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의 ’10월의 크리스마스’ 내막
베네수엘라의 경제적 위기와 마두로 대통령의 대처
[객원 에디터 8기 / 조예서 기자] 베네수엘라에는 크리스마스가 일찍 온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크리스마스가 평소보다 앞당겨진 10월 1일에 시작된다고 발표하면서 다시 한번 화제를 모았다. 놀라운 일이기는 하지만 베네수엘라에게는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다. 마두로는 지난 몇 년 동안에도 지속적인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국민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크리스마스 축제 시작을 예정보다 앞당겼다. 하지만 올해의 발표는 최근의 정치적 맥락을 감안할 때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이와 같은 발표는 베네수엘라 선거를 둘러싼 최근의 정치적 혼란과 경제 위기로 인한 대중의 분노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한 전략적 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7월 28일 대선에서 부정선거 논란을 안고 3선에 성공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선거 공정성 여부를 따져봐야 할 것 같다.
대선 다음 날 29일, 니콜라스 마두로 현대통령과 상대 후보인 에드문도 곤살레스는 서로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국가 선거관리위원회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51%, 에드문도 곤살레 후보가 44%를 얻어 니콜라스 마두로 후보가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에드문도 곤살레스 후보 측은 선거관리위원회의 발표를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발표된 출구조사와는 다른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현지 여론 조사 기관인 메가날리시스는 에드문도 곤살레스 후보가 65%, 그리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14% 미만으로 득표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여론조사 기관인 에디슨 리서치가 공개한 출구조사 결과도 에드문도 곤살레스 후보가 65%의 예상 득표율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31% 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이와 같이 사전조사와 출구 조사 예측 모두 최종결과와 차이가 많이 났다. 뿐만 아니라 유권자의 신분 확인을 위한 조치로 시간을 지연시키고, 투표소 입장 인원을 극소수로 제한하며, 대리 기표를 실시하는 등 선거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많았다. 그리고 부정 선거 의혹이 제기되었다. 사실상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후폭풍도 거셌다.
마두로가 승자가 되었다는 결과는 베네수엘라 내부와 국제적으로 회의론과 비판을 받았다. 국민들은 투명한 결과 공개를 요구하며 대규모 항의에 나섰다. 대선 부정선거 의혹에서 촉발한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고, 법원은 곤살레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체포영장은 반대 의견을 억압하고 마두로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은 베네수엘라의 선거 과정의 공정성과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현재 곤살레스는 정권의 탄압에 스페인으로 망명을 선택했다.
국제 사회도 잇따라 의심의 목소리를 내며 베네수엘라의 대선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도 의혹을 제기하며 베네수엘라 당국에 세분화된 투표 데이터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를 비롯한 중남미 9개국 정부는 미주기구 (OAS: Organization of American States)에 베네수엘라 대선 개표 결과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기 위한 긴급 이사회 소집을 요청했다. 이에 베네수엘라 정부는 마두로 대통령 선거 승리에 의문을 제기한 중남미 7개국 외교관을 자국으로 철수시키며 맞대응했다. 이는 주변국들의 부정적 반응에 대한 항의로 보인다. 이로써 베네수엘라는 국제적 고립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은 이미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푹 빠져 있다. 그러나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일각에서는 이른 크리스마스가 경제 위기에 대한 행정부의 대응과 부정선거를 포함한 정치적 위기 상황 등 베네수엘라가 직면한 더 시급한 문제에서 주의를 돌리는 데 사용되고 있는 크리스마스 정치라고 비판했다.
이제 마두로 대통령은 선택을 내려야 하며, 대선 개표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최대 크리스마스 선물일 것이다. 국제사회는 베네수엘라 상황을 주목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선거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