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소비자물가 5.4% ↑…물가상승 원인은?
생활물가 6.7%↑…농산물·석유류 제외 근원물가는 4.1%↑
환율도 6년 2개월만에 상승률 최대치
[위즈덤 아고라 / 전시현 기자] 5월 소비자물가가 석유류와 가공식품, 외식 등 개인서비스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14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공업제품이 8.3% 오르면서 2008년 10월(9.1%) 이후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경유(45.8%), 휘발유(27.0%), 등유(60.8%), 자동차용 LPG(26.0%) 등 유류 급등세가 이어졌다. 또한 농축수산물은 돼지고기(20.7%), 수입쇠고기(27.9%), 포도(27.0%), 배추(24.0%), 닭고기(16.1%), 감자(32.1%) 등이 크게 올라 4.2% 상승했다.
서비스 물가는 3.5% 상승했고, 특히 외식이 1998년 3월(7.6%) 이후 최대 상승률인 7.4%에 달했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6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란 각 가정에서 생활을 위해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이다.
그러면 소비자물가지수가 계속해서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를 마비시켰고, 기업들은 줄줄이 문을 닫으며 가동을 중단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이동이 제한되어 작물을 재배해도 운반할 수 없었고, 수많은 농작물은 그대로 폐기되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금, 사람들은 팬데믹으로 미뤄왔던 외출과 여행을 하기 시작하며 지출이 늘었고 이에 개인서비스물가는 4.5%로 13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고공행진하는 원유가격도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EU의 러시아산 원유 부분 금수조치 등 영향에 따라 국제 원유값이 오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기 때문에 향후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 이에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와 같은 물가 상승세가 뚜렷이 약화할 수 있는 요인들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와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한 가운데 농축수산물 가격 등 오름폭도 확대됐다”며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등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 요인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치솟은 국내 소비자물가의 원인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환율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제 원자재의 안정적 공급과 환율 안정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경연은 3일 ‘환율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공급망 훼손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등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마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4월 원·달러 환율은 매매 기준율 평균 기준 1232.3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1% 상승, 6년 2개월만(2016년 2월 10.8%)에 상승률 최고치를 기록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한경연은 2003년 2월부터 2022년 2월까지 19년 간의 월별 자료를 이용해 원·달러 환율 상승률이 소비자 물가와 생산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추정했다. 분석 결과 원·달러 환율이 1% 높아짐에 따라 소비자물가도 0.1% 오르고, 생산자 물가는 0.2%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기업의 원재료 수입 가격이 올라가 생산자 물가와 소비자 물가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 실증적으로 확인됐다”며 “물가 안정을 위해 국제 원자재 공급애로 타개에도 노력해야 하지만 무역수지 흑자 전환 등 환율 안정을 위해서도 총력을 기울여나가야 한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