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만 반려가구 시대, 보유세 논쟁

애니멀 호더 줄이자는 찬성론 vs 부담에 유기 늘까 우려도

< OpenAI의 DALL·E 제공>

[객원 에디터 9기 / 태윤진 기자] 예로부터 강아지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구로 불려 왔다. 이집트 벽화 속에서도 주인의 곁을 지키는 개의 모습은 흔히 등장하며, 조선시대 기록에는 반려견을 위해 묘를 세운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역사적 유대는 현대에도 이어지며, ‘반려’라는 단어 그대로 동물은 단순한 소유물을 넘어 가족의 일원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간과 동물의 친밀한 관계에 ‘세금’이라는 단어가 더해지기 시작했다. 바로 ‘반려동물 보유세’에 대한 이야기다.

정부가 반려동물 보유세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뜨거운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보유세’란 반려동물을 소유한 사람에게 일정한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로, 급증하는 동물 유기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약 800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으며, 국민 4명 중 1명은 반려인이 될 만큼 보편화된 문화가 되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쉽게 입양하고서는 책임지지 않고 버리는 사례도 늘고 있어 사회적 비용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제로,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2024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구조된 유기·유실 동물은 총 10만 6,824마리로, 하루 평균 약 290마리에 달한다. 전국의 동물보호센터에는 총 1000여명의 인력이 근무 중이며, 동물 한 마리를 보호하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은 약 43만 5,000원이다. 이러한 구조·보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관련 예산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2023년 기준 동물복지 예산은 119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보유세 도입은 단순히 세금 논의를 넘어, 지속 가능한 반려동물 문화를 위한 사회적 과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보유세가 동물 보호시설의 환경 개선과 복지 확대에 활용된다면, 반려동물의 삶의 질 향상과 무분별한 입양 억제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애니멀 호딩(Animal Hoarding)’이라 불리는, 과도하게 많은 동물을 감당할 수 없는 환경에서 기르다 방치하는 사례를 줄이는 데에도 일정한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된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신주운 정책변화팀 팀장은 “유럽에서는 반려동물 보유세를 통해 무분별한 입양을 억제하고, 동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로 정착돼 있다”라며 긍정적인 시각을 밝혔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세금이 반려인의 책임을 강화하기보다는, 오히려 반려동물을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계층에게는 매년 고정적으로 부과되는 세금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으며, 이는 오히려 유기동물 수를 증가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광주 화정동의 애견카페를 자주 찾는 시민 김 모 씨(28)는 “세금 자체보다, 그 세금이 정말로 필요한 곳에 쓰일지에 대한 신뢰가 없다”라며 “보호자의 책임을 높이기 위한 제도는 찬성하지만, 보유세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이미 병원비, 사료값, 미용비 등 적지 않은 비용을 감당하고 있다”라며 “여기에 ‘세금’까지 더해지면, 마치 가족처럼 여겨온 내 반려동물을 사회가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것 같아 서운하고 억울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라고 토로했다. 즉, 반려인 입장에서는 세금이 단순히 금전적 부담을 넘어서, 자신이 동물에게 쏟아온 애정과 책임마저 ‘과세의 대상’으로 취급받는 듯한 심리적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이 단순히 찬반 논의를 넘어, 제도 도입 전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주운 팀장은 “보유세보다는 의무 등록제에 가까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다”라며, 등록비 개념으로 시민의 수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출처: 드림투데이 2024.10.02 「‘반려동물 보유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독일, 네덜란드,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반려동물 관련 세금을 명확한 목적에 따라 사용하고 있다. 예컨대 개 배설물 수거 비용, 반려동물 교육 캠페인, 동물복지연구비 등으로 세금이 쓰이며, 지역자치단체가 세금의 사용처와 규모를 직접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 또한 세금의 목적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면, 반려인들의 이해와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서는 보유세 도입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들이든 그렇지 않은 이들이든 이번 논의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동물 문화에 대해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반려’라는 말처럼 동물은 단순한 소유물이 아닌 우리 삶의 동반자이다. 세금이라는 제도를 통해 더 나은 공존을 꿈꾼다면, 그 출발점은 사랑과 책임감에서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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