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의대 정원 3058명 유지, 의료계·수험생·지역사회의 반응은?
[객원 에디터 9기 / 정한나 기자]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3058명으로, 증원 이전으로 동결하기로 결론이 났다. 다만, 교육부는 3월 내 의대생들의 복귀를 전제로 의대 정원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대로라면 2025학년도부터 매년 2,000명씩 증원하겠다는 기존 계획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발표 이후 의대 정원 확대를 기대했던 지역사회와 수험생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의료계는 물론, 지역사회와 국민, 그리고 입시 현장까지 혼란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의사 부족과 필수 의료 공백, 입시 혼선까지… 의대 정원논란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전남도와 목포대·순천대는 정부의 발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남도는 순천대와 목포대의 통합을 추진하며 국립 의과대학 신설을 준비해 왔다. 실제로 두 대학은 2026년 3월 통합 의과대학 개교를 목표로 지난해 말 교육부에 대학 통합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지역 사회의 기대도 컸다. 그러나 의대 정원이 동결되면서 전남도가 추진 중인 국립 의과대학 설립이 어려워질 위기에 처했다. 현재 전남도는 의대 정원 증원 문제와 관계없이 의대가 없는 전남 지역에 의과대학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불확실하다.
이런 가운데, 순천대 관계자는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의대 신설을 포기하지 않겠다”라며 “정부 발표 이후 목포대와의 통합 시기와 방법 등을 논의해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목포대 관계자도 “최악의 경우 5월 말까지 정원 배정을 논의하도록 하겠다”라며 “필수 의료 인력 양성을 위해서라도 의료계가 전남 지역 의대 신설 문제를 전향적으로 다뤄주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의대 정원 동결은 입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의대 진학을 준비했던 최상위권 수험생들은 혼란에 빠졌다. 지난해 정부가 27년 만에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하자 재수생과 삼수생은 물론, 대학생과 직장인들까지 의대 입시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원 확대가 취소되면서 이들은 한정된 모집 인원 안에서 더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되었다.
입시 전문가들은 경쟁률 급증과 N수생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 이만기 소장은 “의대 입시 수요는 이미 급증한 상태에서 정원만 다시 줄어든 상황”이라며 “특히 지방 의대와 지역 인재 전형을 노리고 중학교, 고등학교 진학까지 조정했던 학생들까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26학년도 의대 합격선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2025학년도 수능 응시 졸업생은 16만 1,784명으로, 2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 정원이 늘지 않는다면 합격선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입시의 불확실성은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뿐만 아니라 전 계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의대 정원이 줄어들면 상위권 학생들의 지원이 자연스럽게 타 학과로 분산된다”라며 이에 따라 자연계 상위학과는 물론 일부 인문계열 학과까지 합격선이 동반 상승할 가능성 또한 있다고 분석했다.
의대 정원 문제는 단순히 입시 혼란을 넘어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와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은 “의사 인력 확충은 공공의료와 지역 의료를 살리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며 “정부가 결국 의사 집단의 요구에 굴복했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 단체는 “정원 확대보다 의료 인프라와 시스템 개혁이 우선”이라며, 증원 정책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내부에서도 의대 정원 동결을 두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정부와의 협상에서 전공의들은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1500명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의협 지도부에 전했다. 올해 의대 정원이 3058명으로 늘어난 만큼, 최소한 기존 정원에서 올해 증원된 1509명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 내부에서 이보다 현실적인 협상안을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8일 열린 의협 시·도의사회 회장단 회의에서 일부 지역의사회장은 정부가 제안한 2026학년도 모집인원을 거부하면 오히려 정원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내부에서도 모집인원에 대한 의견이 갈리지만, 아직 특정 규모를 제시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의협은 여전히 내부에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있으며, 아직 공식적인 요구안은 제시하지 않은 상태이다.
교육부는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을 의대생들이 3월 말까지 복귀할 경우 최종적으로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발표 이후 수험생과 지역사회는 이미 적지 않은 혼란을 겪고 있다. 의대 정원은 단순한 숫자 문제가 아닌,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와 국민 건강권 보장, 그리고 공정한 입시라는 복잡한 과제를 함께 안고 있다는 점을 이번 사태가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 과정만큼은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