 적은 공 모양이 되려고 하는데, 계면 활성제는 미셀(micelle)을 만들면서 장력을 감소시켜 경계면이 활성화되어 섞이게 만들어준다. 즉, 미셀(micelle)은 계면활성제가 모여 구조를 이루는 집합체를 말하는 것이다. 모양은 농도와 계면활성제의 종류에 영향을 받는다. 

위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버블포닉스가 해결하지 못한 에어로포닉스의 문제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초기 설치비용이 굉장히 비싸다는 것인데, 이는 여전히 에어로포닉스가 적극적으로 상용화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버블포닉스는 기존 에어로포닉스의 문제점들을 많이 해결할 수 있었지만, 비싼 초기 설치 비용이라는 단점만은 에어로포닉스와 버블포닉스의 공통적인 개선점으로 남아있기에, 추후에 초기 설치 비용을 상쇄시킬 수 있는 또 다른 대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버블포닉스는 거품의 성질을 이용한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농법이라는 것이 정말 획기적이다. 또한 계면활성제, 그중에서도 사포닌과 농업의 시너지를 잘 찾아내어 농업의 효율을 보다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해수면의 환경과 버블포닉스의 이점들을 맞물리게 하여 농업의 범위를 실내에서부터 실외, 그리고 바다로까지 크게 확대시킬 수 있는 신개념 농법으로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연구가 거의 하나도 진행되지 않은, 이제 막 새로 생겨난 아이디어와 분야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Leave a Reply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