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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의 공포, 이상기후가 부추기는 농산물 가격 폭등

폭염과 폭우로 치솟는 농산물 가격

< Illustration by Grace Ku 2008(구예은) >

[객원 에디터 8기 / 태윤진 기자] 최근 한국에서 기후 변화가 농산물 가격에 미친 영향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폭염과 폭우가 계속되면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으며, 이 현상은 ‘기후플레이션’이라는 새로운 용어로 불리는데, 기후 변화 때문에 농산물 가격이 오르는 것을 뜻한다. 특히, 9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년 6개월 만에 1%대로 하락했지만, 주요 농산물 가격은 여전히 치솟고 있어서 소비자들의 가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기후 변화의 주된 원인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이다. 온도가 상승하면 농작물의 성장 주기와 수확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벼와 같은 작물은 성장 기간이 짧아져 충분히 자라지 못한 상태에서 수확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작물의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로 인한 해충 발생 증가와 토양의 수분 손실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게 되어 토양 오염이 심화된다. 결과적으로 이는 농업 생산성을 저하시켜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폭염과 홍수 같은 기상 이변은 농작물 생산량을 감소시키고, 농산물 공급이 줄어들어 가격이 상승하는 ‘히트플레이션(heat+inflation)’을 유발한다. 또한, 농산물의 생산 주기가 길어져 공급 조절이 어렵기 때문에, 농산물 가격의 변동이 더욱 커질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상기후는 2023년 이후 식료품 가격 상승의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중 특히 전년대비 배추는 65,4%, 무는 63,8%, 상추는 50,8%나 가격이 상승했다. 이러한 가격 상승은 단순한 경제적 문제를 넘어서 사회 전반에 극심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 저소득층 가정은 생계에 큰 위협을 받을 수 있다. 한 끼 식사에 드는 비용 증가로 인해 이들이 더 어려운 경제적 상황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기후 변화의 영향은 시장 경제에 한정되지 않고, 사회적 불평등 문제도 심화시키고 있다. 

신선식품 가격 상승은 김치 소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배추 가격 폭등으로 직접 김치를 담그는 대신 포장 김치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종가김치와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김치와 같은 주요 포장 김치 기업들 김치의 매출이 1년 전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다가오는 김장철을 대비하여 정부는 배추의 부담스러운 가격을 낮추기 위한 세 가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첫째, 중국산 배추의 수입을 확대하여 공급을 늘리고, 조기출하장려금을 지원해 농민들이 배추를 가능한 한 빨리 시장에 내놓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대형마트에서 배추를 40% 할인 판매 기간을 늘리는 정책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줄이고자 하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기후 변화로 인한 농업 피해를 입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기후 변화와 병충해로 인해 오렌지 수확량이 급감했다. 이로 인해 냉동 농축 오렌지 주스 가격이 사상 최고치인 파운드당 4.92달러를 기록했다. 또한, 서아프리카에서는 엘니뇨 현상(태평양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으로 카카오나무가 병충해에 시달리며 코코아 가격이 톤당 1만 달러를 넘어 초콜릿과 제과류 가격도 급등했다. 올리브유도 기후플레이션의 대표적 사례다. 2023년 유럽에서 기록적인 고온과 가뭄으로 인해 올리브 열매가 제대로 맺히지 않았고, 성장이 완료되기 전에 열매가 떨어져 생산량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이는 올리브유 가격이 t당 1만 88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 원인 중 하나다. 

한국 정부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농산물 비축 시설을 현대화하고 물류 시스템을 강화하여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농가에 대한 지원금을 확대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팜(ICT를 이용해 자동으로 농작물을 관리하는 과학 기반 농업 방식)”과 같은 새로운 농업 기술 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후 변화가 지속될 경우, 농산물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체 물가 상승률이 3% 이상 초과할 가능성이 있으며, 생활필수품 가격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농림축산식품부와 국립농업과학원 같은 기관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연구와 대책이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농민들의 어려움이 늘어나고 있다.

기후 변화는 단순히 농산물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과 폭우가 발생하면 토양 침식과 수자원 고갈 등의 문제가 발생하여 작물 품질 저하와 해충 발생 증가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농업 생산에 큰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세계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주요 요인이 된다. 

기후 변화로 인한 물가 상승에 대비해 소비자들도 대처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크게 세 가지 대처 방안이 있다. 

첫째, 소비자들은 장기적인 가격 변동에 대비해 비축할 수 있는 농산물을 구입하거나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는 작물의 대체제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배추 대신 저렴한 다른 채소를 선택할 수 있다. 

둘째, 소비자들은 가격 변동에 따라 필요한 농산물의 구매 시점을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할 때 미리 필요한 농산물을 구매해 두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장기적인 가격 변동에 대응할 수 있다.

셋째, 소비자들은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 자신이 구매하는 식품의 생산 과정과 출처를 이해하고,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는 농산물에 대한 정보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은 더욱 책임 있는 소비를 실천할 수 있다. 

기후 변화가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신선식품 가격 상승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는 우리의 식량 안보, 사회적 불평등의 중요성과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한다. 기후 변화는 모두의 문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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