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악용되는 ‘에토미데이트’, 마약류 지정 가능할까
식약처, 에토미데이트 오‧남용 관리 강화
에토미데이트, 불법유통 구매 금지 대상 의약품 추가
식약처 “새로운 과학적 근거 있어야”
[위즈덤 아고라 / 김규인 기자] 전신마취유도제로 사용되는 ‘에토미데이트’가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하자 마약류로 지정해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토미데이트 주사제가 성범죄에 사용되거나 중독으로 인한 사고 발생이 잦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2의 프로포폴’이라고 불리는 에토미데이트는 수면내시경 검사 등에서 전신마취제로 사용된다. 프로포폴과 효능과 용법이 유사하지만 마약류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된 프로포폴과 달리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있다. 에토미데이트가 학술적으로 환각성·의존성·중독성이 없어 생명에 위험하지 않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가 18일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를 오남용해 일어난 잔혹 범죄의 진실을 추적했다. 뿐만 아니라 향정신성의약품 지정에 대한 제도적 문제, 그리고 의료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도 짚었다.
오는 7월 21일부터 불법유통 구매 금지 대상 의약품에 에토미데이트 성분 의약품이 추가된다.
식품의약품 안전처는 위해성 관리 계획의 제출 시기 개선, 에토미데이트 불법 구매자 과태료 부과, 임상시험용 의약품 정기적 안전성 정보 보고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14일 입법 예고했다.
주요 개정내용은 구매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불법유통 전문의약품에 최근 문제가 됐던 ‘에토미데이트’ 성분 함유 의약품이 추가됐다.
현재 소비자가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는 자에게 구매 시 과태료 부과 대상 전문의약품의 종류에는 스테로이드·에페드린 성분 주사제가 포함돼있다.
개정안이 그대로 확정되면 에토미데이트 성분 함유 의약품 구매 시 과태료 부과 대상 전문의약품으로 추가된다.
하지만 식품의약품 안전처는 ‘과태료 부과 대상 전문의약품’이 아닌 ‘마약류’로는 지정하기에는 새로운 과학적인 근거 있어야지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향정신성의약품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고, 오남용 시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다고 인정돼야 마약류로 규정이 가능하다.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는 물질이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2019~2020년 에토미데이트에 대한 의존성을 평가하고자 전문가 자문 및 국외 마약류 지정 현황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마약류 지정 요건에 부합하지 않아 마약류로 지정하지 않았다”며 “검토 내용과 상이한 새로운 과학적 근거 등이 있다면 향후 검토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유엔(UN)을 포함한 미국, 일본, 영국, 독일, 스위스 등 주요 국가들도 에토미데이트를 마약류로 지정·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마약퇴치연구소 이범진 소장은 “에토미데이트는 식약처가 약리효과를 규명해서 판단할 문제이지만 논의해볼 만한 문제는 맞다”며 “UN은 에토미데이트를 마약류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WHO(세계보건기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사회적 해악성 여부를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